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감절요+당시삼백수 2회차 후기

마로니
2016-04-29 16:57
1073

아시다시피 저희 한문 강독 세미나팀은 지난주 420일부터 당시삼백수와 통감절요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첫날은 예심샘, 요요샘, 토용샘, 깨알샘, 자작나무샘, 우연샘, 마로니가 참석하였고

이번 주엔 문탁 원년 멤버이신 아톰님까지 오셔서 모두 무척 반가워하셨습니다.

 

통감절요는 이제 조금씩 편년체 서술 방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예심샘의 낭랑한 성독 + 자작나무샘의 중국어 발음으로 듣는 한시는 정말 귀가 즐겁고 마음이 배불러지는 성찬 같았습니다.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지 말입니다. 이런 멋진 분들과 한 자리에 앉아 이렇게 좋은 공부를 하다니요?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후기를 써야 한다는 부담만 없다면요..ㅠㅠ

 

신참인 이유로 또는 ~ 이백의 시는 정말 좋군요!”라는 말을 소리 내어 한 까닭으로 제가 첫 후기를 쓰는 술래로 당첨되었습니다.

앞으로 감탄은 마음속으로만 하겠다고 다짐하며, 이백의 귀신이 1200년의 시공을 넘어 잠시 임하여 주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번에 공부한 시 세 편을 다시 한 번 읽어 보는 것으로 2회 차 세미나 후기를 대신하겠습니다.

 

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

 

暮從碧山下 山月隨人歸

卻顧所來徑 蒼蒼橫翠微

相携及田家 童稚開荊扉

綠竹入幽徑 靑蘿拂行衣

歡言得所憩 美酒聊共揮

長歌吟松風 曲盡河星稀

我醉君復樂 陶然共忘機

 

종남산을 내려와 곡사산인 집에 묵으며 술을 마셨네

 

저물녘 푸른 산을 내려오는데

산위에 뜬 달이 내가 돌아온 길을 따라오네.

문득 멈추어 지나온 길 되돌아보니 푸르른 산 기운이 산허리에 둘렀구나.

서로 끌며 농가에 다다르니 어린 아이 사립문을 열어주네.

푸른 대나무는 그윽하게 좁은 길에 들어찼고

담쟁이 넝쿨이 지나는 행인의 옷을 스치네.

즐거운 이야기에 쉴 곳을 얻었고

맛좋은 술을 즐기며 함께 술잔을 터네.

긴 곡조로 송풍곡을 읊고 노래가 다하니 은하수의 별이 드물구나.

나는 취했고 그대 또한 즐거우니 얼큰히 취하여서 함께

세속을 잊었네.

 

 

月下獨酌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네

 

꽃 사이에서 술 한 병을 함께 할 친구 없이 홀로 마시다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부르고 그림자와 마주하니 세 사람이 되었구나.

달은 원래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다만 내 몸을 따라할 뿐이나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봄의 행락을 즐기네.

내가 노래하면 달은 맴돌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가 흔들리네.

깨어서는 함께 즐기다가 취한 후에는 각기 흩어지니

영원히 세상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을 맺어

서로 저 먼 은하수 너머에서 만날 날 기약하네.

 

 

春思

 

燕草如碧絲 秦桑低綠枝

當君懷歸日 是妾斷腸時

春風不相識 何事入羅幃

봄의 그리움 (봄날, 님을 그리며)..이거 봄날님 아님...

 

당신 계신 연 땅에도 파란 실 같은 새싹이 돋았겠지요.

이곳 진 땅의 뽕나무는 벌써 푸른 나뭇가지를 드리웠어요,

당신이 돌아오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날은

제 애간장이 다 끊어지는 그 때랍니다.

(당신은 날마다 돌아올 날을 그리시겠지요?

저는 당신 생각에 시시때때 애간장이 끊어집니다.

- 저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네요.^^;;)

알지도 못하는 봄바람은

어찌하여 비단 휘장 속으로 불어오나요?

 

 

뭐 이백 시에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겠습니까말을 더 하면 시를 망치는 느낌만 들 것 같습니다. ...默默...

 

다음 주 예습은

통감절요 42쪽 계미 31년 전까지

당시삼백수 두보 시 2수입니다.^^

 

댓글 3
  • 2016-04-29 20:09

    후기가 한편의 시 같네요.

    캬~ 좋네요^^

  • 2016-05-01 10:48

    와우! 마로니님이 옮긴 이백의 시, 멋진데요!!

  • 2016-05-01 13:31

    그러게요. 번역은 또다른 영역이군요^^

    '이거 봄날님 아님'에서 빵 터짐!!  봄날님은 제가 思해 드리는 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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