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시간>4회차 후기

요요
2021-09-18 08:48
363

<존재와 시간> 서론을 끝내고 드디어 1부 1편을 읽기 시작했다.

"서론을 넘어가면 좀 잘 읽히려나" 내심 은근히 기대했느데.. 아, 역시, 아니었다!

서론에서 헥헥거렸던 하이데거식 개념어들은 저리가라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이 분명한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완전 신세계 체험이다.

범주와 실존범주, 세계와 세계성 이런 말은 차라리 애교였다. 

전통형이상학의 존재론 이해를 비판하고 아예 새로운 체계를 세우려고 작정한 듯한 용어들이 투하된다.

 '사물'도 '대상'도 하이데거의 존재론에는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동안 우리가 사물이나 대상이라고 불러온 것들은 이제

'눈앞에 있는 것'과 '손안에 있는 것'으로 나뉘어진다. 게다가 이것들은 대상의 속성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현존재의 태도에 따른 구분이다.

현존재가 대상을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눈앞에 있는 것'과 '손안에 있는 것'으로 나뉘어진다는 말이다.

그 만남은 또 주체가 대상을 인식하거나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적 왕래'라고 말해진다. 아, 놔~~

이 또한 기존의 관념론과 경험론이 공유하던 어떤 지반을 뛰어넘으려는 하이데거선생의 깊은 고뇌가 담겨있는 말들이리라.

 

현존재 역시 마찬가지다. 데카르트의 '코기토에르고숨'에서 '숨, 존재한다'는 아예 검토되지도 않았다.

하이데거 식으로 보면 이건 올바른 철학함이 아니다. 검토되지도 않은 '존재한다'를 기초로 한 것이 주체철학이다.

그렇다고 해서 후설식의 의식철학이라고 해서 다르지도 않다. 그 역시 안그런 것 같으면서도 수브엑툼을 전제한다.

의식에 대한 내적반성을 통해 의식을 알 수 있다는 것도 뻥이라고 한다.

내적반성이 아니라 현존재의 삶 전체에 대한 반성을 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거다. 

삶 전체에 대한 반성, 그것도 각자의 삶을 영위해가는 식물이나 동물의 삶이 아니라 현존재의 삶을 통해 접근한다는 것!

 

이제 현존재의 근본틀인 세계-내-존재 일반을 탐구해야 할 차례이다.(이 차례가 바로 하이데거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첩경인 것 같다)

세계-내, 세계-내-존재인 존재자, 내-존재의 존재론적 구조를 순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일단 내-존재(안에 있음)의 뜻부터 알아야 한다.

내-존재는 배려함이라는 존재양식을 갖는다.

'배려함'은 현존재가 자기 이외의 존재자와 실천적으로 관계하는 방식 일반으로 엄청 중요한 실존범주이다.

현존재의 인식은 배려하는 왕래 속에서 이루어지는 실천적 행동관계다. 

그것은 안(영혼이나 정신)이 밖(사물, 대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현존재는 언제나 이미 외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존재는 세계-내-존재로 존재하면서 인식한다는 뜻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는 세계일반의 세계성 이념을 이해해야 하는 과제 앞으로 인도되었다.(참 차근차근 인도된다.^^)

 

세계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손에 있는 것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 손에 있는 것은 손에 있음의 성격을 갖는다.

손에 있음이란 결코 하나의 도구가 아니고 도구들 전체의 지시연관 속에 있다. 

이 지시연관은 하향식으로 말하자면 그 때문에-하기위한-그것을 위하여-어디에-그것을 가지고의 의미연관이기도 하다.

맨 위(?)에 있는-이 위에 있다는 '느낌이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모종의 주관적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때문에'는 순전히 현존재의 자리이다.

~하기 위하여의 목적들의 연관성 전체, 의미부여의 연관전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알고자 했던 '세계성'인 것이다.

블라블라~~ 그 결과 우리는 세계성이란 결국 의미들의 전체 연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세계는 의미들의 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세계는 언제나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아~~ 간단 후기를 쓰려고 했는데.. 제가 왜 이러고 있지요? 이건 하이데거적 주체화의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차례차례 말하지 않으면 결코 어떤 결론에 가 닿을 수 없는..ㅋㅋㅋ

일단 여기서 멈추고.. 밖에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다시 들어오겠습니다. 안녕...)

 

 

댓글 4
  • 2021-09-18 11:45

    하이데거 선생은 참 꾸준하게 차근차근 인도하며 가시는데,

    저는 저 멀리 가는 하이데거 선생의 뒷모습이 보일랑 말랑합니다. 선생 근처에는 정군샘, 아렘샘, 요요샘, 그리고 전교 1등 마솥샘이 계시네요ㅜㅜ(조켔다)

    제주 올레길 화살표 마냥 놓치면 안된다는 절박함에 꾸역꾸역 따라가고는 있지만, 정말 어렵네요. 흑ㅜ

    뭔가 '떡잔디'처럼 줄줄이 연관되어 있는 개념어들과 지시대명사들(근데 이 지시대명사, 우리로 치면 '거시기' 아닌가? 하이데거 선생도 명확한 표현이 어려워 지시대명사를 이리 많이 쓴 건 아닌가요? 네? 하이데거 선생 답변 좀~ ) 그래도 정리왕 요요샘 덕분에, 샘의 발제와 후기를 이정표 삼아 명절 연휴에 나머지 공부라도 좀 해볼 의지가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1-09-18 22:25

     ㅎㅎㅎㅎ "참 차근차근 인도된다"는 두 번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ㅎㅎㅎㅎ

    앞으로도 한 동안은 '차근차근'일테지만, 그게 또 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차근차근' 따라가 보아용!

     

  • 2021-09-19 11:14

    이 후기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죄송하지만.. 새드엔딩도 해피엔딩도 아닌, 시즌2 없는, 열린 결말로  가는 걸로 할게요.^^

     

  • 2021-09-20 08:24

    차근 차근  흐름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띄엄 띄엄 동굴 속을 헤매는 거 같지만..이렇게라도 간다는데 셀프 의미를 두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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