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를 던진 이후

자작나무
2021-10-1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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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주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출정을 하게 된 제갈공명이었으나, 그는 다시 한번 더 <출사표>를 올리지 않을 수없었다. 

왜? 그는 다시금 <출사표>를 올려야 했을까. 

천하의 제갈공명이라 할지라도, 전쟁은 쉬운 일이 아니며 자기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대적하는 사마중달은 만만히 볼 인물이 아니며, 떠나온 성도의 성에 앉아 있는 후주 또한 제갈공명이 좌지우지할 인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출사표>에서 그렇게 '잔소리'했건만, 후주는 흔들렸던 것이다. 이렇게 흔들리는 후주에게 제갈공명은 이번에는 이성적(?) 언급을 날린다. 이전의 <출사표>가 죽은 선제의 유언과 그와의 추억과 그에 따른 눈물과 콧물과 감동으로 이어진 글이라면, <후출사표>는 지금이야말로 전쟁을 벌어야할 시기임을 이전의 역사적 사실을 들어서 역설하는 글이다. 그는 병법은 물론이고 한나라 유방이 항우를 이길 수 있었던 이야기에서 여러번의 패배 끝에도 조조가 나름의 안정을 이룰 수 있었던 일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렇게 6가지로 조목조목 말하면, 후주가 무슨 말로 반박할 수 있으랴. 그렇게 또다시 전쟁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후출사표>를 던지고 난 뒤의 결과는 다 아시다시피 제갈공명은 죽고 후주는 항복하고 촉한은 망했다. 기세 좋게 전쟁을 벌인 제갈공명이었으나, 그가 두고 떠났던 성도에서 그의 발목을 붙잡기도 했고, 하늘이 점지했는지 죽어도 하등 이상치 않을 상황에서도 사마중달은 살아났다.

 

촉한의 재상으로 제갈공명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자기 손으로 다 챙기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래서 사마중달은 제갈공명이 워크홀릭으로 아팠던 것을 알아채고 제갈공명의 기운을 빼는 지구전을 선택했을 정도다. 이런 제갈공명이니 출전 전에 얼마나 꼼꼼하게 일들을 안배했을지, 안봐도 비디오다. 하지만 그가 일을 촘촘히 다 한다고 해서, 혼자서 일을 다 한다고 하늘의 그물망처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에게 그가 하지 못한 많은 빈틈을 채워줄 동료들이 더 많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댓글 3
  • 2021-10-13 09:57

    출사표와 후출사표를 읽고나니 삼국지를 제대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이번에 생애 세번째로 출사표와 후출사표를 읽었는데..(모두 한문강독세미나에서 읽은 것이어요 ㅎ)

    그래도 이전에 비해 제갈량의 마음이 더 이해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역시, 예심샘의 간증처럼 읽고 또 읽어야 그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한줄기 눈물을 흘릴만큼 다가오겠지요?

     

  • 2021-10-13 20:44

    그러게요

    아직 한문문장을 터득하지못한 저는 그 감동의 눈물이 안나오네요

    사마의 드라마를 보며 느낀 제갈량의 충심은 출사표에서

    그의 지략은 후출사표에서 또 느껴지긴 합니다

  • 2021-11-25 05:25

    저는 오히려 후출사표에서 눈물이 나요.

    언젠가 '마른 눈물'이라는 표현을 시집에서 본 적이 있는데 눈물이 마른 것이 아니라 마른 눈물이래요.

    이 후출사표를 보면 마른 눈물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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