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두 번째 시간 후기

히말라야
2019-09-28 22:40
74

이번 시즌에 합류하시게 된 장혜인샘-아니, '아나'샘과 자체휴가에서 돌아 온 초희샘까지 돌아와 6명이 둘러앉으니 세미나 시간이 더욱 풍성하고 활기찼던 것 같습니다. ^^

 

이번 시간의 주요 내용은 데리다의 의미와 무의미의 중첩, 들뢰즈의 기계 그리고 헤겔의 제한경제와 비교한 바타유의 일반경제학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발제자였던 저는 '죽음이나 삶의 무의미'에 대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고민하다가 저의 지병인 신경통으로 발제의 맥을 전개해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죽음을 삶과 연관시키지 않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의미가 잘 잡히진 않습니다. 

 

우선 테두리와 경계의 문제. 데리다는 안과 밖을 나누는 테두리는 과연 무엇인가 질문을 던집니다. 테두리는 안인가 아니면 밖인가. 안이라고 말해도 밖이라고 말해도 모두 틀린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안과 밖의 구분조차 사실상 명확하다고 말할 수도 없어집니다. 제 신경통이 정상인지 아니면 병인지 그것 역시도 확실하지는 않은데, 우리는 아주 당연하게 그런 것은 그냥 병이라고 말하며 살고 있지요. 이런 명확한 이분법이 통용되는 것은 하나의 질서가 폭력을 휘두르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지요.

들뢰즈의 기계는 전체가 단일한 목적을 위해 실행되는 기계론적인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기계론적인 기계의 부분들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정해진 기능을 실행하는 기관일 뿐이라면 들뢰즈의 기계는 각각의 부분이 배치에 따라 무수히 다양한 것들로 변용됩니다. 그리고 이 기계는 무의식적 욕망에 따르긴 하지만 주체화된 하나의 욕망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관계에 따라 다양한 무의식이 발현되어 의식적 질서를 위협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혁명적이고 때로는 파시즘과 같은 위험함도 있습니다.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역설한 헤겔은 죽음마저도 인간의 삶을 위해 복무하는 것으로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삶이라는 게 그렇게 단일한 목적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는 바타유와 데리다의 주장이 더욱 그럴듯하게 여겨졌지요. 쓸모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뿐 만 아니라 낭비적이고 무모하고, 무의미하게 보이는 많은 것들 역시도 삶에는 버젓이 존재하며 그런 것들이 있어서 삶이 더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있게 들렸습니다. 

 

지난 시즌 에세이데이에 매시간 메모를 해오겠다던 초희샘은 한장을 빽빽히 채워와서 우리모두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처음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신 혜인샘...아니, 아나샘은 종교공부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시며 종교공부와 철학공부가 어딘가 통하는 곳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제 인생에서 쭈욱... 거슬려왔던 신경통을, 루욱샘은 두통을 어느 정도는 그냥 그대로 인정하며 그들과 함께 그냥 잘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시간에는...이번 시즌 예정에 없던, 우리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가지 않는 '밤을 사유하다-기계'이니까!, 조르주 바타유의 [마네]를 읽기로 했습니다. 이번 데리다&들뢰즈 책 첫 부분에서 표상과 재현주의를 깬 예시로 마네의 이야기가 나왔었죠. 마침, 지난 시즌에 읽었던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 뒤편에 [마네]라는 글이 있었으나 읽지 않고 넘어갔는데, 곰곰샘이 함께 읽고 싶다고 의견을 내 주셨습니다. 곰곰샘 덕분에 또다시 바타유의 글을 읽게 되어 저는 매우 즐겁습니다! 라스코 때의 감동을 떠올리며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겠습니다. 발제는 씀샘이십니다!! 

 

담주는 개천절로 한 주 쉬고  10월 10일에 만나요~~

 

 

댓글 1
  • 2019-09-29 00:06

    뭐를 읽던 들뢰즈가 나오네요. 들뢰즈가 좋아했던 베그르송도 자꾸 나오고,,,
    작년 겨울 들뢰즈강의가 떠오릅니다.
    프루스트(베르그송의 친척이라네요.)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기호의 배움에 관한 책이라는데
    이것도 혼자는 읽을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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