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 '괵국부인야유도'
토용
2021-04-29 10:33
366
그동안 후기로 주공 얘기만 한참 써서 이번에는 분위기를 바꿔서 한시를 가지고 씁니다.
지난 시간에는 소동파가 쓴 괵국부인야유도虢國夫人夜遊圖를 읽었습니다.
괵국부인은 양귀비의 언니입니다. 당 현종은 양귀비 뿐만 아니라 그 자매들도 총애했는데요,
첫째 언니는 한국부인韓國夫人, 셋째 언니는 괵국부인虢國夫人, 여덟째 언니는 진국부인秦國夫人으로 봉합니다.
그러니까 夫人은 봉호封號이지요.
그 중 괵국부인의 미모가 뛰어났다고 합니다. 화장을 안 해도 될 만큼 쌩얼미인이었다죠.
현종이 괵국부인을 후궁으로 삼으려고 했다가 양귀비하고 잠깐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해요.
이 시에서는 인생무상, 화무십일홍 뭐 그런 느낌이 드는데, 솔직히 그다지 딱히 맘에 드는 것은 아니예요^^
그나마 ‘明眸皓齒誰復見 只有丹靑餘淚痕’ 요 구절이 좀 좋네요.
아래 그림은 당의 황실 화가 장훤張萱이 그린 것을 북송대에 모사한 것입니다. 장훤의 원본은 남아 있지 않다고 해요.
그림 제목은 <괵국부인야춘도虢國夫人夜春圖> 입니다.
소동파가 이 그림을 보고 지었는지, 아니면 다른 그림이 또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찾아보니 우표에도 사용되고 중국에서는 꽤 유명한 그림인가봐요.
虢國夫人夜遊圖 괵국부인이 밤에 노는 것을 그린 그림
蘇軾 소식
佳人自鞚玉花驄 아름다운 여인이 스스로 옥화마의 고삐 잡으니
翩如驚燕踏飛龍 날렵하기 놀란 제비가 비룡을 타고 있는 듯하네
金鞭爭道寶釵落 금 채찍으로 길 다투다가 보배 비녀 떨어지니
何人先入明光宮 누가 먼저 명광궁에 들어갔나.
宮中羯鼓催花柳 궁중에서는 갈고로 꽃과 버들 재촉하니
玉奴絃索花奴手 옥노는 비파 줄 타고 화노는 갈고 친다오.
坐中八姨眞貴人 좌중에 여덟째 분 참으로 귀인이니
走馬來看不動塵 말 달려 와서 보는데 먼지도 일어나지 않네.
明眸皓齒誰復見 밝은 눈동자에 흰 치아 누가 다시 볼까
只有丹靑餘淚痕 오직 단청 그림 속에 눈물 흔적 남아 있네.
人間俯仰成今古 인간세상 잠깐 사이에 지금이 옛날 되니
吳公臺下雷塘路 오공대 아래에 뇌당의 길 생겼구나.
當時亦笑張麗華 당시에 또한 진후주가 장려화에게 빠져
不知門外韓擒虎 문밖에 한금호가 온 줄 몰랐던 것 비웃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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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와 현종의 사랑이야기는 차고 넘치는데 그 언니까지 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군요.ㅎ
당현종의 시대는 수많은 시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적 영감을 주는 시대인가봐요.
사랑과 전쟁,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별 이야기, 관리들의 부패와 민초들의 고난.
그 모든 것이 풍요로운 패키지로 등장하는 시대니 말이에요.
이백과 두보가 그 시대를 온몸으로 겪은 시인들이라는 게.. 참, 새삼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