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A판 머리말

요요
2020-09-21 21:19
442

8주만 하고 흩어지는 번개세미나인 <순수이성비판> 서문 강독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의로 들은 지식들은 쉽게 휘발되어버리고 마는지라 단 몇 쪽이라도

<순수이성비판>의 원문을 읽어보자는 소박한 생각으로 강독을 시작했습니다만, 역시 쉽지 않군요!

A판 머리말을 읽으면서 느낀 최초의 인상은 칸트의 문장이 의외로 문학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철학적 개념과 논리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맥락적 앎을 요구하는 까다로움이 있기도 하네요.

그래도 강독 세미나 덕분에  A판 서문을 한 문장 한 문장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B판 머리말을 읽을 차례.

A판(1871)으로부터 7년 뒤에 쓴 B판 머리말은 또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할지...ㅎㅎㅎ

B판 머리말을 읽기 전에 지난 시간에 뭘 읽었나 복습하는 차원에서 몇 개 구절을 골라보았습니다.

 

 

인간 이성의 운명과 형이상학

"인간의 이성은 어떤 종류의 인식에서는 특수한 운명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성은 이성의 자연본성 자체로부터 부과된 것이기 때문에 물리칠 수도 없고 그의 전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대답할 수도 없는 문제들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성은 그렇게 함으로써 혼돈과 자가당착에 빠진다. 이성은 착오들이 근저의 어디엔가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하면서도 그가 이용하는 원칙들이 모든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 있어서 경험의 어떤 시금석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그 숨겨져 있는 착오들을 발견하지는 못한다. 이런 끝없는 싸움거리의 전장이 다름아닌 형이상학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성에 대한 비판(탐구)은 시대적 요구

"그러나 모든 학문이 번성하는 한가운데서, 그것도 사람들이 모든 지식 중에서도 그것을 갖는 것을 되도록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바로 그 지식과 관련해서 일어난 이 무관심은 각별히 주목하고 숙고할 만한 현상이다. 이 무관심은 분명히 경솔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이제는 더 이상 사이비 지식에 자신을 내맡기지는 않으려는 시대의 성숙한 판단력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 시대는 또한 이성에 대해, 이성이 하는 업무들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인 자기 인식의 일에 새로이 착수하고, 하나의 법정을 설치하여, 정당한 주장을 펴는 이성은 보호하고, 반면에 근거없는 모든 월권에 대해서는 강권적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성의 영구불변적인 법칙에 의거해 거절할 수 있을 것을 요구한다. 이 법정이 다름아닌 순수이성비판 바로 그것이다."

 

순수이성비판의 과제

"여기서 순수이성 비판이란 책들과 체계들에 대한 비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능력일반을, 이성이 모든 경험으로부터 독립해서 추구함직한 모든 인식과 관련해서 비판함을 뜻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도대체 형이상학이라는 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결정하고, 형이상학의 원천과 범위 그리고 한계를 규정하되, 그것들을 모두 원리로부터 수행함을 뜻한다."

 

"철학의 의무는 오해에서 생긴 환영을 제거하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설령 대단히 칭송되고 애호되던 망상이 소실된다 해도 말이다. 나는 이 작업에서 면밀함에 크게 주목하였고, 그래서 여기에서 해결되지 않은 또는 적어도 해결을 위한 열쇠가 제시되지 않은 형이상학의 과제는 하나도 없다고 감히 말한다."

 

"나의 주장은 가령 영혼의 단순한 본성이나 제일의 세계시초의 필연성 같은 것을 증명했다고 자칭하는, 아주 뻔뻔스런 기획의 여느 저자들의 주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온건한 것이다. (...) 왜냐하면 나는 겸허하게 이런 일은 전적으로 내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요, 그 대신에 나는 단지 이성 자신과 그것의 순수 사고만을 다룬다고 고백하니 말이다. 나는 순수이성을 나 자신 안에서 만나고, 또 그에 관해서 일반 논리학은 이성의 모든 단순한 활동들을 완전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헤아릴 수 있는 예를 이미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성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얻기 위해 나의 밖으로 멀리 나갈 필요가 없다. 여기서 문제로 던져지는 것은 오직, 나에게서 모든 경험의 재료와 조력을 제거할 때, 나는 이성을 가지고서 얼마만한 일을 해낸다고 희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비판적 연구의 형식: 확실성과 분명성에 대하여

"(확실성에 관련해서 이런 종류의 고찰에서 결코 의견을 내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선험적으로 확립되어야 하는 모든 인식은 스스로, 자신은 단적으로 필연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야 하는 것이고,아니 오히려 이것이 모든 선험적인 순수인식의 규정이며, 그것은 모든 명증적 확실성의 기준, 그러니까 그 자신 실례이어야 함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점에서 나 스스로 떠맡은 바를 내가 과연 해냈는가 어떤가는 전적으로 독자의 판단에 맡겨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우리가 지성(오성)이라고 일컫는 능력의 근원을 밝혀내고, 동시에 이 지성사용의 규칙들과 한계들을 규정하기 위해서, 내가 초월적 분석학의 제2장에서 순수지성개념의 연역이라는 제목 아래 수행한 것보다 더 중요한 연구는 없다."

 

"분명성에 관해서는 독자는 우선 개념에 의한 논변적 분명성을, 다음에는 직관들, 즉 구체적으로 실례나 다른 해명들에 의한 직관적 분명성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첫번째 요구에 대해서는 나는 충분히 배려하였다. 그것은 내 계획의 본질과 관련한 문제였고, 그러나 또한 비록 그렇게 엄밀하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합당한 두번째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었던 우연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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