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들러 <에티카를 읽는다> 3장 발제: ‘신은 유일한 실체다’와 ‘신 즉 자연’

아렘
2019-09-10 01:38
67

그간의 듣고 읽은 풍월들

우리는 지금까지 읽어 온 우회로들을 통해 스피노자에게 지복/행복은 이성적 인간, 즉 지성인이 되는 것이란 힌트를 얻은 상태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인식이 신 즉 자연에 이를 때 최고로 완전해질 것임이 <에티카>에서 규명될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이제 퇴근길 대중지성팀에게는 <에티카> 원전과 내들러의 마지막 우회로가 놓여 있습니다.  두 권을 통해 이를 확인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당연히 각자의 불편함과 난감함이 있습니다만 이제 우리 앞에는 극도로 절제된 그래서 경제적, 효율적이라 불리는 스피노자의 문장들과 원전보다 두꺼운 그래서 마지막 보루이길 바라는 내들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몹시 불안하지만, 읽고 나눈 것들이 쌓여 우리를 좀 편안하게 하리란 안이함이 필요한 시점 같습니다.

 

제가 맡은 발제는 내들러의 <에티카를 읽는다> 3장입니다. 우리는 스피노자가 행복으로 바로 직진하지 않고 실체와 신으로 시작함을 알고 있습니다. 3장은 크게 <에티카> 1부 정리 15까지의 내용(신은 유일한 실체고, 모든 것은 신 안에 있다)과 ‘신 즉 자연’이란 말의 해석상의 난점들을 해설해 줍니다. 1부 정리 1~15의 목표는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자, 곧 각자 영원하고 무한한 본질을 표현하는, 무한하게 많은 속성들로 구성된 신(정의 6), 즉 정의6상의 신이 온 우주의 유일한 실체임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우주 안에는 단 하나의 실체만 있는데 그것이 신이고 존재하는 다른 모든 것은 신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내들러가 해설하는 증명절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치밀함과 정연함에도 불구하고 아렘은 가장 중요한 정리5에 수긍을 못했습니다. )  

  • 기본학습: 3개의 용어 정의 (실체,속성,양태)와 두 개의 공리(3,4)이해가 기본이다
  • 동일한 본성이나 속성을 가진 둘 또는 그 이상의 실체들은 있을 수 없다 (정리1~5)
  • 무한한(즉 가능한 모든) 속성을 가진 실체, 즉 (정의상) 신이 필연적으로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정리6~11)
  • 위 두 가지가 참이면 실체는 하나다. 신을 제외한 그러한 다른 실체는 있을 수 없다. (정리14)

 

기본학습: 3개의 용어(실체/속성/양태) 그리고 두 개의 공리 (공리3, 4)

실체 : 나는 실체를 자기 자신 안에 있고 자기 자신을 통해 인식되는 것, 즉 그의 개념을 형성하기 위해 다른 것의 개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1부 정의3)

  • 실체는 그 당시 철학동네에서 아주 익숙했던 범주이다. 아울러 스피노자의 증명을 따라가기 위해서 ‘자신 안에 있고’를 ‘그것의 존재를 위해 다른 어떤 것 안에 있지 않거나 의존하지 않는 것’으로(존재론적 독립), ‘자신을 통해 인식되는 것’은 ‘다른 어떤 것의 개념에 전혀 호소하지 않고도 인식되거나 이해될 수 있는것’(인식론적 독립)으로 바꿔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속성: 나는 지성이 실체의 본질을 구성하는 것으로 지각한 것을 속성이라고 파악한다 (1부 정의4)

  • 가장 큰 힌트는 실체와 그 실체의 속성을 동일시 한다는 것이다. ‘저는 실체를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것이자 자기 자신을 통해 인식되는 것, 즉 그것의 개념이 다른 것의 개념을 함축하지 않는 것이라고 파악합니다. 저는 속성을 동일한 것이라고 파악합니다. 그것이 지성과 관련해서 속성이라고 불린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지성은 그러그러한 규정된 본성을 실체에 귀속시킵니다. (9번째 편지)

