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대중지성 10/11 세미나 후기

송우현
2019-10-14 11:40
86

 [텍스트의 포도밭]은 어려웠다. 하지만 재밌었다. 아마도 여태까지 읽은 일리치의 책들을 나는 조금 뻔한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은 병원이 병을 만들고 있다거나, 학교가 멍청이를 생산한다거나, 빨라보이는 교통이 사실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큰 충격이 될만한 이야기들. 그러나 그래서 국가 이전의 사회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닌, 결론이 깔끔하게 나지 않는 책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책은 좀 달랐다. 읽기에 대한 근본적 사유들. 수사적 읽기에서 학자적 읽기로 넘어가는 사회적 흐름을 이야기 한다. 전에 읽은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 속에서 과거엔 있었지만 현재엔 없는 것들, 그것들에 대한 설명들은 뭔가 과거가 더 좋았다는 느낌이 있지만, 현재에 몸을 두고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게의 눈으로 과거를 본다는 설명이 있었다. 비로소 여태까지 읽은 일리치 책의 결론에 대한 실마리를 잡은 느낌이었다.

 단순히 수사적 읽기 -> 학자적 읽기 -> 텍스트의 출현 을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책이 어려워서 그것마저 어려웠지만), 현대에서도 지혜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써 이해를 하는 것이다. 새털샘은 메인 맥락을 이해하고 그 디테일을 다시 살펴보기를 추천했다. 두세번 읽으면서 전반적인 내용과 맥락을 파악하고, 네다섯번 읽으면서는 수사적 읽기 속에서 기술적인 맥락이 아닌 도덕적 맥락으로의 읽기, 의무로서의 읽기에 대해 생각해보는 식이다. 그 방식이 그저 '과거가 더 좋더라!' 라거나 '현대는 안좋더라!' 가 되지 않으려면 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해질 것 같다.

 노라샘은 많이 힘들어 하셨지만...ㅋㅋㅋ 이 책의 어려운 말들도 나는 재밌었다. 알파벳의 발전으로 라틴어에서 영어로 의미가 확장/변화하는 부분들이라던가, 읽기 형식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알파벳의 발전이 사회에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도 신기하고 재밌었다. 새털샘은 더 많이 읽기를 추천하셨다. 읽을때마다 얻는 느낌이 다를 것이라며... 나도 이번엔 좀 급하게 읽었지만,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읽어보고 싶다. 에세이도 이걸로 써볼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어렵지만 그만큼 재밌는 책이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어려운 책을 꾸역꾸역 읽은 책이기 때문에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건지 어쩐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보면 게으른 만큼 빡세게 조여야 많은 것중 하나라도 되는 느낌을 좀 받거든요. 널널하면 그냥 모든 게 다 흐지부지 되는 것 같고... 그냥 뭐 그렇다구요.

 

다음주는 물방울샘이 발제와 간식, 후기를 써주십니다. 또 무리하느라 아프지 마시고! 잘 해오셔요!

[이반 일리치의 유언]을 222p 까지 읽되, 서문은 각자 알아서 읽기로 했지요. 아홉개의 챕터중에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골라서 메모를 써오시면 됩니다. 챕터가 겹친 맴버들이 밥을 쏘는 눈치게임도 진행됩니다.ㅋㅋㅋ 다들 화이팅~

댓글 3
  • 2019-10-14 16:19

    책방 아들 우현이의 책에 대한 고찰 재미있을 것 같아!

  • 2019-10-14 16:24

    무리안하고 2번읽고 발제를 잘해오라니...
    이 무슨 ~~@&&₩!?
    가혹한 운명이여!!

  • 2019-10-14 16:37

    저도 이 책이 좋았어요. 읽기를 문맹률이 아니라 도덕률의 역사로 해석한 것이 그 어떤 당위보다 설득력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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