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첫시즌 첫시간 후기

노을
2020-03-19 22:33
121

 

코로나의 여파로 2주가 늦어졌지만, [밤을사유하다] 세미나 첫시즌이 오늘 무사히 시작되었습니다.(짝짝짝짝짝~~^^) 

지난해부터 함께 했던 씀바귀샘, 모리샘(루욱샘^^), 곰곰샘과 함께 오늘 새로오신 뭉클샘과 재하샘까지 모두 6명이 널찍하게 떨어져 앉아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뭉클샘은 이천에서 독서모임을 주도하고 계신데, 그 모임에서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문학공동체에서 그 부족한 것이 무엇일지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먼 길을 오실 결심을 하셨다고요.

재하샘은 학교를 그만두고 작년에 문탁 퇴근길인문학에서 인문학공부를 했었다지요. 혹시 인문학 책들이 읽기 어렵지 않을까 궁금했었는데, 어렵지 않다고 하십니다. 글쎄, 오늘 읽어오기로 한 책의 부분을 글쎄 5번이나 읽었다고해서 우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무슨 책이든 5번 읽으면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명랑'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시작된 첫시즌의 첫 책은, 고이치로라는 일본 철학자의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입니다.  이번 시간에 읽은 첫 부분은 지루함의 원리론, 계보학 그리고 지루함의 경제사라는 주제로 인간이 느끼는 지루함에 대해 풀어봅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지루함에 대해 논해온 것을 짧고도 쉽고 재미있게 짚어주는 저자의 능력에 우리 모두 찬탄했지요. 

 

곰곰샘은 코로나때문에 방구석에 있으면서, "인간은 방구석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다고요. 그동안 '뭔가 한다'고 하면 어딘가로 가서 짜릿함과 흥분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여겼는데, 그냥 방구석에서도 뭔가를 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다 싶어졌다고 하셨습니다.

 

모리(루욱)샘은 한가함이란 혼자서 고요하게 보내는 시간인 경우가 많고, 한가하지 못함이란 사람들의 북적임 속에서 지내는 시간인  것 같다고 하셨죠. 그리고 본인은 늘 혼자서 고요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는데, 이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정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약간 불만적(?)으로 말씀하신듯 했습니다. 저도 모리샘의 말에 동의하는데, 다만 한가지 혼자서 고요하게 보내는 시간일지라도 저는 다른 사람들...예를 들어 책의 저자, 책 속의 이야기 그리고 책을 읽고 만날 친구들 등..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고 의견을 보탰습니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보다 어쩌면 더 강한 연결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을 5번이나 읽어 온 재하샘은,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에 자기를 맞추려고 하는 게 학습된 것인 것 같다고 했죠. 그래서 어쩌면 같은 상품을 소비하고, 상품에까지 자신을 맞추면서, 지루함을 탈출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요. 그리고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오늘 다른 동학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가는데 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좀 미안해집니다. ^^;;   

 

뭉클샘은 책에서 뼈를 때리는 부분을 많이 만났다고 하셨습니다. 유목민 사냥꾼 이야기 중에서, 권력이 형성될까봐 과도하게 누군가를 칭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든가, 소비패턴의 변화와 비정규직의 문제가 함께 생산된다는 것이라든가 하는 것에서 말이죠.  또 한가하면 왠지 죄책감이 들고, 한가해서 책이나 읽고 있는 자기자신이 '입으로만 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서, 읽기에서 뭔가 생산적인 결과물을 얻고 싶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생산적인 결과물이란 무엇일지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시즌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인상깊게 읽었는데, 게으름이 생산성을 강요하는 자본주의에서는 저항의 무기가 될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 여가마저 포획해가는 혁명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그냥 게으름이 아니라, 포획될 수 없는 게으름이 되어야겠구나하는...(게으름만은 포기할 수 없어서...ㅎㅎ)하는 깨달음을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니시다 마사키가 제안하는 <정착혁명>이라는 개념이 무척 흥미진진했습니다. 우리 안에 "정착중심주의"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4,5장을 읽고 만나고요, 발제는 뭉클샘이십니다~ 처음 오셨는데 기꺼이 발제를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연구해야 할 윌리엄 모리스의 말로, 후기를 마치고 싶네요. (더불어 고이치로의 말도 함께)

 

"혁명이 도래한다면 우리들은 자유와 한가함을 얻을 덴데, 그 때 중요한 일은 그 생활을 어떻게 장식할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빵만이 아니라 장미도 바라자. 삶은 장미로 꾸미지 않으면 안 된다."

 

 

댓글 5
  • 2020-03-19 22:58

    요즘 본의아니게 한가하고 지루하고..
    늘 달렸던것도 아닌데 좀 이상한 기분도 들었다.
    한가하고 지루한 이상태에서도 이런저런것들도할수있고 가끔은 아무것도 안하고 많이 자고 책도 천천히 읽는다. 그래도 의욕상실이 생기기도 하고 늘하던 운동에서도 빗겨나서 산책도 하며 햇빛도 쬐고 이번학기 휴학한 딸이랑 스킨쉽도하고 대화도 하고....
    이렇게 지냅니다.

  • 2020-03-20 08:42

    뭉클님, 재하님.
    닉네임들이 예사롭지 않군요.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게 되서 매우 반갑습니다. 열렬히 환영하구요.
    조만간 얼굴을 뵙게 되겠죠? 그 날을 기둘릴게요.^^

  • 2020-03-20 09:21

    재하님~ 여기저기서 열심히하고 계시네요.
    응원합니다~~
    새로오신 뭉클님도요~

  • 2020-03-20 17:25

    새로운 분들이 오시니 저희 세미나가 더욱 풍성해져서
    너무 좋아요~~
    책을 더 잘 읽어야겠다는 다짐도 해 보구요
    사실 어젠 몸이 너무 안 좋았는데
    나도 좋아하는 책 많이 읽으려면 건강 관리 잘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 시간이었고 모임이었습니다.
    환영합니다~~

  • 2020-03-24 17:19

    예전에 딸아이 따라 요시타케 신스케의 <심심해 심심해>라는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딸이나 저나 심심한 것, 지루한 것은 잘 참지를 못해서 그런 책을 찾아서 보는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거기서도 주인공 아이가 너무 심심한 어느 날, 이것저것 여러가지 놀이들을 해보다가
    마지막으로 심심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심심하다'는 그 단어의 의미를 따져 들어가면서 그 감정과 상태를 분석하게 되는거죠.
    그러다 '물건'이 심심하지 않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심심하지 않게 하는 것임을,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내부의 문제임을... 그 심오한 철학을 깨달은건지
    아이는 마지막에 "재미없는데 재미있네? 신기하네!"라며 명쾌한 결론을 내립니다.

    이렇게 한가해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로 느슨해진 요즘에
    저 역시 고이치로의 책을 만나 그 한가함을, 그 지루함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새로 오신 뭉클샘님과 재하님과 함께라서 더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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