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이 없어요~~( 爲人求薦書 )

울타리
2021-11-27 09:41
309

 

한유는 태어난지 두달도 안되어 모친이 죽고

세살 때 아버지도 잃고 형과 형수의 품에서 자랐지만 

형님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 의지할 가족도 없었던

지금으로 말하면  '흙수저' 인 집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 시대에는 집안을 일으키고 세상에 이름을 남길 방법으로는

과거시험을 통한 출세밖에는  없었을 텐데

과거를 보려고 해도 추천이 있어야 했고

명문가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실력이 부족해도 특채로 임용되는 시대였다.

내가 부모를 가문을 정해서 태어날 수 없는 한 

출발선부터 엄청난 차이가 난 것이다. 

 

한유는 자존심을 내던지고

재상의 집 근처에 머물며 자신의 추천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지만

스스로 천리마임을 자처하고 세상에 그 천리마를 알아주는 이가 없음을 탄식한다.

 

‘위인구천서’에

  “옛날에 어떤 사람이 말을 시장에 내다 팔려고 했으나 팔리지 않자,

백락이 말을 잘 감정하는 것을 알고 그에게 가서 말을 보여달라고 청했다.

이에 백락이 한 번 살펴보자 말의 가격이 세 배나 뛰었다”고 한다.

(昔人이 有鬻馬不售於市者러니

知伯樂之善相也하고 從而求之하여

伯樂一顧에 價增三倍하니 )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내 재능을 알아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계기를 만들어 자신을 알려야 하는데 

그 중에 한 가지 방법으로는

알리고 싶은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나를 알리는 것이다.

 

자리를 주는 사람, 자리를 얻어 소신을 펼치는 사람

자리를 얻거나 주는 형식은 옛날과는 다르겠지만

어떤 일을 성공하는 데에는 능력을 가진 자가 필요하고

능력자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성공하려면 좋은 인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좋은 인맥을 구축하는 것도 훌륭한 재능이지만

좋은 인맥을 구축하려는 노력도 중요한데

한유에게는 이런 자질이 부족했던 것 같다.

 

한유의 이런 부족한 자질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필요한 능력으로 요구 되고 있다.

좋은 인맥을 위해서 ‘산후 조리원 인맥’도 필요한 시대라고 하는데

한유가 이것을 보면 뭐라 할지....

 

댓글 4
  • 2021-11-28 10:09

    한형주에게 자신을 써주기를 청한 이백의 여한형주서도 한유의 위인구천서도 일단 편지를 받는 사람을 한껏 띄워주고,

    그 다음에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인재인가를 밝힌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군요.

    이백은 한형주가 천거하면 이름값이 10배가 뛴다고 했네요.^^

    한유는 백락이 한번 돌아보면 말의 가격이 3배가 뛴다고 했으니 뻥은 이백이 더 쎄군요.ㅎ

    저는 이백의 글보다 한유의 글에서 그의 짱짱한 자부심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대가 백락이라면 당연히 내가 명마임을 알아볼 것이라는 자부심이요.ㅋ

    누군가 자기를 알아보고 그 값을 쳐주기를 바라는 것, 

    그것이 출사하지 않으면 가족을 부양하고 먹고 살기도 어렵거니와

    공부를 통해 가슴에 품게 된 원대한 포부도 펼 수없었던 전근대 지식인들의 운명이라면 운명이었을까요?

    <논어>의 한 대목이 절로 떠오릅니다.

    子貢曰: “有美玉於斯, 韞匵而藏諸? 求善賈而沽諸?”(자공왈, 아름다운 옥이 있으면 그것을 궤에 넣어두시겠습니까, 좋은 값에 파시겠습니까?)

    子曰: “沽之哉! 沽之哉! 我待賈者也.”(공자왈,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좋은 값을 기다리는 자이다.)

    물론 공자님은 모름지기 군자라면,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는 멋진 말씀을 남기셨지만요!!^^

  • 2021-11-28 18:57

    웃겨요~ 산후조리원 인맥이라니요.

    요요쌤이 한유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글이라 하셨는데 제 맘 한구석에선, 문맥과 전혀 상관없이 사알짝 슬픔이 올라왔어요. 

  • 2021-11-28 19:54

    전 한유 글이 아니었으면 새벽 2시에 안 일어났어요^^

  • 2021-11-29 15:16

    ㅋㅋㅋ 토용님 ^^

    자신을 갈고 닦으며 자부심을 갖는 이 시대 인물들이 존경스럽네요

    아무것도 없는 뻥쟁이들이 요즘은 너무나 뻔뻔스럽게 들이대는 세상이라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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