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리라-귀거래사

느티나무
2021-10-27 18:23
267

귀거래사(歸去來辭)-도연명

 

돌아가리라

전원이 장차 황폐해지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

이미 스스로 마음을 몸에 사역시켰으니

어찌 실의에 빠져 홀로 슬퍼하리오.

이미 지나간 일은 바로잡을 수 없음을 깨닫고

앞으로 올 일은 그래도 만회할 수 있음을 알았다.

실로 길을 잃음이 아직 멀지 않으니

지금이 옳고 어제는 틀렸음을 깨달았노라.

... ... ...

 귀거래사는  도연명이 41세에 생활을 연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맡았던 말단 관직마저 내놓고 출가한 누이의 죽음을 핑계 삼아 황급히 전원으로 돌아가며 남긴 글이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벼슬을 지낸 명문가였다. 도연명 역시 국자감의 제주(祭酒)를 시작으로 팽택현령에 이르기까지 여러 벼슬을 지냈다. 그러나 쌀 다섯 말에 허리를 굽힐 수 없다며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죽을 때까지 벼슬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직접 괭이를 들고 농사를 지으며 궁핍한 삶이었지만 농민들과 어울려 살며 그 생활들을 시로 남겼다고 한다. 그는 서민으로서의 수수한 삶을 주로 시에 담아내어 따스한 인간미를 지닌 시인으로 평해지고 있다. 귀거래사는 그의 시 중에서도 백미(白眉)에 든다. 

 귀거래사는 전반부에 전원으로 돌아가야하는 혹은 돌아가고자 하는 이유를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러 세상을 벗어나 전원에 파묻혀 사는 삶을 묘사하고 있다. 

 우주 안에 몸을 맡기고 죽음이 이를 때까지

천명에 순응하며 삶을 즐기리라는 그의 바램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이젠 내 삶이 소멸의 시간과 더 가까워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돌아가리라... ...

그러나  너무 늦어 돌아갈 곳마저 잃어버린 게 되는 건 아닐지?

 

요즘 고문진보를 읽으면서 예전 문탁샘께 공부방으로 불려가

개인 레슨을 받으면서 독해를 하던 때가 새삼 떠오릅니다. 

그때는 어찌그리 문맥도 보이지 않고 무엇이 동사인지 주어인지 분간이 안 가던지...

지금도 여전히 더듬거리며 문장을 나누고 동사를 찾으려고 헤매지만

그래도 그런 게 있다는 건 아는 정도가 되었나 봅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조금씩 강독하는 재미가 생기고 있네요. 

 

 

 

 

댓글 2
  • 2021-10-30 05:46

    세상의 구속을 싫어하여 어쩔 수 없이 했던 관직을 버리고 떠나 이렇게 멋진 시를 읊은 도연명을 후세의 선비들이 많이 동경했을 것 같아요. 

    다시 읽어도 참 좋습니다!

  • 2021-11-28 19:15

    이젠 내 삶이 소멸의 시간과 더 가까와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 대목을 읽으니 이 걸 쓰시고 조금 멈췄다 아랫문장을 쓰셨을 것 같은 느낌이예요.

    차분하고 부드러운 느티나무 쌤의 사색의 결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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