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읽기 세미나 두번째 시간 후기

느티나무
2020-08-25 19:15
385

[소송] - 블랙코미디

마침내 소송을 다 읽었다

그 어렵다는 카프카의 작품을,

도대체가 소설이라 하기에는 시작도 끝도 없는, 늪을 헤매는 느낌으로 읽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더듬이를 세우고 무언가를 찾아내길 바랐다.

이 문제작을 읽고 세미나는 갑론을박이 오고갔다.

 

“이 소송은 우리의 삶과 닮아 있어요.”

“세상은 다 소송인데 소송의 바깥은 무엇일까요?”

“법을 잊고 살다가 어느 순간 법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고 법 바깥으로 나갈 출구를 찾아 헤매지만 결국은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소름 돋는 식스센스의 공포가 느껴졌어요.”

“우리는 법에 연루되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남쪽으로 튀어야 하나?”

“카프카는 법이 정의로서 있는 것이 아니라 욕망으로서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새털이 ‘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에 실린 글의 한 부분을 읽어주었다.

“카프카를 괴롭히고 그로 하여금 화나고 분노케 하는 유일한 것은, 그를 문학에서 도피처를 찾는 내면주의적 작가로, 고독과 죄의식, 내밀한 불행을 다룬 작가로 다루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의 잘못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함정을 넘어가기 위해, 그리고 유머를 통해서 그 모든 것을 휘둘러댔기 때문이다. 카프카의 웃음이, 아주 즐거운 웃음이 있다.~중략~ 카프카와 일치하는 것은 오직 두 가지 원칙밖에 없다. 비록 그가 함정이나 서커스로 간주하는 광대 선언을 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차라리 그것으로 인해, 카프카는 삶의 기쁨에서 기인하는 더없이 즐거운 웃음을 짓는 작가라는 것이다.”

카프카에게 글쓰기란, 그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다. 그것은 결코 문학이 아니라 언표행위였다. 욕망과 함께 하는, 법과 국가, 체제를 넘어서는 언표행위, 하지만 언표행위는 언제나 그 자체가 역사적이고 정치적이며 사회적이다.”

이 글을 읽고 나니 [소송]의 모든 내용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블랙코미디로 다가왔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옴니버스 블랙코미디... ... 듵뢰즈가 해석하는 카프카는 카프카 보다 더 어렵다. 

사실 소설의 상징성을 찾겠다는, 혹은 카프카는 어려우니까 뭔가 해석을 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걷어내고 분석없이 그냥 그대로의

[소송]을 다시 보면 각 장들이 주는 웃음코드가 있다.

그리고 웃음 뒤에 우리의 삶의 모습이 씁쓸한 여운으로 남는다.

그는 우리에게 웃음을 통해

"어떻게 소송에서 벗어나고 소송을 피하며 소송 밖에서 살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블랙코미디 같은 그의 언표행위 자체로서 삶의 유희를 보여주고 있다.

웃음과 여운, 이것으로 카프카를 읽어보면 어떨까?

이렇게 생각하자 앞으로 읽을 카프카의 소설들이 기대가 된다.

일단 어렵게 분석하지말고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읽어 보기.

다음주는 [성] 129쪽까지 읽어옵니다.

댓글 2
  • 2020-08-25 21:39

    단백하게 읽어보기.....좋아요^^
    소수적이다! 소수자다! 라는 것이 소송을 빠져나가는 길인 것 같아요. 나의 소수성, 나의 샛길에 대해 생각해봐요~

  • 2020-08-27 20:02

    카프카는 자꾸 웃으라는데 전 자꾸 저의를 캐묻게 되네요. 경직된 독서에서 즐기는 독서로 가려면 좀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소송에서 성을 지나 실종자까지 가는 어느 사이에 맘 비우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ㅎ

    후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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