양태: 나는 양태를 실체의 변용들(affections), 다른 것 안에 있고 다른 것을 통해 인식되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1부 정의5)

  • 실재가 실존하는 특수하고 규정된 방식이다. 개별적 인간 신체의 정확한 모양이나 크기는 그 신체의 양태이다. 그리고 인간 정신 안에 있는 특정한 생각이나 관념은 그 정신의 양태이다. --> 실재의 양태는 그 실재를 구성하는 속성이나 본성의 구체적 발현이다. 그러므로 양태는 그것의 기저를 이루는 속성이나 본성 또한 인식해야만 인식할 수 있다.

 

자연 안에는 동일한 본성이나 속성을 가진 둘 또는 그 이상의 실체들은 있을 수 없다’ 정리5 증명

만일 둘 또는 그 이상의 구별되는 실체가 있다면 그것들이 서로 구별될 수 있는 방법은 속성 측면에서 다르거나, 아니면 변용(양태)측면에서 달라야 한다(정리4). 속성 측면에서 다를 경우 정리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라이프니츠 반론이 더 날카롭다) 만일 양태 측면에서 다르다면 양태는 실체의 변용이고 실체는 본성상 변용에 앞서고 그리고 양태는 단지 속성이나 본성이 표현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양태 수준에서의 어떤 차이는 더 근본적인 속성 수준에서만 설명되고 이해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양태를 제쳐두고 속성 수준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한 실체는 다른 실체와 구별되는 것으로 인식 될 수 없을 것이다. 동일한 속성을 갖고 있으면서 단지 그것의 양태에서만 다른 두 실체는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실체의 본성(속성)이든 유일하다는 것이 확립된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유 안에서 유일하지만. (내들러는 스피노자를 변호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논점선취의 오류처럼 보입니다.)

 

실체는 필연적으로 실존하고 영원하며 무한하다

실체는 필연적으로 실존한다: 어떠한 두 실체도 동일한 본성이나 속성을 가질 수 없기 (정리5) 때문에 어떠한 실체도 그것이 무엇이든 공통적인 것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정리2). 그런데 어떤 것이 실존하려면 반드시 원인이나 이유가 내부(본성)나 외부에 있어야 하는데, 실체는 외부적인 공통성이 없으므로 존재의 이유/원인이 내부(본성) 안에 있어야 한다. 실체의 실존에 대한 원인은 실체 그 자체의 본성이어야 한다는 것이 따라 나온다. 즉 '실체의 본성에는 실존함이 따른다'(정리7) 실존함이 본성이라는 말은 필연적으로 실존한다는 말이다. 실체는 자기 원인이다.

영원한다: 실체가 다른 어떤 것에 의해 존재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실존이 실체 자신의 본성에서 나온 필연적 결과라면, 그리고 실체의 본성 내부나 외부에 실체가 실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실체의 경우 그 실존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그래서 실체의 수준에서는, 존재하게 됨이나 존재를 멈추게 됨과 같은 사태는 없다.

무한하다(정리8~11): 실체가 유한하다면 실체는 동일한 속성이나 본성에 속하는 어떤 것에 의해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리 5에서 동일한 속성이나 본성을 가진 실체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실체는 무한하다. 각각의 속성은 자신의 유 안에서 무한하다. 그것을 제한할 그것과 유사한 다른 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체 그 자체는 절대적으로 무한하고, 그래서 무한한 속성(속성들 각각이 자신의 유 안에서 무한한)을 소유한다.  à 중간정리: 실체는 필연적으로 실존하고, 영원하고 무한한 속성을 소유하며 무한하다. (복수의 실체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신 또는 각자 영원하고 무한한 본질을 표현하는, 무한하게 많은 속성들로 구성된 실체는 필연적으로 실존하다. (정리11):

증명1: 신 정의에 의해 실체를 신으로 치환을 하자. 그러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기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신의 본질이 실존을 함축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게 뭥미? 결국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신은 실존한다.)

