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 후기] 김산의 아리랑 2

달팽이
2019-04-10 22:32
315

아리랑 두번째 시간은 낭만적인 혁명가에서 

대중을 사랑하는 지도자로 성장하는 김산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는 김산이 광둥 코뮌 봉기 실패 후 하이루펑 농촌 소비에트 지역으로 후퇴하여

그들을 포위한 백군과 싸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백군의 공격에 속수무책 당하기만 하는 혁명세력은 1/ 2000로 줄어들어 피신길에

오릅니다. 이 피난길은 고난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는 계속되는 죽음의 고비를 천우신조의 운과 불굴의 의지로 넘어서며 성숙해갑니다.

그 길에는 젊고 매력적인 혁명가에게 매료되는 아가씨들과의 연애가 빠질 수 없습니다.

김산은 혁명에 방해가 되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매력적인 아가씨에게 자연스레 흐르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합니다.

몸도 마음도 튼튼하고 독립적이어서 돌봐줄 필요가 없는  

과학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첫사랑은 너무나 독립적이어서 

오히려 김산이 돌볼 필요없고, 변화를 일으킬 수도 없어 인연을 이어가지 못합니다.

결혼을 결심하는 아가씨는 무엇이든 가르치면 받아들이는 착한 아가씨입니다.

그 아가씨의 무한한 신뢰와 헌신에 이끌립니다.

중국공산당과 조선공산당을 연결하는 조직활동을 하던 김산에게 

체포와 고문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고문에 굴복하여 동지를 파는 상황들을 목격하는 김산은 

인간성에 대한 믿음과 중국공산당에 대한 믿음에 균열을 일으킵니다.

대중을 조직하는 활동과 당의 명령 사이의 괴리를 경험하면서

김산은 지도력과 민중의 의지에 대해 깊이 고민합니다.

대중을 사랑하는 고뇌하는 성숙한 지도자로 변화해 가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블랙은 20년 전 아리랑을 읽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엄청 변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20년 전에는 해방운동사와 비교하느라 김산이라는 인물은 뒷전이었는데

지금은 김산의 삶이 블랙 안으로 훅 들어왔다고.

느티나무샘은 조르바의 춤과 김산의 삶이 찬란한 슬픔의 이미지로 

오버랩되어 나타나는 듯하다고 합니다. 기민하고 맹렬한 빛나지만 슬픈.

고은은 처음으로 역사가 생동감있게 다가왔다고 하더군요.

처음으로 자신이 켜켜이 쌓인 시간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요요샘은 근대사를 가볍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밀양과 문탁과  근대사 공부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셨어요

우리 공부에 친구들이 공감하도록 할 수 있을까 고민이시라고.

저도 아리랑을 읽으며 새삼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힘든 시절 찬란하게 살았던 젊은 김산의 삶과 

편안한 시절 지리멸렬한 우리의 삶을 대비하여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독립운동가 김대지의 손녀가 풀어쓴 한민족 100년사

<<줄리아의 가족 순례기>>를 1부 149쪽까지 읽습니다.

발제는 느티나무 샘입니다.

다음 주에는 빛나샘 그리고 구미현샘도 함께 하실 예정입니다.

특별한 세미나가 될 거 같은데요. 함께 하실 분들 책 안 읽고 오셔도 환영할께요

댓글 2
  • 2019-04-11 17:57

    김산은 연인의 아름다움을 '과학적 아름다움'이라고 찬탄합니다.

    저도 예전에 자신의 의견이 옳다는 걸 강조하고 싶을 때면 과학적****라는 말을 수도 없이 썼던 터라 

    우습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얼굴이 붉어지더군요.

    얼마전 우연히 보게된 동영상 강의가 있었는데

    그 강의의 강사는 '인문학적'이라는 형용사를 즐겨 쓰더군요.(왠지 제 낯이 뜨거워졌어요. 왜그랬을까요?^^)

    무언가를 비판하기 위해 쓴 말인데, 어떤 맥락에서는 부분적으로 동의가 가기도 했지만

    대체 '인문학적' 이라는 게 뭐지? 그런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과학적 아름다움'은 웃음이 터지게 하는 기묘한 표현처럼 들리지만 정말 그럴까 싶습니다.

    우리는 멋지고 좋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어떤 형용사를 붙이고 있을까요?

    어떤 단어에는 그 말의 의미보다 먼저 그 말로 인한 정념이 따라붙고 우리는 그 정념의 자장 안에서 말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말에 따라붙는 정념은 시대적인 맥락이나 상황적인 맥락과 무관하지 않지요.

    우리에게는 인문학적, 공동체적, 민주적 이런 말들이 그렇지 않을까요?

    그 반대편에 꼰대적, 물신숭배적, 엘리트적, 폭력적 같은 말이 있겠지요.

    김산의 연인에 대한 찬탄이었던 '과학적 아름다움'을 통해 나와 시대의 관계를, 

    그리고 나의 생각과 말의 이면에 전제된 어떤 의미와 정념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역사와 관련된 책을 읽어서 그런지 '역사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군요.

    이 경우 '역사적'으로에는 어떤 정념이 깔려 있을까요?? ㅋㅋ

  • 2019-04-15 0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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