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철학학교Q&A④] '너 철학학교 튜터야' - "네? 어, 어, 어, 아, 네?"

정군
2021-02-04 00:17
1511

으... 삼일쨉니다.... 좀 물리시죠? 이제 오늘 올리고, 내일 올리고 하면 끝납니다. ㅎㅎㅎ

조금 물리니까 음악 한 곡 듣고 가죠.

 

 

다 들으셨나요? 좋은 노랩니다. 연영석 4집은 제가 요즘 가장 자주 듣는 앨범이랍니다. 그러니까 뭐랄까요... 이 분은 이른바 '민중가수'인데 노래는 결코 '민중가요'로 환원되지 않습니다.(가령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들 처럼요.) 2001년에 '간절히'라는 노래를 처음 듣고서 단박에 파바박 느낌이 왔었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야?'라는 질문에 저는 '연영석'이라고 답합니다.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에 4집이 올라와 있으니 한 번씩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아 정말, '연영석'이라는 뮤지션이 지금보다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ㅠㅠ)

 

이제 본론과 아무 상관없는 서론이 끝났습니다. 하하하. 

 

평화롭고 게으르게 음악 듣고, 책 사모으던 저는 어째서  뉴-문탁넷 2021 철학학교 1학기 '서양철학사'의 ‘튜터가 되어버린’ 것일까요? 여기엔  딱히 특별할 건 없지만, 어쩐지 당사자 입장에서는 ‘어, 어, 엉?’ 할 만한 사연이 조금 있습니다. 그때가, 작년 11월이었으니, 햇수로 벌써 2년 전 이야기군요.(어디서 웃으셔야할지 도무지 모르시겠지만 농담입니다.) 그때 저는 ‘문학처방전’에서 ‘원형탈모증’으로 상담을 받기 위해 새털샘과 청량리샘을 만났더랬습니다. 장소는 수지외식타운에 있는 ‘중화요리 함지박’이었고요. 거기서 글쎄 무려 샥스핀 스프까지 포함된 코스요리를 쿵자라작작쿵작쿵작 먹으며 흥겹게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었습니다.('어장' 대방어회도 그렇고, '미가양고기' 훠궈도 그렇고, '휘게소' 돈가스도 그렇고 동천동엔 참 맛있는게 많았어요) 그러다가  새털샘이 물으셨죠. ‘정군 요즘은 무슨 공부해요?’ 예의 저는 장황하고 거창하고 진지하게 ‘신유물론, 포스트휴머니즘, 철학사적 맥락, 뭐시기뭐시기’하며 답을 해드렸고, 술도 안 먹었는데 취한 것인지 ‘이런 걸 문탁에서 세미나를 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라고, 제 무덤이 될 흙바닥에 한 삽 꽂아 넣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모름지기 ‘무슨 공부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정작 열심히 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어쨌거나 최근 석 달 사이에 떠들춰본 책에서 슬쩍 본 내용이라도 ‘재미나게’ 말씀드려야겠다 싶어 그리하였던 것입니다.(가볍게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사실 저는 그쪽으로 조금 진지한 편입니다. 최근 십수 년 사이에 급격하게 변하는, ‘세계’를 사유한 철학들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굳이 '서양철학사' 뒤에 『새로운 철학 교과서』를 하고 싶었답니다) 네, 그래서 그냥 그대로 넘어가도 될 정도의 말씀을 드린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제 마음 속에서 ‘그래, 진짜 철학사를 한 번 세미나를 해보면 재미있겠다. 기왕이면 아예 처음부터 가장 최신의 것까지 한 번 훑고 나면 모두에게 이로운 세미나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만남(중화요리 함지박 회동) 후 며칠이 지났을 때에, 아예 ‘서양철학사’ 기획서를 써서 새털 샘께 전달해 드립니다. 뭐 그러고 나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아, 문탁이 요즘 비잔틴 제국과 서로마 제국으로 나뉘면서... 바쁘신 모양이다. 안 하려나 보다’ 할 때쯤! ‘까똑까똑’.

 

새털 : 정군, 세미나 제안은 지금 논의 중이에요.
정군 : 아 예, 선생님 꼭 안 해도 됩니다. 힘쓰거나 하지 마시어요. ㅠㅠ
새털 : ㅋㅋㅋ 정군 공부 해야지!

