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서 깊이 읽기 세미나 후기 2회차 : 하나라 역사

콩땅
2020-12-23 10:04
424

늦은 후기로 인해 지난 시간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가물가물하여서 하서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하서는 상서의 제 2부로 하나라(BC 약 21세기~ BC17세기 초)의 정치를 반영한 문헌이다. 하나라 제1대 군주는 우다. 우이후에 계, 태강, 중강, 소강으로 이어지며, 마지막은 걸왕이다. 태강이 무도하여 정권을 후예에게 빼앗겼다가 소강 때 이르러서야 하나라 정권을 회복하였다. 하서의 기록은 총4편으로 우공, 감서, 오자지가, 윤정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라(실재로 존재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의 정치적 상상력과 정치적 투쟁을 살펴볼 수 있다.

 

우공편: 천자의 정치적 지배력은 어떻게 상상되었을까?

고대 중국의 정치적 통치구획은 구주와 오복으로 개념화되었다. 구주는 중국을 아홉 개 주로 나눈 것으로 기주, 연주, 청주, 서주, 양주, 형주, 예주, 양주, 옹주를 이른다. 우는 정치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구주를 순회했고,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구주로 확정하지 않는다면 천하는 하나의 불확정한 개념이 되고 말지만, 구주의 구획과 확정은 근본적으로 추상적인 천하 개념을 직접적이고 선명하며, 산과 물이 존재하는 구주로 변화시켰다.

오복은 구주 체계 바깥에 별도로 설치된 지리적 구획이자, 정치적 구획이었다. 전복, 후복, 수복, 요복, 황복인바, 천자가 직접 통치하는 기내를 전복이라 하고 500리씩 점점 멀어져 황복에 이르면 2,500리가 되는바, 천자의 영지를 중심으로 5개의 동심원으로 형성한다. 중앙과 가까운 구역일수록 중앙의 통제력이 강하고, 중앙에서 멀수록 중앙의 통제력은 약화된다. 그러므로 오복은 지리적 원근이기도 하고 정치적 원근이기도 하다. 오복의 구역은 당시 동아시아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 공간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먼 곳을, 정치적으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문화적으로 문화에서 야만을, 정감적으로 친함에서 소원함을 나타내는 정치 모델이다. 구주와 오복의 구획과 그 등급 모델의 확정은 성숙된 정치 형태와 문명질서가 이미 표출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식이기도 하다. 이상적인 정치질서와 문명질서에 대한 상상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서편: 계와 유호씨의 투쟁

계는 왜 제후인 유호씨를 정벌해야만 했을까? 『사기』의 하본기와 우공편을 살펴보자면, 일찍이 순임금 시기에 고요와 백익 부자의 정치적 역망은 대단했다. 그 당시 백익은 중랑감 있는 정치인이었던 반면, 계는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다. 당시의 정치 전통에 따르면 우 사후에 백익이 군주의 자리를 물려받는 것은 당연히 최선의 정치적 선택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우 사후에 백익이 3년동안 정권은 쥐다가 계로 넘어간다. 추축해보자면 이것은 상당히 잔혹한 정치투쟁의 결과물이다. 즉 계는 백익의 정권을 전복시킨 승리자가 된 반면, 백익은 그 투쟁의 실패자가 된 것이다. 대다수의 제후가 사태를 파악하고 계에게 귀순하였지만, 의연하게 한 제후가 확실하게 이의를 제기했으니, 그가 바로 유호씨였다. 어찌보면 그는 계의 정치적 음모를 용압할 수 없어 분연히 떨쳐 일어났던 것이다.

 

윤정편: 달력, 곧 권력의 상징

현대사회의 달력은 이미 공공성을 지닌 기본적인 것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그러나 동아시아 초기 문명에서 시간의 신비는 일반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요임금이 우선적으로 행한일이 바로 사시를 주관하는 관료를 임명하고 달력을 편제하여 시간을 관리한 것이다. 그 후 우가 달력과 시간제도를 수정하였다.

천자인 중강이 윤후에게 희씨와 화씨를 정벌하도록 명령하게 된 명분은 희화씨가 근무태만으로 일식을 예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강이 후예가 조정한 결과로 천자가 되어 실질적인 권력은 후예에게 있었다. 중강이 비록 포부를 펼칠 정치적 공간은 제한적이었을 것이지만, 역법의 장악을 통해 하나라 정권을 회복하기 위한 강력한 반기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다음시간에는 상나라의 정치, <상서>를 읽어보는 시간입니다.

 

댓글 2
  • 2020-12-23 18:03

    기주, 연주, 청주, 서주, 양주, 형주, 예주, 양주, 옹주
    이 지명들은 삼국지에 나오는 이름들인데 하나라때 부터 사용되었던 이름인가보네요
    2천몇백여년이상 어쩌면 하나라 그 이전 3천년전 그이상일 수도 있을 텐데 정확한 이름이 유지되다니 신기하네요

  • 2020-12-30 21:56

    오~
    세미나 한 하서를 요약정리해 주시니 머릿속이 산뜻해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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