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두번째 모임 후기

미나리꽝
2020-01-18 10:35
118

시 읽기 두번 째 시간, 우리는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을 읽었습니다. 전주에 읽은 이성복 시에 비하면 읽어내기가 좀 수월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남정네 넷이 저녁 시간에 시편을 읽는 광경은, 뭐랄까 참..... 이거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상상해보시길....(참 예쁘고 기특하다....) 여하튼 두번 째 시간에 모인 남자 네명은 각자 꼽은 시를 읽고 시에서 느낀 감흥을 이야기 했습니다.

뿔옹샘은 여전히 시는 어렵다고 하시면서 들뢰즈를 소개하셨는데요. 들뢰즈로부터 시적 사유를 발견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뿔옹샘은 또 고정되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 시대야말로 시의 지평이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전망했습니다.

저는 최근 독립서점이나 오프라인 모임 등에서 시 창작 혹은 읽기모임의 순기능을 긍정하나 한편으로 눈에 꽤 거스리는 감정은 왜 일까, 솔직한 심정을 말했는데요. 인문학이 하나의 포즈로 소비되는 느낌이 강하게 들곤 합니다. 물론 저의 편견이기도 합니다. 아렘샘은 우리 안에는 알게모르게 야만성, 폭력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말씀에 강직된 제 편견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신짱샘은 가족이 출타한 홀로 된 밤에 시를 읽으시면서 또다른 즐거움을 느끼셨다고요, 최승자 시에서 니체적인 문장도 발견했다고, 특히 시집 한권을 통째로 읽는 경험은 색 다른 경험이었다고 하셨어요.

최승자 시에서 우리는 사랑, 비애, 슬픔, 자괴 등을 꺼내보았는데요. 슬픔의 정서가 지배적이나 슬쩍슬쩍 드러난 빛나는 문장들은 톡톡 상큼한 기운이 전달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은 텍스트 자체보다 시인이 텍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그런 시인이 힘 있는 시를 쓸 수 있다고 보는데 대표적으로 최승자 시인이 그렇다고 봅니다. 시만 그런 건 아니겠죠.  모든 글이 그렇고,  삶이 또 그래야 살아지지 않을까, 시답잖은 후기를 올려봅니다. 다음주는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을 읽습니다.

 

 

댓글 5
  • 2020-01-21 13:40

    시인 이성복에게

    최승자

    현기증 꼭대기에서 어질머리 춤추누나,
    아름다운 꼽추 찬란한 맹인.
    환상이 네 눈을 갉아먹었다.
    현실이 네 눈에 개 눈을 박았다.
    (그래서 네겐 바람의 빛깔도 보이지)

    가장 낮은 들판을 장난질하며
    흐르는 물, 물의 난장이
    가장 높은 산맥을 뛰어 넘는
    키 큰 바람, 바람의 거인

    행복이 없어 행복한 너
    절망이 모자라 절망하는 너
    무엇이나 되고 싶은 너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은 너

    영원히 펄럭이고저!
    눈알도 아니 달고
    척추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
    바다의 날개......
    하늘의 지느러미 ......)

  • 2020-01-21 13:44

    자화상

    최승자

    나는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못 된다.
    잡초나 늪 속에서 나쁜 꿈을 꾸는
    어둠의 자손, 암시에 걸린 육신.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풀섶에서 일어난 어느 아침부터
    긴 몸뚱어리의 슬픔이에요.

    밝은 거리에서 아이들은
    새처럼 지저귀며
    꽃처럼 피어나며
    햇빛 속에 저 눈부신 천성의 사람들
    저이들이 마시는 순순한 술은
    갈라진 이 혀끝에는 맞지 않는구나.
    잡초나 늪 속에 온몸을 사려감고
    내 슬픔의 독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

  • 2020-01-21 13:50

    <안티오이디푸스>를 읽고 있다. 자본주의와 오이디푸스화에 저항하기.
    정신분석이 아니라 분열분석이란 말이 이해는 가지만 어떻게 오이디푸스화에서 벗어날 것인가는 항상 물음표로 남는다.
    이런 가운데 단기로 하는 시 읽기!
    항상 의미와 목적, 구조 속에서 논리적 이해를 추구했던 머릿 속에서
    "시 읽기"는 나아게 가히 들뢰즈/가타리 읽기에 필적하는
    아니 몸 전체로 '천 개의 고원'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이해하지 않고, 그저 시인과 시를 함께 낭독하고 쓰고 나누면서 몸으로 마주하기.
    들뢰즈와 시 읽기, 뭔가 전혀 관련없을 듯한 두 개의 활동이 '다른=기계'를 형성하는 것 같다. ㅎㅎㅎ

  • 2020-01-21 18:14

    남정네 넷이 화요일 저녁에 시를 읽고 있다는 걸 숨길 이유는 없지만 어디가 얘기하기는 참 애매한것 같습니다. ^^;
    작년 푸코와 스피노자를 읽으며 보였던 신체가, 이렇게 시로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 2020-01-21 23:16

    가슴을 후벼판 최승자의 시 한편 올립니다.

    여자들과 사내들
    - 김정숙에게

    사랑은 언제나
    벼락처럼 왔다가
    정전처럼 끊겨지고
    갑작스런 배고픔으로
    찾아오는 이별.

    사내의 눈물 한 방울
    망막의 막막대해로 삼켜지고
    돌아서면 그뿐
    사내들은 물결처럼 흘러가지만,

    허연 외로움의 뇌수 흘리며
    잊으려고 잊으려고 여자들은
    바람을 향해 돌아서지만,

    땅거미질 무렵
    길고긴 울음 끝에
    공복의 술 몇 잔,
    불현듯 낄낄거리며 떠오르는 사랑,
    그리움의 아수라장.

    흐르는 별 아래
    이 도회의 더러운 지붕 위에서,
    여자들과 사내들은
    서로의 무덤을 베고 누워
    내일이면 후즐근해질 과거를
    열심히 빨아 널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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