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건드려보기> 두번째 시간 후기

호수
2019-03-28 00:37
917

<신경 건드려보기: 자아는 뇌라고>, 패트리샤 처칠랜드, 두 번째 시간(4~6)

 

참석자: 곰곰, 무담, 장지혜, 지금, 호수

(해나 님, 진지하게 말을 고르며 의견을 주던 모습이 참 좋았는데 같이하지 못해 아쉬워요. 언제든 다시 합류하길 기다릴게요!)

 

신경철학을 창시했다고 일컬어지는 패트리샤 처칠랜드가 대중교양서로 출간한 <신경 건드려보기> 두 번째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시간에 읽은 부분이 고대에 뿌리를 둔 이원론적 관점, 달리 말해서 영혼을 주제로 삼았다면 이번 주에 읽은 4,5,6장은 주로 도덕성, 공격성, , 전쟁 문제를 다룹니다.

 

일단 도덕. 패트리샤 처칠랜드는 도덕은 보편적 질서로서가 아니라 용기와 친절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 “잔인함과 어린이 방치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가치는 모든 동물의 뇌 안에 담긴다고 주장하면서, 자기 보호 본능을 넘어서는 이타심 즉 도덕의 등장을 포유류 뇌의 진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포유류가 생태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진화를 통해 새끼를 적게 낳아 잘 돌보는 방식을 갖게 되었기 때문인데, 그러려면 새끼에 대한 애착을 느껴야 합니다. 포유류 어미의 뇌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방출로 새끼에게 애착을 느끼고 통각 시스템에 정서적 고통을 담당하는 경로가 더해져 아기의 울음에 반응합니다. 세미나 중 출산 후 본능적인 모성애를 느꼈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처칠랜드의 주장이 모성 신화를 뒷받침한다기보다는 이러한 뇌 구조 외에도 아이를 낳았을 당시 산모의 신체 및 정신적 건강 상태나 환경적 요소 등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 외에 흥미를 끈 부분은 성 정체성과 성적 선호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이었습니다. 태아 시기에 테스토스테론이 뇌를 남성화시키는데, 남성화 또는 여성화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염색체 변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클라인펠터 증후군), 생식선의 남성화가 뇌의 남성화보다 선행하기 때문에 남성 생식기를 가지면서 여성 뇌를 갖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성적 선호 즉 동성애에 관련한 해부학적 또는 신경생물학적 설명은 근거가 덜 확실하지만, 어쩄건 저자는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지금 님은 신경과학이 이뤄낸 화려한 성과 중 하나가 뇌와 성을 연결시켜 설명한 놀라운 방식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적극 공감하셨어요.

 

장지혜 님은 도덕에 대한 [그리고 아마 지금까지 인문학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졌던 다른 많은 주제들에 대한] 설명은 신경생물학적이며, 인류학적이며, 심리학적으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셨어요(이 저자가 그렇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셨지만요^^). 저는 이 책에서 각기 다른 방법론을 지닌 학문에 기초한 설명들이 불쑥불쑥 등장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지만, 어쩌면 이것은 제 신경이 건드려진 것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혼란스러운 느낌의 정체가 무엇인지 가만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그 외에 몇몇 수치가 정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좀 확실히 팩트체크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마무리를 하려고 보니 패트리샤 처칠랜드가 강조한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네요. 바로 포유류의 뇌에서 대뇌피질 부분이 여섯 개 층으로 두텁게 발달했다는 것인데요, 인간의 고차원적 이성적 사고(즉 생각하기와 문제 해결)가 가능한 이유로 꼽습니다. 환원주의자로 보이지만, 인간의 반성적 사고, 책임, 잘못된 제도를 수정하려는 집단적 연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모습도 보입니다. 자연스럽게 다음 시간에 다룰 자유 의지의 문제에서 처칠랜드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많이 기대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책의 나머지 장(7~9)을 읽습니다. 발제는 무담 님이 맡아주셨습니다.

 

(다음 책은 올리버 색스의 <의식의 강>으로 정했습니다.)

 

 

댓글 4
  • 2019-03-28 15:56

    과학세미나에서 보는 호수님의 후기는 또 다른 느낌이네요.

    조금 더 과학'적'이라고 할까요. ㅎㅎ ^^;

    • 2019-04-01 08:48

      과학의 어항에 들어와서 그럴까요? ㅎ 과학‘적’이기보다 과학을 해야할 텐데..^^

  • 2019-03-31 23:47

    딸끔한 요약도 나눴던 이야기까지 생생히 적어주시니 

    기억이 새롭네요 ^^ 감사합니다 

    저자는 인간의 고차원적 사고, 도덕 이성등의 근거를 뇌로 보면서 

    상당히 신경환원주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죠

    그리고 그런 것이 성정체성이나 동성애를 설명하는데는 많이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다 급박하게 뇌가 학습한 관습이나 문화가 안정된 삶을 이루는데 중요하다며 

    인류학적인 고찰을 제시하는 것이 빈약해 보이기는 합니다 

    • 2019-04-01 09:01

      아직 규명되지 않은 신경학적 문제들을 솔직하게 밝히고, “인간의 고차원적인 문화가 지닌 장점은 (아직 구체적인 근거가 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분명히’) 대뇌피질 발달의 결과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분명히’. 저는 이 태도에 당황스러웠던 것 같은데 뒷부분 읽으면서 저자에게 자꾸 정이 들긴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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