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강독 - A판 서론

아렘
2020-10-21 12:41
486

 

   A판 머리말과 B 판 머리말에 이어 지난 주는 A판 서론을 같이 읽었습니다.

시작 전에 아렘의 사주를 풀어주신 문탁샘은 일생 동안 여자는 하나 밖에 없다는 잔인한 말씀으로 사주를 풀어주시는 통에 정신줄을 놓아버렸습니다. 뭐라고 그 다음을 풀어주셨는지는 도저히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사주는 태어난 시도 중요하다하니 태어난 시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정확하게 아시는 분들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신 관계로) 아렘의 사주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 두기로 혼자 마음먹었습니다.

 

   시작하면서 아렘은 ‘순수 이성’이란 어구의 뜻에 잠시 화제를 지난 시간으로 돌렸습니다. 지난 시간에 단순히 ‘순수 이성’ 은 사변이성으로만 퉁쳐서 이해한다고 말씀드렸는데, 한 주간 곰곰히 들여다보고 생각을 굴려보니 ‘순수 이성’은 ‘사변이성과 실천이성’ 둘 다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 주간 생각이 조금 바뀐 셈인데요, 이런 제 의견에 문탁샘은 ‘순수 이성’이 ‘사변이성’에만 국한한다는 말이 개운치 않다는 표시를 내주시면서 중립적 태도, 요요샘과 호수샘은 ‘순수이성’은 ‘사변이성’으로 읽힌다는 의견을 내 주셨습니다. 아무튼 제 생각은 칸트는 이성을 사변이성과 실천이성으로 구분짓고 그 이성 비판을 순수하게, 칸트 말에 따르면 학문의 안전한 길을 걸을 수 있게, 주제 넘은 짓을 하지 않으면서, 경험 너머 선험적 인식 차원에서 그야말로 순수하게 비판해 보자는 방법론으로 여겨집니다. 이 질문은 뭐 계속 읽으면서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천이성은 다른 책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다뤄지니, 앞으로 가야할 길, 읽어야 할 양이 만만찮아졌습니다.

 

   또 하나의 칸트에 대한 시비는 그가 보편적/필연적 인식들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부분입니다. 인간의 경험이 부정확하다는 그리고 대상은 인식을 따른다는 그의 전회는 경험주의/회의주의로부터 형이상학을 구해내고자 하는 그의 노력의 결과로 보입니다. 경험적 인식과 선험적 인식의 구분으로 그는 도덕/자유를 경험적 세계에 위치시키고, 보편/필연은 선험적 인식에 위치시키면서 필연 아래에서의 자유가 양립 가능함을 보이는 듯 합니다. 아렘이 여기서 시비라기 보다는 눈여겨보는 것이지만, 참된 세계의 보편성이나 필연성을 제공해 주지못하는 것으로 경험을 바라보는 칸트는 그러한 보편성이나 필연이 (칸트의 전제는 아무튼 보편과 필연이 존재한다입니다. ) 선험의 영역에 있을거라고 여깁니다. 경험의 영역에 없으니 선험의 영역에 있을 거란 소리입니다. 여기까지는 제가 생각을 따라갈 만 한데,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 선험의 영역에 있으면 보편적이고 필연적일까요? 경험에 없으니 선험에 있을거란 소리는 수긍이 가는데, 선험의 영역에 있다고 무조건 보편적이고 필연적일까요? 섯부른 단정은 어렵지만, 여태 읽은 머리말과 서문은 칸트가 그리 생각하고 있음을 추측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앞으로 본문을 읽으면서 칸트의 논지를 따라가며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앞으로 읽고 생각해야 할 양이 많아졌습니다. 뭐 읽을 때마다 질문이 생기니, 질문하다 보면 뭐 하나 얻어 걸리는 게 있겠지요.

 

   다음 시간에는 B 판 서론을 읽습니다. 속도를 보아하니 우리는 정해진 8주간의 시간 동안 서론을 넘어 본문을 조금 읽으며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8주 동안이야 여럿이 같이 읽는 덕에 따라 왔는데, 8주가 끝나고 나머지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까지 혼자 읽어 낼 수 있을까 싶지만, 뭐 시간도 많고 하다보면 운 좋게 이렇게 같이 읽을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언제일지는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형편 따라 읽어 내게 되겠지요.

댓글 3
  • 2020-10-22 08:06

    지난 세미나 끝나고 제가 알라딘에 들어가서 <실천이성비판>의 목차를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순수이성비판하고 비슷하게 1부는 원리론 2부는 방법론으로 되어 있더라구요.
    그런데 최재희 샘의 번역판은 제1부 순수한 실천이성의 원리론 /제1편 순수한 실천이성의 분석론 / 제1장 순수한 실천이성의 원칙 ........뭐 이렇게 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실천이성이라고 말하는 건 혹시 순수이성의 실천적(도덕적) 적용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중립에서 아램샘쪽으로 확 기운거죠. ㅋㅋㅋ)

    근데 말입니다. 진짜 웃기는 건....그리고 나서 네이버에 실천이성 이렇게 검색을 해봤어요. 그랬더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참....맘이 거시기하더군요. 이러다간 네이버를 제 지성보다 더 의존할지도 모르겄시유....ㅎㅎㅎ

    =====================================================================================================================
    칸트 철학의 기본 개념으로 도덕적인 실천의 의지를 규정하는 이성을 가리킨다. 칸트는 『실천 이성 비판』에서 사변 이성과 실천 이성을 대비적으로 비교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이성이 서로 분리된 다른 이성인 것은 아니다. 하나의 순수 이성이 다른 의도와 관심에서 그리고 다른 영역에서 작동하는 것을 표현하는 말일 따름이다. 따라서 “만약 순수 이성이 독자적으로 실천적일 수 있고, 도덕 법칙에 대한 의식이 입증하듯이, 실제로 그러하다면, 이론적 의도에서건 실천적 의도에서건 선험적 원리들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언제나 오로지 동일한 이성일 뿐이다.”

    결국 사변 이성과 실천 이성은 두 개의 이성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이성이 서로 다른 관심에서 다르게 사용되는 것으로 설명된다. 우선 하나의 이성이 두 가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관심의 차이 때문이다. “이성의 사변적 사용의 관심은 최고의 선험적 원리들까지에 이르는 객관의 인식에 있고, 실천적 사용의 관심은 궁극적인 완전한 목적과 관련하여 의지를 규정하는 데에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실천이성 [praktische Vernunft, practical reason, 實踐理性]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 2020-10-22 08:40

    후기도 문탁샘 댓글도 잘 읽었습니다. 아렘샘께서 제기하긴 질문들이.. 칸트를 읽으면 만나게 되는 중요한 질문인가봐요. 저는 지난 시간에 확신에 가깝게 두 이성을 구분한 걸로 그렇게 일단 결론을 지었는데,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칸트가 '순수'라는 개념을 어떻게 규정하고 풀어가는지 앞으로도 섬세하게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요. 같이 하는 공부에 참여하는 것이 새삼 기쁩니다.

  • 2020-10-22 10:18

    선험적 인식은 모두 보편적 필연적일까? 경험이 갖는 한계를 범주화/개념화로써 돌파하는 인간의 능력이 선험적 인식 아닐까요?? 칸트는 논리학(수학), 물리학 등이 선험적 인식이며, 이들의 보편타당성과 필연성을 말하고 있는 데요. 혹시 아렘샘은 신, 영혼 등의 형이상학 영역도 그러한가를 묻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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