 

뭐 이런 대화가 오가고, ‘하는구나, 하나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설렁설렁 군나르 시르베크, 닐스 길리에의 <서양철학사>를 들춰보던 중이었습니다. 그 사이 4살 된 딸(우자룡, 진성일, 정승연 <다른 아빠의 탄생> 참고, 꼭 보세요. 참 좋은 책입니다.)이 폐렴으로 입원하고, 정줄을 놓고 뭐하고 뭐하고 하다가 문탁샘과 ‘까똑까똑’을 하는데, ‘선생님 저는 뇌과학 세미나가 열리면 참가하겠습니다’ 뭐 이런 이야기를 드렸더니 ‘넌 뇌과학이 아니고 내년에 철학학교 만들텐데 거기에 요요랑 튜터로 들어와야 해’라고 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한 삽, 두 삽, 차곡차곡 파는 줄 알았는데 포크레인으로 파던 거였네요. 두 삽 뜨니 무덤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그냥 서너 명 모여서 하는 듯 안 하는 듯 슬슬 하는 그런 세미나를 상상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뙇’하고 떨어져서, 사실 지금도 조금 얼떨떨합니다. 그 부담감이란... 대략 우리팀이 3:1 정도로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어쩌다 얻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원래는 벤치 멤버지만 주전 공격수의 부상으로 어쩌다 기회를 잡게 된 선수가 자기가 찬 공이 골문을 향해 날아가는 궤적을 볼 때쯤 느끼는 부담감과 비슷합니다.(이것도, 어디서 웃으셔야할지 도무지 모르시겠지만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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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를 누르시면 서점으로 이동합니다) 

 

녜, 어쨌든 제 입장에서는 그런 사연으로 ‘서양철학사’ 세미나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장담할 수야 없지만, 이 세미나는 아마 재미있을 겁니다. 게다가 ‘지식’이 차곡차곡 쌓여간다는 느낌도 꽤 확실하게 쥘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원전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보통의 철학 공부가 ‘독해’와 ‘이해’를 통해 결국엔 감각의 변환을 지향하는 식으로 공부하는데 반해, 이 공부는 사실상 ‘철학사’의 여러 국면들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암기과목입니다. 어떻습니까? ‘암기’에 도전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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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끝내는 것도 아쉬우니 노래 한 곡 더 듣겠습니다.

세계에 몇 남지 않은 슈퍼밴드 콜드플레이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최신곡입니다.

제 마음 속에서 콜드플레이는 김왈리(aka. 코코펠리)보다 순위가 낮기는 하지만(일례로 저는 김왈리 라이브는 봤지만 콜드 플레이 라이브는 안 봤습니다), 그래도 몇몇 곡은 정말 좋아합니다. (Fix you 같은 곡은 정말 굉장하죠.네, '서양철학사'가 부디 이것저것 많이 고쳐보는 세미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5
  • 2021-02-04 07:30

    앗, 콜드플레이 신곡 나왔구나. (전 콜드플레이, 좋아해요, ^^)
    연영석.........전 누군지 몰랐었어요..ㅋ
    노래 진짜 좋군요. 콜드플레이보다 좋은디요? ㅎㅎ
    이모저모로 정군님 글이 유스풀합니다여, ㅋㅋㅋㅋ

  • 2021-02-04 09:35

    프리퀄은 영화가 나온 뒤에 영화 스토리 이전을 보여주는 영화를 말하는 거라지요?
    역주행은 발표되고 나서 잊혀진 노래인데 새롭게 주목받는 현상을 말하는 거라지요?
    정군님의 글을 읽으니 불현듯! 작년 연말에 정군을 위해 새털이 쓴 <문학처방전>이 떠오르는군요.^^
    새털의 문학처방전이 마치 북경에서의 나비의 날개짓같은 역할을 했군요.ㅎㅎㅎ
    http://moontaknet.com/?page_id=8115&mod=document&uid=32254

  • 2021-02-04 09:54

    제주 풀무책방에 차~~암 좋은책 <다른 아빠의 탄생> 이 없길래
    서점 주인 아저씨에게 이런 좋은 책도 안가져다 놓으면 어떻하냐고.... 폭풍 홍보를 했습니다.
    옆에 있던 저자 한 분은 몸을 한쪽으로 베베꼬며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 하였습니다.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시겠지만 저도 농담입니다 ㅋㅋ)

    정군의 글을 읽으니 모든 삽질은 위대한 것 같습니다. ㅋㅋㅋ

  • 2021-02-04 15:04

    연영석 저도 처음듣는 가수인데 노래 좋네요
    햇살좋은 창가에서 졸다 들으니 더 좋구먼요 ㅎ

  • 2021-02-06 08:25

    훅~ 들어오고 뙇~ 떨어지는... 문탁의 각종 미션. 가끔 '반사✋'를 하지만, 결국 하게 되는 문탁의 마력.
    얼떨떨하게 입문해서 벌써 10년... 다들 그렇게 이곳에 계신거죠?ㅎㅎ
    하고 싶었던 세미나도 아쉽게 못하게 되었는데, 서양철학사 세미나에 뙇~ 붙어볼까요?? 행복한 고민이 뒤늦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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