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왕, 형벌을 논하다. <여형>

요요
2021-07-0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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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형呂刑>편은 목왕이 여후呂候를 법관인 사구(司寇)로 명하면서 형벌에 대해 논한 글이다.

목왕은 무왕이 주나라를 건국(기원전 1046)한 이후 성왕-강왕-소왕 다음의 다섯번째 왕이다. 

무왕의 재위기간은 짧았다. 성왕과 강왕이 약 20년간 재위에 있었고 소왕 역시 몇년 밖에 통치하지 않아서

목왕이 왕위에 올랐을 때 주나라는 겨우 50년 된 나라였다. 그런데 목왕은 장수하여 50여년을 통치하였다.

 

<여형> 1장은 주나라를 건국한지 100년이 되었는데 왕이 늙어 노망이 들어(모황耄荒) 형벌을 만들었다는 글로 시작한다.

채침은 콕찝어 모황은 폄하한 말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주서>를 기록한 주나라 사관은 어찌하여 이런 불경한 말을 남긴 것일까?

지난 시간에 주석에서 목왕이 말년에 천하를 주유하며 놀러다니느라 정사를 등한히 한 왕이라고 읽었는데 

알고보니 목왕은 서쪽으로 청해까지 주나라의 강역을 넓힌 정복군주이기도 했다.

그가 천하를 주유했다는 건 놀러다닌게 아니라, 통치의 목적으로 진시황처럼 순수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런 왕의 행보가 사관들의 눈에는 마뜩찮았던 것일까? 등등 온갖 역사 추리와 상상력이 이어졌다. 

 

아무튼 <여형>에서 목왕은 형벌의 역사를 먼저 이야기한다.

하여 <여형>을 통해 우리는 주나라에 이르기까지 중국 역사에서 난적의 계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먼저 옛날 옛적에 치우의 난이 있었다. 치우를 잇는 계보는 구려이다. 그리고 순임금 대에 삼묘가 있다.

구려가 활개를 칠 때 이것을 정리한 것은 전욱이다. 전욱은 중과 려를 써서 백성의 삶을 회복하였다.

형벌을 다스리는 가문은 이후 소호씨와 전욱의 후손인 중과 려로 불리게 된다. 즉 수많은 중과 려가 등장한다는 이야기.

 

순임금 대에 다시 구려를 이은 빌런 삼묘가 등장하여 폭력을 행사하고 죄없는 무고한 백성들을 마구잡이로 괴롭힌다.

이들을 덕으로써 다스린 것이 바로 위대한 성인인 순임금이다.

순임금은 덕으로써 다스릴 뿐 아니라 통치제도의 기초를 잡기도 했다.(이것이 바로<요전> <순전>의 이야기였다.)

순임금의 덕치를 보좌한 세 사람이 있었으니 그들은 백이와 우와 후직이다.

우는 홍수와 땅을 다스리고, 후직은 농업을 주관하였고, 백이가 형벌을 베풀어 인도하였으니 법무부 장관 쯤 되겠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것이 고요이다. 

<여형>에서 백이와 우와 후직은 공을 이룬 삼후(三后)라고 상찬되는 데 비해 고요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하여 후대의 사람들이 형관(刑官)을 경시하는 풍토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형관인 고요가 사(士)로 제수되었다는 것이 한 줄 써져있을 뿐 고요는 삼후의 반열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한의 양사라는 사람은 정위에 제수되자 기뻐하기는 커녕 자신의 가문은 법가가 아니라며 정위직을 하찮게 여겼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이다.

이에 대해 여씨는 <여형>에서 목왕의 진의는 형벌의 역사를 고요로 총결산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지만,

글쎄, 후대의 사람들은 공을 이루었다고 평가받은 삼후를 높일 뿐 형관을 맡은 고요를 높이지 않았고,

이후의 통치담론을 주도한 유가들은 법치를 낮추고 덕치를 더 존숭했으니,

덕치와 법치를 지금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현실정치에서 이 둘은 두부자르듯이 구분되는 것이 아닐 터인데 말이다.

댓글 2
  • 2021-07-09 23:44

    형벌을 관장했던 백이를 우, 후직과 함께 삼후로 칭했을 정도면 유가 또한 형벌제도를 통치에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한비자를 공부하면서 서경의 여형편과 연관시켜 유가와 법가의 형벌을 생각해봐도 재밌을것 같아요.

  • 2021-07-16 16:35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요런 정리, 완전 보탬이 됩니다.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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