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첫번째 후기

잎사귀
2019-10-29 23:19
680

 오늘은 특별히 호수샘이 오셨어요~~ 번역 작업이 끝난 메멘토 모리라는 책을 소개해 주셨어요.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문장이라고 합니다. 무담샘께만 선물로 드려서 모두들 부러운 눈빛이 되었습니다^^  책 많은 분들께 사랑 받으실거 같아요~~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첫번째 시간에는 1부의 4챕터-시간의 독립성의 상실 부분까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총3부로 이루어졌는데 그 중 1부는 시간의 특징적인 양상들 하나하나의 베일을 벗기며 우리가 가졌던 시간 관념은 우리의 좁은 시각이 만든 오류와 근사치들의 결과물임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어디서나 고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하지만 지구 지표면에서의 시간과 지표면보다 높은 산, 지표면 아래 깊은 지하의 시간들은 저마다 다릅니다. 지표면은 높은 산보다 아주아주아주 조금 더 시간의 속도가 느려집니다. 그 차이가 아주 적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느끼지 못하지만 말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시간은 서로에 대해 상대적으로 변화하는 것일 뿐이고 공간 속의 모든 지점마다 다른 시간이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시간의 방향은 어떨까요? 우리는 흔히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는 기억 속에 존재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19세기 말까지도 분자와 원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물리학자들을 포함한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열의 이동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는 열역학 제2의 법칙을 바탕으로 열처럼 시간도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간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 법칙에 숨은 이면을 들여다 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루트비히 볼츠만이라는 과학자로 인간이 과거와 미래를 구분지어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볼 때 흐릿하게 봄으로 해서 특수한 지점을 만들기 때문이라며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과거의 미래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아냈죠. 

 현재 즉 지금이라는 시간도 무의미할까요? 아인슈타인은 25살에 속도로 인해 시간이 늦춰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 사람보다 운동하는 사람의 시간은 덜 지나간다는 것이죠.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직선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가진 원뿔이 꼭짓점이 맞닿아 있는 모양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빛은 이 원뿔들의 경계를 정하는 사선을 따라서만 이동합니다. 저마다 다 다른 시간을 지녔기 때문에 결국 "지금"이라는 순간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간에 대한 개념들이 깨져나가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책을 읽었기에 이해가 가능한 측면도 있었지만 이 시간의 방향성들에 대해서는 가장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었다고 이구동성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거와 미래는 같으며,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면 각자가 느끼는 이 시간의 흐름은 무엇일까요? 앞으로 시간에 대해 계속 공부하면 알게 될까요? 

 

 최고의 지성 아리스토텔레스와 뉴턴은 시공간에 대해 정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공간 모두 다른 것과의 관계에서만 형성될 수 있다고 했지만 뉴턴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무관하게 흐르는,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두 가지 생각이 아인슈타인으로 인해 통합되었습니다.  단순한 사물 외에 무잇인가 존재한다(중력장)는 뉴턴의 예상은 옳았지만 그 어떤 것과 아무 상관없이 흐른다는 추측은 틀렸고, 항상 무언가와의 관계 속에서 시공간이 정해진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의견은 옳았던 것이죠. 이렇게 시간은 늘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관념도 깨졌습니다.

 

 무담샘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시간이 딱 균일하게 흐른다는 생각이 뉴턴 이후의 사고방식이었고 그 전에는 저마다 다 다른 시간 관념을 지니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하시면서 뉴턴이 고정된 시간관을 만들고 그것이 시계라는 상징물을 통해 드러났기에 아인슈타인이 거기에 의문을 던지면서 우주의 신비에 접근할 수 있지 않았냐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삼단샘은 인도 신들의 세계라던지, 옛이야기에서 시공간이 다른 곳이 펼쳐지는 부분이 신기하다고 하셨는데 인류는 직관으로 알았던 걸까요 아니면 우연히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겹쳐진 걸까요? 두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저는 선조들은 훨씬 열린 사고를 가지고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었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그에 비해 훨씬 고등한 척 하지만 실은 현대인들은 굉장히 닫힌 사고 방식을 갖고 있기에 힘든 건 아닐까, 과학 세미나를 통해 의도하지 않게^^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물로 받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번 책 어렵습니다. 그러나 동학들이 있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조금씩 생각지도 못했던 세상을 구경하고 알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시간에는 2부까지 읽어오면 되는거죠? 

댓글 4
  • 2019-10-30 20:30

    아, 이렇게 빠른 후기가 있었나요? ㅎㅎㅎ
    5세기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이 대체 무엇인가? 만약 누가 나에게 묻지 않는다면, 나는 알고 있다. 만약 내가 설명하려고 한다면, 나는 모른다"라고 했다지요. 그리고 한 물리학자는 "잘난체 하는 물리학자에게 한 방 먹이려면 '시간이 뭔가요'라고 물으라. 그를 한방에 훅 보낼 수 있다"고도 했다고 해요. 그만큼 '시간'이라는 것은 오묘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리도 4차원의 공간에 살지만 시간은 제대로 지각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하니 3차원적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저 역시 시간은 항상 유일한 것, 절대적인 것, 독립적인 것으로 상정하고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음을 새삼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 책도 참 흥미로워요.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다른 세계를 만날 것만 같은 좋은 예감!

  • 2019-11-04 11:11

    너무 빠른 후기라서 못 찾고 있었네요 ㅎ
    녹취를 한 것처럼 생생한 후기 감사합니다.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시간에 대한 경이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아주 미시적인 상태로 사물을 관찰할 수있다면 과거와 미래의 차이가 없어진다’라거나
    우주 전체에 적용되는 ‘현재’는 없으며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의 모든 별들에 정의될 ‘지금’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하지요.
    잎사귀님 처럼 완전히 열린 세계를 만나는 충격입니다 ㅎ

  • 2019-11-04 12:09

    잘 정리된 후기를 읽으니 지난 시간 복습이 자연스레되네요. 감사합니다^^
    읽는 내내 귀동냥 으로도 들어보지 못한 내용이 나와서 흥미진진 했지만 그만큼 감이 안잡혔었는데
    세미나 덕분에 조금 소견이 트인 듯 합니다.
    이책에서 계속 언급되는 '희미함'이라고 표헌된 관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 2019-11-04 19:25

    이 저자가 책을 쉽게 쓴다는 광고를 봤는데 허위광고였네요ㅠㅜ 세미나에서 선생님들의 설명을 듣지 않고는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어렵더라구요. 근데 부분적으로만 이해하더라도 경이롭습니다. 잎사귀님 말씀대로 뉴튼 이전과 뉴튼 시대, 아인슈타인 이후의 시간관념의 변천도 재미있었구요, 책에 나왔던 몇몇 문장은 머리가 띵해지는 충격이었습니다. 우리가 서있고 물체가 떨어지는 게 시간의 지연 때문이라니?? 시간과 열이 깊은 관계가 있다니?? 시간의 흐름에는 본질적인 어떤 것도 없고,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서 우주의 불가사의한 불가능성이 희미하게 반영된 것 뿐이라니? 한문장에 엮여있는 이 단어들이 아직도 이해가 안되지만 그만큼 신기하네요. 광원뿔 그림모형도 생각할 수록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어떻게 현실을 저런 그림들로 표현할 생각을 하지요? 이번 주 부분도 읽어서는 잘 이해가 안되지만 내일 함께 이야기하다보면 내일 오후에는 오늘과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이해하게 되겠지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잎사귀님 이렇게 어려운 책을 발제하시고 후기까지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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