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과 전체> 마지막 시간 후기

곰곰
2019-09-20 11:18
71

이번 시간은 <부분과 전체> 14장부터 20장까지 마지막 시간이었다. 

중간에 추석 연휴가 끼는 바람에 시댁과 친정에서 틈틈히 읽느라... 좀 힘들었지만...

하이젠베르크와 양자역학에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그의 자서전을 통해 느껴지는 하이젠베르크의 철학적이고 진중한 모습, 그를 비롯해 당시 물리학자들의 과학에 대한 열정에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세미나에서는 하이젠베르크의 위선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이젠베르크는 2차대전 전 정치적 파국 상황에서도 독일에 끝까지 남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고, 원자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우라늄 클럽'에서 전쟁 중에도 연구를 계속했으니 그의 실체?에 관해서 여전히 궁금증이 남아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읽고 있는 책 역시 그가 말년에 쓴 자서전임을 감안한다면, 여기서 서술하는대로 믿어도 되는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시는 분도 계셨다. 이런 논란이 야기된 것은, 아마 1941년 그와 닐스 보어가 나눈 독일 핵무기 개발에 대한 대화를 회상하는 데 있어 둘의 경험담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에게 과학자의 윤리에 대한 원론적인 물음을 던졌을 뿐이고 당시 자신들이 원자기술(핵무기) 개발의 물리학적 토대는 파악했지만, 어마어마한 기술적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핵무기는 전쟁 중에 성공할 가능성이 없음을 얘기한 것인데, 보어는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 그것만을 확대해석하는 바람에 대화가 어색하게 중단되었다고 말한다. 반면, 보어는 하이젠베르크가 지난 2년간 핵무기 개발을 연구해왔고 독일이 핵무기 보유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기억한다. 앞서 보아온 보어를 생각해도 그가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닐테다. 하지만 보어의 입장이 하이젠베르크의 순의도와는 어긋났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하지 않을까. 물론 하이젠베르크가 성인들처럼 완전무결하게 행동한 것 같진 않지만, 나치 하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을 그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납득가능한 행동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쟁 중 핵무기 개발의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안도하는 모습이나, 과연 대량살상무기인 원자폭탄이라는 악한 수단이 선한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 전후 독일의 핵무장에 대해 반대하는 괴팅겐 성명에 참여한 모습 등등 언제나 과학자의 윤리나 정세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신중하게 고민해 온 하이젠베르크였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부분', 단편적으로만 판단하면 그렇게 보일 수 있어도, '전체', 커다란 연관에서 본다면 그가 위선적인 과학자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인 듯 보인다. 

 

이와 더불어 현대 과학 기술의 발전 속에서 윤리적, 철학적 문제들이 어떻게 사유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 

잎사귀샘은 쏟아지고 있는 새로운 기술 자체도 그렇지만, 그 기술을 주도하는 세력이 자본과 권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고 하셨다. AI 같은 경우, 많은 청소년들이 막연한 두려움으로 걱정하고 있고 언론은 이를 부추기기만 하는데, 과연 과학계에서는 이런 새로운 기술들이 미칠 영향력이나 파장을 고민하기는 하는 것일까? 라투르는 사물, 기술에 대해 그 자체, 그 의도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그것과 관계 맺음으로써 발생가능한 행위성까지 성찰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하이젠베르크도 언급했듯이, 발전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며 앞으로도 과학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다. 기술 자체는 제대로 사용되고 활용된다면 얼마든지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겠지만, 소수 자본이 주도하는 사회 구조에서는 어렵다. 이제 민주주의, 사회 구조를 고민해야 하며 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 또한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미국은 대중의 과학 이해도가 낮은 나라로 손꼽히는데, 그 때문에 핵무장을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없는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단다. 

 

그리고 하이젠베르크의 가치에 대한 고민에 대한 이야기. 

하이젠베르크가 실증주의/실용주의 사조에 대해 우려하면서 근본적인 것, 중심질서, 형이상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내용은, 과학에서의 윤리 문제가 그냥 던져져 있다고 걱정했던 우리에게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그는 학문 탐구에도 열정적으로 임했지만 (특히 그는 아파서 요양 중일 때에 연구에 매진해 중요한 발견들을 해내곤 했다) 과학자로서 가치에 대해 질문을 놓지 않았다. 하이젠베르크는 가치를 묻는다는 것이 인생에서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나침반(인간과 세계의 중심질서와의 관계)에 관한 질문이라 한다. 분리된 부분 질서들을 통해 생겨나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중심질서의 뜻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요구! (여기서 무담샘은 뇌과학에서 무의식이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을 떠올리셨고, 호수샘은 스피노자를 떠올리셨다. 참,, 그리고 호수샘은 그렇게 스피노자를 찾아 떠나셨다...ㅜㅜ)

 

마지막으로 19, 20장에 다룬 통일장이론, 양분과 대칭감소, 소립자에 대한 이야기.  

모순과 역설을 감수하는, 상보적 관찰방식에 의존해야 하는 양자론은 나의 미약한 개념, 표상, 언어로는 여전히 이해가 어렵다. 그래도 무담샘께서 열심히 설명해 주셔서 쬐금 알듯말듯 하면서 '오- 흥미롭다' 까지는 왔는데... 이것을 글로 정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앞으로 공부하면서 천천히 다시 알아가기로 한다. 헤헤헤

 

다음 시간에는 <상대성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옵니다. 67페이지까지 읽어오구요. 발제는 잎사귀샘이 흔쾌히 맡아주셨습니당 🙂

 

  

댓글 5
  • 2019-09-22 22:52

    주요하게 논의되었던 이야기들을 다 언급해 주셨네요 감사^^
    17세기이전에는 종교적 교리나 커다란 연관에만 관심을 갖고 새로운 지식(지엽적인)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후 17세기에 나타난 실증주의는 불명확하게 아는 모든 것은 버리고 개별적인 현상에 주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커다란 맥락에 대한 논의없이 극도의 명확성을 추구하는 실증주의적 세계관은 형이상학을 비과학적 사고로 취급하게 된다 이에 하이젠베르크는 커다란 연관 , 가치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실증주의의 문제이며 그럴경우 우리의 나아갈 바를 알려주는 나침반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러한 하이젠베르크의 고민과 철학이 당시엔 불충분한 이론이라고 비판받았던 양자역학의 중요한 기반이었고 또한 현대과학이 나아가는 데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인 것 같다.

  • 2019-09-23 08:49

    기술 발전은 계속 이루어질 수 밖에 없을테고 그렇다면 대중 지성은 견제 세력이 되어야 한다는 무담님 말씀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알아야 할 거 같아요.
    "부분과 전체"를 읽으며 지성 집단이 끊임없이 철학, 종교, 윤리, 대자연의 영향력 등을 논의하며 양자역학을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에 감동 받았어요.
    전체 속의 부분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전체를 이루어 갈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 2019-09-23 12:51

    곰곰샘의 후기를 읽어보며 깔끔한 후기란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추석연휴에 틈틈히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또한 놀랍습니다 ^^;;
    앞으로 남은 시즌 즐겁게 같이 공부해보아요~

  • 2019-09-23 20:44

    세미나에 참석 못해 아쉬웠는데
    잘 정리된 후기와 댓글들에서 많이 배웁니다.
    감사해요.

  • 2019-09-25 10:54

    뒤늦게 후기를 읽으며 그날 대화를 하나하나 떠올리게되네요. 고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과학과 철학의 조합이 썩 좋았는데 아쉽네요. 혼자서도 꾸준히 읽으며 관심 놓지 않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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