과학 세미나 세번째 시간 후기

우연
2021-07-27 10:50
347

첫 번째 책 `공감각`은  흥미로왔지만 알쏭달송하였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였고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생각해 보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나의 경험이 전무하기에 저자가 그렇다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 부분이 많았다. 그에 비해 이번 책  `신경가소성`은 과학적 실험과 그 결과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어 지난 시간에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 뇌의 신경조직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 체세포와 신경세포는 다르게 구성되는가, 또 그것들은 어떻게 밝혀지게 되었는가를 대략적으로 매우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다 이해했다는 말은 아니다.^^)

 

20C 중반까지만 해도 성인의 뇌는 발달을 마치고 완전 성숙하였으며 그 이후는 점점 쇠태해진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미 고정된 뇌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현대에 들어 전자 현미경과 최첨단의 과학기계 등장의 도움으로 뇌조직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뇌의 특정부위가 한 역할만을 담당하는 것도 아니며 뇌세포 역시 생성과 사멸을 반복한다. 물론 신경조직의 활발한 생성시기는 존재한다. 인간의 경우 배아기에서 출생 1년까지로 보고 있는데 어떤 영역은 30세가 되어서야 그 네트워크가 완결된다고 한다.  청소년기의 질풍노도의 행동들을 미워하지 말지어다. 그들 역시 대뇌피질의 완성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중이어니. 

 그동안 시각감각의 정보처리를 맡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각피질은 시각정보가 미비할 때 청각정보도 처리할 뿐더러 심지어 언어판단도 처리한다고 한다. 한 감각의 손상은 그와 연관된 뇌의 일정부분을 마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감각의 처리를 수행하는 가소성을 가진다. 두 감각 이상을 동시에 처리하며 개체가 보면서  동시에 소리를 듣는 공감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교차 감각 혹은 감각치환이라 일컬어지는 현상은 우리의 뇌가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해 정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능이다.

이번 시간에는 신경세포의 발생 메커니즘과 이들의 작동인 시냅스 가소성 메커니즘도 살펴보았다. 쉽지는 않았지만 한 번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앞으로 뇌과학에 관한 책을 읽을 때 훨 수월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메카니즘을 밝히기 위한 연구들도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 인간을 직접 실험도구로 삼을 수 없기에 여러 동물들이 희생양으로  사용된 연구 방법들이다. 연구 방법들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대학 시절 나와 내 동료들이 사용한 실험 쥐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고 생명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니  한편으로 불편한 맘이 인다. (이를 감내하는 것도 인간을 위한 길인 것일까? ......)

 

시냅스 가지치기, 세포 사멸, 신경성장인자 가설, critical period, 흥분성&억제성 시냅스, 신경아교세포, 사이뉴런 등등 처음 접하는 개념들이 많아 머리가 복잡하였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하나 하나  짚어나갔다. 혼자 읽었다면 제멋대로 해석했거나 아니면 진작에 때려쳤을 수도.^^ 함께하는 세미나의 힘을 다시 느낀다. 

 

과학이 처음이라는 은가비님은 우리의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는지 더 알고 싶어하셨고,(뇌  system과 기억 저장에 관한 커리로 세미나를 지속시켜 볼까요? ㅎㅎ) 새로운 과학적 사실에 눈이 반짝반짝한 재하는 단순 지식 습득의 수동적 과정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한 공격적 토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미나를 활기차게 이끌어가는 우리의 방장 여울아는  많은 준비로  칠판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우리의 이해를 도왔다. 모임이 금지된 기간, 4인이 넘지 않기에 우리의 셈나는 줌이 아닌 대면으로 진행된다. 그러기에 서로의 반응을 더 잘 살필 수 있고 좀 더 활기찬 공부가 되는 듯하여 즐겁다.

실로 오랜만에 머리 긁어가며, reference 뒤적이며 습득하는 새로운 지식에 대해  잔잔한 행복을 느낀다. 주제가 이러한지라 책을 읽다 보면 문뜩, 머리 잡아뜯으며 공부하던 내 젊은 날이  떠오른다. 정말 열심히 살았던 그 때. 이 시절의 기억은 어떤 감각들이 교차하여 내 해마에 저장되어 있다가 다시 소환되는 것일까?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고통과 힘듬은 사라지고 그저 아름다운 색으로만 채색되어 있으니......

but  그  당시 배운 지식들은 별 도움이 안된다.^^  우리가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현대의  최신 연구들이기에  낯섬과 새로움은 매 한가지. 그래서 더 흥미롭기도 하다.

댓글 2
  • 2021-07-27 14:00

    지식이 알려주는 인지적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매일 달고 다녀도 알 수 없는 저 머리 안의 뇌 세상이 어떻게 우리 몸을 관장하고 돌보며 지배하는지.. 매우 흥미로워요. 그리고 제가 늘 우연님과 마주앉아 세미나를 하고있는데 늘 진지한 눈빛으로 얼마나 조목조목 쉽게 설명해 주시는지.. 매번 끄덕이며 듣습니다. 잼나요!!

    여울아님의 그림 설명에 좀더 시각화되어 보이니 분명해집니다. 재하 님의 지난 시간 이야기를 들으며 꼭 SF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제가 원래 SF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ㅋㅋ

    내가 모르는 세상의 나를 마주하게 해주는 과학세미나 즐겁습니다^^ 다음주 목차를 보니 더 재밌을 듯 해요

  • 2021-07-31 12:23

     다음 시간 요약 올립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전반적인 뇌 구조에 대해 좀 더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개별적 메카니즘 말고.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 뇌 기능과 구조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인데 우리가 넘 기초지식 없이 덤벼든 거 아닌가 하는 기우가...^^    P.S. 컬러복사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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