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고개 하나 넘은 근대사 세미나

요요
2019-05-27 20:14
267

오늘은 염인호와 김영범이 쓴 의열단 관련 논문과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의 할아버지 박태원이 쓴 <약산과 의열단> 한 권을 읽었습니다.

달팽이가 만들어 온 김원봉 연보로 김원봉의 일생을 훑고

블랙커피가 요약해 온 <약산과 의열단>을 통해 

김원봉이 황푸군관학교로 가기 전, 1919년부터 1925년까지의 의열단의 활동을 살펴보았습니다.

(최근 드라마 이몽의 시대배경이 1930년대인데, 사실 이 시기에 김원봉과 의열단은

암살, 테러 등의 활동을 중단하고, 조선의용대를 조직하여 항일투쟁을 전개합니다.

그러니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1920년대 초에 의열단은 왜 요인암살, 경찰서나 동척, 조선총독부 폭탄투하 등과 같은 활동을 한 것일까요?

의열단의 노선은 대중운동이었던 3.1 운동의 좌절과 상해임시정부의 외교노선,

다른 한편 의병계열을 잇는 무장투쟁 준비노선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제시된 방법론이었습니다.

그것을 가장 잘 정리해 놓은 것이 단재 신채호선생이 쓴 <조선혁명선언>입니다.

우리는 <조선혁명선언>을 같이 읽으면서 

먼저 당시 의열단 활동을 한 사람들이 느꼈을 고뇌를 같이 느껴보려 애썼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하게 만든 시대적 맥락을 알지 못하고서는 그들이 왜 그런 길을 갔는지 

비판하기는 쉽지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세미나를 하면서 읽었던 텍스트들이 우리에게 그런 이해의 폭을 넓혀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금일 혁명으로 말하면 민중이 곧 민중 자기를 위하야 하는 혁명인 고로 민중혁명이라 직접혁명이라 칭함이며...

돈도없고 군대도 없는 민중으로 백만의 군대와 억만의 무력을 가진 제왕도 타도하며

외구도 구축하나니 그러므로 우리 혁명의 제일보는 민중각오의 요구니라.

민중이 어떻게 각오하느뇨?

곧 선각한 민중이 민중의 전체를 위하야 혁명적 선구가 됨이 민중각오의 제일로니라."

"우리의 민중을 깨우쳐 강도의 통치를 타도하고 우리 민족의 신생명을 개척하자면

양병 십만이 일척의 작탄만 못하며 억천장 신문잡지가 일회폭동만 못할지니라."

"혁명의 길은 파괴부터 개척할지니라. 그러니 파괴만 하라고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하랴고 파괴하는 것이니 만일 건설할 줄을 모르면 파괴할 줄도 모를지며

파괴할 줄을 모르면 건설할 줄도 모를지니라. 건설과 파괴가 다만 형식상에서 보아

구별될 뿐이요. 정신 상에서는 파괴가 곧 건설이니 이를테면 우리가 일본세력을 파괴하랴는 것이."

신채호 선생의 글은 참 멋집니다. 다른 친구들과도 언젠가 꼭 같이 읽어보고 싶습니다.

구영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김영범의 논문은

논자의 주장은 분명하지만 근거가 빈약하고 추론이 앞서는 글입니다.

우리는 필자가 제기하는 의혹만큼이나 우리 역시 다른 정황들을 근거로 그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김영범은 윤세주가 윤치형에게 구영필이 배신자라고 수신호로 말해주었다고 하는데

32년부터 42년까지 10여년간 김원봉과 같이 활동한 윤세주는 그 사실에 대해 김원봉에게 침묵한 것일까?

왜 <약산과 의열단>에서 김원봉은 밀양폭탄사건과 관련하여 구영필에 대해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는가?

또 황상규 역시 구영필에 대한 배신감과 좌절감으로 체포기간 중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는 김영범의 추측은 합당한 것일까.

구수만이 밀양에서 활동할 때 황상규와 함께 했는데 황상규는 왜 구수만을 배척하지 않았을까? 등등

김영범의 논문을 읽다보면 가장 중요한 근거의 하나로 이수택(이일몽)이 했다는 말이 제시됩니다.

김영범의 논문에서는 이일몽을 정말 이상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약산과 의열단>에서 약산이 회고하는 이일몽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런 문제들도 앞으로 세미나를 통해 좀 더 정리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주부터는 다섯가지 테마로 정리를 심화해가며 발표자료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각자 하나의 테마를 맡아서 내용과 주제의식을 분명히 정리해가자는 거지요.

1, 3.1운동 이후 1920년대 항일운동의 지형(블랙)

2, 의열단활동(달팽이)

3, 간도 이주사(느티나무)

4, 간도에서의 항일운동사(고은)

5, 구영필의 활동(요요)

다음주에는 위 테마에 대해 각자 간단히 1~2페이지로 문제의식과 앞으로의 연구방향을 정리해 오기로 했습니다.

혹은 그 사이에 공부를 더 해서 지금까지보다 더 나아간 내용을 정리해 오셔도 되겠지요.

다음 주에 빛나샘이 세미나에 오면 서로 의논해서 빛나샘이 연구할 테마도 정하려 합니다.^^

그리고 몇 주 뒤인 6월 17일은 밀양에서 세미나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낮에 세미나하고 밤에 돌아오는 일정으로요.

물론 오늘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눈 것인지라 빛나샘과 구미현샘의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도 있습니다.

길드다 청년들에게도 제안하고 문탁 학인들에게도 같이 가자고 할 생각입니다.

그 때 쯤이면 뭔가 중간점검 정도 가능한 내용은 정리되어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댓글 1
  • 2019-05-27 20:34

    제가 세미나 준비하면서 장만한 책이 여러권 있는데 주제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블랙에게는 <한국독립운동사>(박찬승), <조선공산당평전>(최백순)-두 권 다 소프트한 책입니다.^^

    느티에게는  김춘선의 <재중 한인 이주사 연구>, <북간도 한인사회의 형성과 민족운동>

    고은에게는 만주지역과 운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무조건 산 책들, <만주지역 한인민족운동의 재발견>(박환), <만주지역 한인사회와 항일독립운동>(박영석) <중국지역 민족운동사>(신주백)

    내일 문탁 공부방에 가져다 놓을게요.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안타깝게도 달팽이와 저를 위한 책은 없네요.ㅠㅜ

    음.. 검색이 필요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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