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서 깊이 읽기 4차 후기-주 초기 안정화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자작나무
2021-01-06 23:56
298

 

이번에 읽은 부분은 <서경, 주서>이다. 나오는 이들은 무왕, 주공, 성왕, 소공, 강왕 등등이다. 우리가 <서경> 원문에서 읽은 부분까지의 해석을 봤기에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누가 나오는지는 모른다. 쨌든 무왕이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를 세웠을 때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런데 앞의 은나라의 건국과 마찬가지로 무왕도 여러가지 정치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 역시 탕왕과 마찬가지로 '혁명'으로 무력으로 정권을 세웠기 때문이다. 무왕 혁명의 성패는 기실 어떻게 자기 권력의 정당성을 세울 것인가, 게다가 한 세대로 끝나지 않고 계속 주나라가 이어지는가에 달렸다고 하겠다.   

 

다행히(?) 무왕에게는 탕왕이라는 역사적 전례가 있었다. 게다가 이들도 나름으로 공부를 한 모양인지, 탕왕이 '발명'한 것보다 더 그럴 듯하게 자신의 명분을 만들어낸다. 이를 저자는 '정치법률화' 등의 말로, 자기 전공과 문제의식으로 풀어낸다. 아마도 다른 사상사 서적이었다면 천명이 어떻고 저떻고 봉건제니 어쩌니 시스템이 어쩌니 하면서 말을 풀었을 것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책의 저자는 이전의 왕들은 '부덕'(가령 난폭하고 가혹한 학정을 베푼 왕)하여 왕의 자리에서 쫓겨났다면, 이제 그 부덕함의 소치는 반사회적인 행위를 한 '죄'가 된다고 말한다. 즉 무왕은 은나라의 마지막 왕 주왕을 죄를 저지른 범죄자로 만들고 자신을 검찰이나 심판관 혹은 집행자로 자처한다. 그게 혁명의 근거라고 저자는 푼다. 그런지 어떤지는 계속 공부해야 할 문제이고.

 

그런데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무왕이 목야에서 주왕을 칠 때 사람들에게 주왕의 죄를 아주 비근한(?) 표현으로 뇌리에 박히게 말하는데, 그게 '오직 여자의 말만 들었다'는 언급으로 주왕의 온갖 악행을 다 싸잡아서 말하고 있는 부분이다. 어찌 보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가 처음으로 등장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구절을 주왕의 개인의 일탈로 보지 않고, 그것을 '천일합일'이라는 자연법칙, 즉 법률의 롤모델이기도 한 자연을 거스른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냥 패미니즘(?)의 차원에서 차별의 언사로 봤던 암탉 어쩌고는 사실 주나라 등의 고대 중국 사회에서는 경험 영역에서의 '법칙(?)' 뭐 이런 것으로 작동했던 것으로 그는 보는 것이다. 아침에 우는 닭은 수탉, 알 낳을 때 우는 닭은 암탉, 뭐 이런 상식.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나라 때에나 나올 듯한 음양오행이 이때로 소급되어 적용되는 것처럼도 읽혀서 좀더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저자는 그렇게 이전 탕왕의 정당화 논리보다 더 정합적이고 어찌보면 강력한 힘을 갖는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명분 쌓기에만 치중하는 건 아니어서 <홍범> 편에서는 구체적 시스템까지도 갖추었음을 말해준다. 

 

이외에 주나라 초기의 장면에서 성왕/소공/주공끼리 서로 '왕자의 난'(^^)을 찍는다거나 숙부와 조카 간의 알력을 그린다거나 하는, 흡사 조선왕조의 정치 다툼을 살필 수 있었다. 어린 성왕을 중심에 두고 소공과 주공이 서로 자신의 힘과 정치사상을 서로 겨루는 일들이 '주서'는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한편으로는 동족상잔일지는 몰라도 이런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주나라는 정치는 어떠해야 하고, 왕은 어떠해야 함을 생각하면서 주나라의 기반을 닦아갔다. 역사의 스포^^에 따르면, 또는 <서경>에 실린 글 중 주공의 글이 많은 것으로 볼 때, 주공이 주의 정치적 기반을 닦았다고 하겠다. 그러면 주공이 성공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후 공자나 유학자들에 의해 해석되었듯 시스템과 통치 문화의 완성이 답이 되겠지만, 공자가 읽어냈던 <서경 주서>의 문맥이나 행간을 우리는 아직까진 잘 읽어내지 못하겠다. 사실 처음 <서경>을 읽었을 때에는 그 속의 각각의 글들의 사상적 내용, 즉 텍스트의 의미가 중국 고대의 정치사상을 보여주겠거니 생각했는데,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자의 굴레 속에서 텍스트 분석을 잘 못하고 있다ㅜ) 지금은 <서경> 속 글들은 다른 한편으로 언어 이면의 혹은 행간이나 행동 속에서 정치의 '술수'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 아젠다를 언제 어느 때 누구를 향해서 해야 하고, 어떻게 여론을 만들고 선동할 것인지, 정치적 정적과 어떻게 대처하고, 자기 기반은 어떻게 만들것인가 등등. 

 

4번의 번개세미나를 통해서 나온 결론은, 읽어서 재미있었지만 계속 공부해봐야겠다는 것이었다. 몰랐던 것을 조금이라도 알게되니 기쁘기도 하고 또 더 알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는 결론^^ 이런 의미에서 보더라도 우리의 이번 세미나는 성공~~ 

 

 

 

댓글 2
  • 2021-01-07 09:37

    개인적인 사정으로 두 번 빠졌는데..
    두 번 모두 자작나무님이 후기를 올려주셨네요.
    자작님의 음성지원이 되는 후기입니다.ㅋ
    시간내서 못읽은 부분 마저 읽고 싶어지네요.^^
    고맙습니다!

  • 2021-01-10 02:21

    3회차 후기가 올라왔길래 4회차는 주말쯤 써서 올려야겠다 생각했는데, 바로 연이어 올라와서 깜짝 놀랐어요 ㅎㅎ 이리 고마울데가^^
    주서 읽을때 홍범편이 좀 어려워서 뭔가 자세한 설명을 기대했는데 법학자의 한계인지 대충 건너뛰어서 아쉬웠어요. 그렇지만 현대의 법률과 비교하면서 설명하는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않은 것들이라 재미있었어요.
    서경을 읽으면서 주공이라는 인물을 달리 생각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공자가 그렇게 존경해마지않는 주공이지만, 성인의 이미지 뒤에 숨겨진 정치 9단의 술수(?)가 보인다고나 할까요.
    금등편을 보면서는 굳이 그렇게 티나게 기도문을 상자에 넣어 쇠사슬로 묶어놓을 필요가? 거기다가 기가막힌 타이밍에 성왕이 딱 열어보고 감동의 눈물을... 한편의 드라마였죠^^
    주공이 신도시 지어놓고 성왕을 오라 했지만 호경에서 버티고 있는 성왕의 영리함, 주서 초반은 소공까지 가세한 흥미진진한 정권투쟁을 볼수있어서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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