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건드려보기> 세번째 시간 후기

무담
2019-04-06 15:39
564
오래간만에 세미나 발제를 하게 되었다. 2016년 마르크스를 함께 공부한 후 문탁의 세미나에 도통 참여하지 못했으니 2년이 넘게 발제를 할 기회가 없었던 탓이다. 그래도... 목 수술 때문에 4년 넘게 쉬었던 축구도 원래부터 형편없었던 운동신경 가지고 다시 시작해 잘 하고 있는데 뭘... 일단 주중에 조금씩 발제 글을 작성하다가 주말에 나머지 글 작성과 교정 작업을 대충 마무리했다. 발제 담당자가 간식과 후기까지 담당하기로 한 규칙에 따라 월요일 저녁 퇴근길에 미금역 과자집을 털어 간식거리를 장만했고 화요일 오전 조금 일찍 가니 장지혜님과 호수님이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다. 준비한 간식을 접시에 담아내니 배춧잎을 가장한 청개구리 젤리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너무 질기다는 평이고 망고 푸딩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
세미나 참석자는 도도님, 장지혜님, 지금님, 호수님, 그리고 무담. 다룰 내용은 패트리샤 처칠랜드가 쓴 <신경 건드려보기: 자아는 뇌라고> 세 번째 시간으로 7장부터 9장, 그리고 후기까지이다. 곰곰님은 딸내미가 독감 진단을 받아 집콕, 문탁 공간에 독감을 전파하지 않겠다는 사명감에 세미나에 결석하는 어려운 결단을 내리셨다.
먼저 발제를 통해 책의 대략적 내용이 소개되었다. 7장에서 먼저 어린 시절 활동의 상당 부분을 쏟아 부어 만들어지는 자기조절 능력의 중요성, 자기조절 능력과 자유의지와의 관계, 자기 조절 상실 상태에서 저질러지는 범죄의 면책의 타당성 등의 내용이 다루어졌다. 8장에서는 무의식과 습관 형성, 원심성 복사가 잘못 처리될 때 나타나는 내 행동이 누군가에 의해 조종 받는다는 착각, 자신에 대한 여러 가지 잘못된 확신, 의사결정에서의 무의식의 역할과 중용의 중요성 등이 이야기되었다. 9장에서는 수면을 의식 상실 상태로 보면서 의식에 관련한 뇌 여러 부분의 역할과 동작 방식, 언어 능력과 의식과의 관계, 작업기억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후기에서는 균형잡힌 행동, 그리고 과학에 대한 열린 자세가 강조되었다.
문제점이나 토론 거리를 챙기기보다 내용을 잘 요약하려 애쓰는 삐뚤어진 무담식 발제 때문에 막상 토론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도 지난 주 발제자 호수님의 진행으로 활기차게 많은 이야기들이 나누어졌다. 그래도 초반은 탐색전, 강아지와 고양이에 얽힌 이야기들이 먼저 펼쳐진다.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는 철학자들의 주장을 논파하려는 저자의 뜬금없이 강렬한 논조는 주변 철학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호수님의 진단이 있었다. 무의식에 대해 많은 것을 찾아내고 설명한 프로이트가 시대적 한계로 무의식과 반사작용을 혼동하는 등의 실수도 범했음을 지적하는 부분이 발제에서 빠졌음을 찾아내고 설명한 장지혜님은 무의식과 반사작용을 혼동하는 식의 실수를 결코 범하지 않았다. 언어 능력이 의식 형성에 필수적이라는 주장 때문에 저자의 맹공을 받고 있는 대니얼 데넷에 대해 호수님이 단지 그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는 사적인 인연 때문에 열심히 변호를 하려 나서기도 했다. 
도도님은 의식이 무엇인지를 정의하여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어했지만 주위의 태클이 심해 성공하지 못했다. 의식이란 ‘내가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으로 정의해보려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장지혜님의 주장, 이 책에서 의식이 한 가지 의미로만 쓰이지 않고 있다는 무담의 주장 등이 논의를 혼란스럽게 했고 의식을 정확히 정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도도님이 분통을 터뜨렸으나 안타깝게도 코끼리 발끝을 만졌다고나 할까, 의식을 명쾌하게 정의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체계적으로 정리가 안 된 이야기에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갖는다는 지금님이 지금은 성질이 많이 죽었다고 한다. 본질을 너무 성급하게 규명하려는 태도를 비판하는 저자에게 공감이 간다는 것이다. 체계적으로 정리가 안 된 후기를 올리면서 지금 반장님의 성질 죽음에 감사드린다.
다음 시간에는 올리버 색스의 <의식의 강>을 111쪽까지 읽기로 했고 발제는 장지혜님이 맡아주시기로 했다.
댓글 4
  • 2019-04-07 08:35

    yellow_emoticon%20(9).gif아, 간만에  무담스따일 후기를 접하니, 넘~~ 조타^^

  • 2019-04-08 12:42

    ㅋㅋㅋㅋ 잼있네요. 평소보다 더 재미있는 얘기가 많이 오갔을 것 같은 느낌이... 막 드네요. 

    '무담식' 발제문도 읽어봐야겠슴다. ㅋㅋ 저도 내일은 독감 바이러스 없이 출석합니다~

  • 2019-04-08 21:06
    세미나 중계 후기. 이것이  무담샘 스따일이었군요 ㅎㅎ 
    생생한 후기 감사합니다  ^^
    환원주의적 입장인듯 하지만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 실제적 진보를 이루는데 낡은 사고방식이라는 ‘
    그녀의 접근법은 신선했습니다 

  • 2019-04-09 09:43

    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시작할 때 이럴 줄 몰랐는데 이번 책을 통해 처칠랜드가 좋아졌어요. ㅎㅎ 스스로 본 것을 토대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쌓아나가려는 실증주의적인 태도, 특히 인간의 본성 등에 대해 함부로 쉬운 결론을 내리는 곳을 경계하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56
N 4월 5일(금) <종의 기원>을 3장까지 읽습니다~
두루미 | 2024.03.28 | 조회 112
두루미 2024.03.28 112
355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세 번째 후기 (4)
이소영 | 2024.03.06 | 조회 71
이소영 2024.03.06 71
354
[2024 과학세미나] 시즌1 – From so simple a beginning (1)
두루미 | 2024.03.01 | 조회 397
두루미 2024.03.01 397
353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두번째 후기 (2)
곰곰 | 2024.02.26 | 조회 85
곰곰 2024.02.26 85
352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첫번째 후기-웬수 같은 달 (2)
두루미 | 2024.02.14 | 조회 125
두루미 2024.02.14 125
351
<코스모스>다섯번 째 후기 - (2)
바다 | 2024.02.13 | 조회 100
바다 2024.02.13 100
350
달 보러 가실래요? (18)
두루미 | 2024.02.13 | 조회 462
두루미 2024.02.13 462
349
<코스모스>네번째 후기 - 우리는 별에서 왔다 (1)
두루미 | 2024.01.31 | 조회 115
두루미 2024.01.31 115
348
<코스모스> 세 번째 시간 후기 (3)
이소영 | 2024.01.30 | 조회 142
이소영 2024.01.30 142
347
<코스모스> 두번째 시간 후기 (4)
곰곰 | 2024.01.22 | 조회 149
곰곰 2024.01.22 149
346
<코스모스> 첫 번째 세미나 후기 (1)
효주 | 2024.01.15 | 조회 158
효주 2024.01.15 158
345
<뉴턴의 프린키피아> 세 번째 후기 - 타원과 쌍곡선 (2)
곰곰 | 2023.12.19 | 조회 153
곰곰 2023.12.19 153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