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칸트일까?

여울아
2020-10-14 21:50
598

요즘 메타인지가 핫하다.

요지는 공부 잘하는 애들은 메타인지가 가능하다는 것. 

그럼 메타인지는 뭘까? 예전엔 사진처럼 찍는 기억력을 최고로 쳤다면, 

메타인지는 분류하고 구분해서 (효율적으로)기억하는 용량과 지속력을 높이고 응용력이 뛰어나다는 것. 

분류? 구분? 이게 왜 중요하냐? 이 과정을 거쳤을 때 어떤 사물에 대한 인지작용(판단)이 한 번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가령 무분별한 숫자들의 나열을 보고서 나름대로 수의 규칙을 발견하거나 규칙을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숫자를 무작정 바라볼 때 우리는 첫 번째 인지작용, 즉 숫자들을 기억한다. 

보통 여기서 그친다. 내가 숫자를 봤으니 그 숫자를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 그 숫자들을 가지고 어떻게든 지지고볶는 과정을 거쳤을 때에야

비로소 그 숫자들을 더 잘 알게 되고 (자기방식으로) 더 잘 기억하게 된다.

수험생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파악해야 시험에 대처(조절)할 수 있다는 것!!

이 과정을 인지를 넘어선 인지, 메타인지라고들? 하는 것 같다. (meta의 어원 중 하나는 over 넘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것은 요즘 나의 고민하고도 비슷하다. 

생각들이 상념처럼 불쑥 불쑥 스쳐지나가기만 하니까 10년을 공부해도 뭣 하나 남은 게 없다.. 흑흑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내년에 오십인데, 넌 왜 그렇게 사니? 누군가 묻는다면 딱히 해줄 말이 없다.

거창하게 세계관, 가치관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내 자신의 존재이유를 알고(밝히고?) 싶다.

그러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그 기록들이 모아지면 갈래를 치고 상념이 아니라 나의 사고회로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무작정 기록하기 시작했다. 

(은우는 일기장을 사라고 했지만 나는 노트북을 마련했다... ㅎㅎ)

아, 내 관심사는 이런 거구나. 강의나 세미나를 기록하려고 했더니 아, 이런 건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했구나.. 

결과적으로 문탁에서 메모나 에세이를 쓰면서 느꼈던 과정들이다. 

조금 다르다면 그때그때 공부에 따라 조금씩 건드렸던 생각들을 하나의 주제나 관심사로 모아보려는 시도이다.(아직까진 소망일뿐 ㅠㅠ)

 

그렇다면 메타인지나 떠다니는 상념들을 정리해보겠다는 나의 시도는 어떻게 칸트와 만날 수 있을까?

사실 <순수이성비판> B판 서문을 다 읽고 났는데, 여전히 모르겠는 말 투성이다. 

순수이성과 사변이성은 어떻게 다른가? 이둘은 형이상학(metaphysics)과는 어떠한가?

난 지난 십년 새 그 어느 때보타 이성적일려고 애쓰는데,

칸트는 이성을 법정에 세우고, 책임소재(월권행위를 고발하겠다고)를 분명히 하겠다고 벼른다...(아직 머릿말)

그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기존의 사고체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럼으로써 이성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인식은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인식 주체의 패러다임으로부터 기획된다는 것을 발견해냄으로써 

그는 궁극적으로 인식작용의 지평을 넓히려고 시도한 셈이다. 

나의 시도 역시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인지를 규명해내고 싶은 발로아닐까. 

내게 주어진 삶이 아니라 내가 구성하는 삶은 어떠한 지를 들여다보려는 시도...

(뭔가 불끈 두 주먹을 쥐어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옛날에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자로야, 내가 앎(안다는 것)에 대해 깨우쳐주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우와~ 공자님은 뇌과학이니 뭐니 없어도 메타인지(형이상학)가 가능한 인간의 능력을 간파하셨구나. 

이렇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성찰이고, 철학이고... 칸트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했던 철학 아닐까. 

 

댓글 3
  • 2020-10-15 00:22

    어머 칸트가 핫하네요. ㅎㅎ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num=3095984

    칸트처럼 걷기, 양생팀이라면 다르게 말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2020-10-16 13:35

    우리는 아마도 비칸트적으로 걷기인 듯! 규칙적으로 걷는다는 것 자체가 누구나에게 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고! 형편껏 각자의 나름대로의 루틴 만들기를 하고 있어요^^ 쓰고 보니 이런 것도 칸트적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드네요!

    • 2020-10-16 21:32

      오호 빙고~ 이런 저런 칸트에 관한 썰을 들었을 땐 막연히 쪼잔한 노인네라고 생각했는데, 머릿말을 읽고 나서는 그의 산책이 좀 다르게 생각되더라구요.
      칸트처럼 걷기는 시계추처럼 정확한 시간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매일 들여다보려는 시도에 방점을 맞춰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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