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플레망 supplement 에 대해서

루욱
2019-09-27 19:38
87

 며칠 전 어느 철학자의 강의를 들었는데  제가 저번 시간에 발제한 보충 대리물(supplement쉬플레망)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위해서 혹시 저 같은 분이 또 계신다면 그런 분들을 위해 좀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서양의 철학은 말(소리)을 숭상하며 문자를 폄하했었습니다. 말은 화자의 현존을 전제하고 글은 읽는 시점으로 글쓴이의 부재를 전제하죠. . 그래서 글은 읽는 사람의 임의 해석을 낳기 쉽고 문자가 왕의 말을 대신할 경우 위조나 남용의 문제를 우려했기에 오랫동안 문자를 경계해 왔습니다. 루소는 글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했습니다. 글이 없었을 때는 경전도 다 외우고 그랬을테니까요.  그래서 글은 어디까지나 말의 보충대리물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데리다는 이 보충대리물 (supplement쉬플레망) 이라는 단어에 주시를 합니다. . 대리 보충물supplement 의 프랑스 원어인, 쉬플레망에는 두 가지 의미가 필연적으로 내포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보충>은 기존의 것에 더하는 것이므로 잉여와 부가의 의미를 지니지만 데리다는 여기에 또 하나의 의미,  즉 <대리>의 의미도 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이 <대리> 란 기존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의미,  즉 기존의 것이 무언가를 결여하고 있음도 의미한다는 것이죠.  잉여와 결여,  그리고 보충과 대리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셈이죠.

 

저는 Mcluhan (맥루한?) 의  <미디어의 이해>를 읽어 보진 않았습니다. 그 철학자의 설명에 의하면 글이 쉬플레망이라면 미디어도 쉬플레망이라고  맥루한은 말한다고 합니다. 핸드폰, 자동차, 하물며 화폐까지도 미디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미디어는 신체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우리가 핸드폰에 모든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기에 이제 번호들을 외울 필요가 없죠. 그러다가 핸드폰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이 기계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지적 능력이 더 떨어졌는지 여실히 느끼게 되죠. 곧 우리의 신체 능력이 잠식 당했다고 느끼죠.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신체의 능력이 확장되거나 잠식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신체를 쓰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이제는 전화 번호를 외워야 했던 신체의 능력이 다른 영역에, 다른 방식으로 쓰여진다는 겁니다. 데리다식으로 말하면 기존의 역할을 대신하는데 다른 방식으로 다른 영역에서 신체의 능력을 쓰는 것이죠. 말을 대신한 글을 통해 신체의 작동 방식이 달라졌던 것이고, 요즘은 수 많은 미디어들을 통해 신체의 작동 방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댓글 2
  • 2019-09-28 21:59

    신체가 기계에 의존하느냐, 아니면 기계가 신체의 연장이 되는냐....뭐 그런 이야기랑 비슷한건가요?
    아무튼, 아직 잘 모르겠는 데리다.... 는 말놀이의 대가인것 같습니다. ^^ 어쩌면 천재적 아재개그맨 아니었을까요?ㅎㅎ

  • 2019-09-28 23:37

    세탁기 덕분에 책도 읽고 도자기도 만들고 재봉할 시간까지 생겼죠.
    집안 가전제품 중 가장 고마운 세탁기.. 너를 찬양한다!!

글쓰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알림]
[알림]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 함께 읽어요~ (3)
노을 | 2019.12.15 | 조회 216
노을 2019.12.15 216
[마감]
[마감] <밤을 사유하다 >시즌3 안내- 말에서 비껴나는 말 (6)
히말라야 | 2019.09.12 | 조회 506
히말라야 2019.09.12 506
233
중세의 가을, 후기
모리스 | 2020.01.19 | 조회 44
모리스 2020.01.19 44
232
중세의 가을, 발제
모리스 | 2020.01.16 | 조회 20
모리스 2020.01.16 20
231
[중세의 가을] 부정과 망각의 차이 (2)
노을 | 2020.01.12 | 조회 50
노을 2020.01.12 50
230
밤세미나, 에세이 (2)
yj6470 | 2019.12.02 | 조회 123
yj6470 2019.12.02 123
229
<낭송 장자> 첫시간 후기 (3)
| 2019.11.26 | 조회 55
2019.11.26 55
228
"호모 루덴스" 마지막 시간 후기 (2)
노을 | 2019.11.16 | 조회 61
노을 2019.11.16 61
227
호모루덴스 두번째 후기 (1)
아나 | 2019.11.15 | 조회 45
아나 2019.11.15 45
226
호모 루덴스 마지막시간 발제 (1)
노을 | 2019.11.13 | 조회 43
노을 2019.11.13 43
225
호모 루덴스 후기 (3)
루욱 | 2019.11.04 | 조회 100
루욱 2019.11.04 100
224
<언어와 신화> 후반부 세미나 후기 (2)
초희 | 2019.10.29 | 조회 53
초희 2019.10.29 53
223
<언어와 신화> 전반부 후기 (5)
곰곰 | 2019.10.19 | 조회 86
곰곰 2019.10.19 86
222
<언어와 신화> 전반부 발제 (2)
곰곰 | 2019.10.17 | 조회 51
곰곰 2019.10.17 51
221
<마네> (3)
씀바귀 | 2019.10.15 | 조회 69
씀바귀 2019.10.15 69
220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두 번째 시간 후기 (1)
히말라야 | 2019.09.28 | 조회 62
히말라야 2019.09.28 62
219
쉬플레망 supplement 에 대해서 (2)
루욱 | 2019.09.27 | 조회 87
루욱 2019.09.27 87
218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두번째 발제
히말라야 | 2019.09.26 | 조회 62
히말라야 2019.09.26 62
217
데리다&들뢰즈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 첫 번째 부분 후기 (2)
루욱 | 2019.09.20 | 조회 110
루욱 2019.09.20 110
216
데리다&들뢰즈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 첫 번째 발제 (1)
루욱 | 2019.09.12 | 조회 161
루욱 2019.09.12 161
215
시즌2 에세이데이 후기 (2)
히말라야 | 2019.09.08 | 조회 100
히말라야 2019.09.08 100
214
시즌 2 마무리하며 (4)
루욱 | 2019.09.03 | 조회 88
루욱 2019.09.03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