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명리 기초> 6회차 후기

우연
2020-03-28 18:06
487

긴 코로나 방학을 끝내고 다시 세미나를 시작하였다.

애초 두 달, 10번을 계획으로 1월 중순에 시작된 사주명리 기초 세미나는  막 자리를 잡아가는 와중에 문탁의 다른 세미나와 마찬가지로 기약없는 중단을 해야했다.  한 주를 쉬고 조금 조심스럽지만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은 나와서 복습을 하자고 하면서 2주를 보냈고 3주 만에  공식적으로 다시 시작했다.

애초 8명으로 시작했는데 개인적 사정과 3월 말 끝내는 걸 염두에 두고 시작한 3명이 빠지고 5명이 모였다. 그래도 3명이서 복습하다가 5명이 모이니 반갑고 즐거웠다.

 

코스모스님의 설명으로 천간합을 다시 되새겨 보았고 여름님의 설명으로 지지합과 충을 복습했다. 각각의 오행에  음양이 있지만 천간 전체적으로 볼 때 甲~戊까지를 양으로, 己~癸까지를 음으로 다시 나눈다면  서로 짝하는 음양이 합으로 이어진다는 코스모스님의 설명은 이해하기 쉬웠다. 지지합, 충은 천간보다 경우의 수가 많아 여전히 암기가 잘 안되지만 기본 원리를 다시 복구해보며 설명을 들었다.

여름님이 정리해 온 대운과 세운으로 오늘의 진도를 나갔다. 자기가 태어난 날의 앞 뒤 절기를 살펴 대운을 계산하는 법과 한 해의 세운을 원국에 적용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공부하였다.

그동안 우리가 공부한 것을 두 회원의 원국에 적용해 보며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응용도 해 보았다.

 

난 미래를 예언한다는 점술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인간의 강인한 의지와 합리적, 과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한 예측 가능한 학문에 훨씬 매력을 느낀다. 아님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기반한 근원적 성찰에 많은 관심이 가고. 이런 내가 소위 점술로 널리 알려진 사주 명리를 공부하면서 배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도 난 한 개인이 태어난 날에 따라 운명이 정해진다는 명리의 기본 명제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겠지만서도 이론을 해석하는 법도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 같다. 천 년을 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명리의 세계가 나름 일리가 있겠다 그저 고개를 끄덕끄덕 할 뿐 여전히 나에게는 오리무중의 세계이다. 누군가는 편인이 하나도 없고  정인으로 넘쳐나는 신강한 사주의 내가 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라 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저 그 원리나 알자 하고 시작한 것이지 이걸 공부해서 감히  타인의 운명을 기웃거릴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내 운명도 내 의지와 스스로의 성찰을 믿지 명리로 풀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아직도 내 핸드폰에는 명리 앱이 깔려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리 세미나 시간은 즐겁다. 조금씩 알아가는 옛사람들의 사고방식도 흥미롭고 같이하는 세미나 회원들과의 토론도 재미있다. 전혀 남이었던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내 삶에 스며드는 과정도 많이 행복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까칠함과 독선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나이 들면서 좀 푸근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스스로 계속하여 크기를 원하는 갑목이라서 그렇다나 뭐라나. 갑목과 충하는 경금으로 둘러쌓여 세미나를 한다. 같이 시작했던 陰干  세명은 중도에 그만두고 지금은 陽干들만 남았다. 앞 뒤 연결없이 머리 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툭툭 독하게 튀어나오는 나의 직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겨주는 경금들(ㅋㅋㅋ)이 고맙다. 이런 게 명리적 성격인가 싶기도 하고. 인성과다인 나의 사주는 타인의 도움을 당연시 하고 신강한 갑목으로 유아독존 자기 중심적 사고에 갇히기 쉽다고 한다. 명리 세미나는 지식적 축척보다 나의 인간성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이제는 지식보다는 지혜를 가지고 싶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지는 못할 지언정 못된 말로 상처주는 행동은 피하고 싶다. 이런 면에서 세미나 회원들은 나의 훌륭한 파트너들이다. 신의와 의리의 도끼질로 제멋대로 자라는 커다란 나무의 곁가지를 멋지게 가다듬어 줄 수 있는 경금들로 포진된 자리이므로. 혹시 지칠까 또하나의 인성 역할로 무던히 자리 지키고 있는 壬水의  존재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자체 자가 격리 들어갑니다. 2주 지나고 3주 뒤에 만나요.

 

댓글 3
  • 2020-03-28 21:01

    경금들이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기는 거겠죠.ㅋㅋ
    그런데 뭐 그다지 독하진 않으니 맘 쓰지 마세요.

    어제 집에 와서야 후기를 안정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내일쯤 써야지 했는데 이렇게 자발적으로 후기를 올려주
    시니 정말 감사해요~~

    간만에 따님이랑 좋은 시간 보내시고 2주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 2020-03-28 22:20

    우연샘의 자발적 후기 넘 멋지네요 ㅎㅎ
    저도 우연샘처럼 명리공부로 지식축적보다는 지혜를, 그리고 나를 돌아보려고 노력해보렵니다.
    오랜만에 더 많은 동학들과 함께한 시간이 필연인지 우연인지 양간들만 드글드글하였는데 무척 시끌시끌 재미난 시간이었어요~~^^

  • 2020-03-29 12:14

    3주를 쉬었더니, 앞에 배운거 잊어버려서 어쩌나했는데, 코스모스샘과, 여름샘이 이해 쏙쏙가게끔 정리해주셔서 그런지 편안하고 즐거운 세미나를 하게되었네요.
    우연샘과 우연히 사주명리같이 하면서 느낀점이 있다면, 우린 명리대로 사는거 아닌가?하는....ㅋ

    2주간 자가격리하면서 딸이랑 맛나는거 많이 묵으면서 사랑을 나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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