증명2(충족이유율 증명): 모든 것은 그것이 실존하거나 실존하지 않는 원인/이유가 그 실재의 본성 안에 있거나 밖에 있어야 한다. 만약에 그 실재의 본성 안에 혹은 밖에 그것의 실존을 방해하는 원인이나 이유가 없다면, 그 실재는 필연적으로 실존한다. 그런데 신의 본성 밖에는 신의 신의 본성을 방해하는 것이 전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어떤 실재도 신과 동일한 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거나-이 경우 신이 실존한다는 것이 인정- 아니면 신과 다른 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과 다른 본성을 가진 실체는 신이 실존하는 원인이 될 수도 없고, 신의 실존을 방해하는 원인이 될 수도 없다.

증명3(후험적증명): 신보다 역량이 떨어지는 우리(유한한 존재)가 실존한다. 그런데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가 우리보다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은 모순이다.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정의상 신)는 필연적으로 실존한다.

 

그 실체가 바로 신이다. 신 이외에는 어떠한 실체도 있을 수 없고 인식될 수도 없다.

  다시 정리5(두 실체는 동일한 속성을 가질 수 없다)와 정리11(무한한 속성을 가진 실체가 있다)에 의해 ‘신 또는 각자 영원하고 무한한 본질을 표현하는, 무한하게 많은 속성들로 구성된 실체는 필연적으로 실존한다’ 무한한 속성을 가진 실체는 모든 가능한 본성이나 실재가 속하는 실재인데, 이 필연적인 실존은 어떤 다른 실체의 실존도 배제할 것이다. 신이 아닌 어떤 실체든 간에 어떤 본성이나 속성을 가져야 할 텐데 이미 그것은 신이 소유한 본성이나 속성이어야 할 것이다. 이는 두 실체가 동일한 속성을 가질 수 없음과 모순이다. 따라서  ‘신은 유일하다. 즉 자연 안에는 단 하나의 실체만 있다’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신 안에 있고, 신 없이는 어떤 것도 있을 수 없고 인식될 수도 없다. (정리15)

이 온 우주에는 실체와 그 변용인 양태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신이 유일한 실체이고 양태는 이 신의 변용들이니 이 양태들은 신의 본성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신의 본성에 의해서만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신이 없이는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고 인식될 수 없다.

 

아주 어려운 부록: 신과 실재들 or 실체와 양태의 관계 (주체/특성 내속모델 vs  내재적 인과모델)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 안에 있다’(정리15)는 내들러에게도 분통 터질 정도로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 정리는 신과 실재들 혹은 실체와 양태들의 관계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을 낳습니다. 하나는 특성이나 성질이 주체 안에 있는 것처럼 만물이 신 안에 있다는 아주 단순 무식한 해석 모델이고(주체/특성 내속모델) 다른 하나는 인과관계로 형성된 법칙/원리로 신과 실재들의 관계를 바라보는 내재적 인과모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이상은 제가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내들러는 내속모델의 차용 없이 내재적 인과모델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추가하고 있습니다.

 

조금 쉬운 부록: 신 즉 자연 (Deus, sive Natura  혹은 신 씨바 자연)의 의미

 이것은 스피노자가 ‘신 즉 자연’ (책에 그것도 라틴어 판 유고집에 딱 한 번 등장하는)이라고 했을 때 자연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문제입니다. 일단 말 그대로 신과 자연은 동일합니다. 그런데 어느 범위까지 동일한 것일까요? 많이 들어 본 용어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자연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능산적 자연(자연하는 자연/생산하는 자연)과 소산적 자연(자연된 자연/생산된 자연)입니다. 내들러는 스피노자의 자연은 확실히 자연의 능동적 측면과 수동적 측면 모두를 바꿔 말하면 자연의 능산적 측면과 소산적 측면 모두를 자연으로 여기는 쪽에 가까워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스피노자의 자연을 능산적 자연으로만 해석하건, 아니면 둘 다로 이해하건 스피노자에게 신은 자연입니다. 기존 전통 유대-기독교로부터 아주 멀리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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