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에세이 / 9인9색 '되기'의 윤리 / 2019.12.13 / 초대합니다

관리자
2019-12-12 06:51
284

되기란 (역사학이 아니라) 지리학에 속하며, 길찾기· 방향· 출입구에 속합니다. 가령 여자들, 그리고 그들의 과거나 미래와 혼동하지 말아야 할 여성-되기가 있습니다. 여자들은 자신들의 과거와 미래, 자신들의 역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이 여성-되기라는 생성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혁명적으로-되기도 있습니다. 이것은 혁명의 미래와는 다른 것이며, 투사라고 해서 반드시 혁명적으로 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되기란 결코 모방하는 것이 아니며, ····양 처신하는 것도, 모델에 자신을 부합시키는 것도 아닙니다. 비록 그 모델이 정의나 진리에 속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출발하고 도착하는 혹은 도달해야 하는 지점이란 없습니다. 상호 교환되는 두 항도 역시 없습니다. "너는 무엇이 될 거니?"라는 질문은 특히 어리석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무언가로 되는 한, 그가 되는 바는 그 자신만큼이나 변하기 때문입니다. 되기는 모방의 현상도 동화의 현상도 아니고, 이중포획, 비평행적 진화, 두 계(계) 사이의 결혼과 같은 현상입니다. 결혼은 항상 자연을 거스르는 것으로 짝짓기와는 반대지요.....

 

되기란 가장 지각하기 힘든 것이며, 오직 삶으로만 아우를 수 있고, 스타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작용들입니다. 삶의 양태가 구성이 아니듯, 스타일도 구성이 아닙니다. 스타일 속에서 중요한 것은 단어도, 문장도, 리듬도, 문채도 아닙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역사도, 근원도, 결과도 아닙니다. 한 단어는 항상 다른 단어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만약 그것도 마음에 안 들거나 당신에게 맞지 않으면, 또 다른 것을 취해서 그 자리에 대신 놓으십시오. ...깨끗한/고유한 말이란 없고, 은유도 없습니다....비일상적인 말들을 창조합시다. 단 이 비일상적인 말들을 가장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한에서, 그런 말들이 가리키는 본체가 가장 흔한 사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존재하도록 하는 한에서 말입니다....

 

스타일은 시니피앙 작용을 하는 구조가 아니며, 곰곰이 성찰해 본 조직도 아니고, 저절로 생겨나는 영감도, 오케스트라 편성도, 저속한 음악도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배치, 즉 발화 행위의 배치입니다. 스타일은 자신의 고유한 언어로 더듬거리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이죠. 왜냐하면 그렇게 말을 더듬을 필연성이 꼭 있어야 하니까요. 자신의 구체적인 말인 파롤을 더듬는 것이 아니라 언어 활동 자체를 더듬거리기. 모국어를 쓰면서 이방인으로 있기. 도주선을 만들기.....

 

프루스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위대한 문학은 일종의 외국어로 씌어진다. 우리는 매 단어에 어떤 의미나 혹은 최소한 어떤 이미지를 부여하는데, 이는 종종 반대의 의미를 갖는 오역이다. 하지만 위대한 문학에서는 우리가 만드는 모든 오역이 아름다움으로 귀결된다" 이것이 책을 읽는 좋은 방법입니다. 어떤 오역이든 다 좋습니다. 단, 그 오역들이 해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책의 용법에 관련되고, 그 용법을 증가시키고, 자기네 언어 내부에서 여전히 다른 언어 하나를 만들어 낸다는 조건에서 말입니다. "좋은 책은 일종의 외국어로 씌어진다...." 이것이 스타일의 정의입니다. 여기에서도 역시 되기가 문제인 것입니다. 사람들은 항상 메이저리티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마이너리티-되기'입니다. 즉 문제는 어린이, 미치광이, 여자, 동물, 말더듬이, 이방인인 척하거나, 흉내내거나, 그들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들로 생성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힘, 새로운 무기를 발명하기 위해서 말이죠...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에는 일종의 서툶, 병약함, 허약한 체질, 치명적인 말더듬 같은 것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혹자에게는 매력이 됩니다. 스타일이 글쓰기의 원천이듯이, 매력은 삶의 원천입니다. 삶이란 당신의 역사가 아닙니다. 매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삶도 없습니다. 그들은 송장과 같습니다. 그러나 매력은 결코 사람/인격(personne)이 아닙니다. 매력은 사람을 수많은 조합으로 파악하게 하고, 그런 조합을 이끌어낸 독특한 기회로 파악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매력은 필연적으로 이기는 주사위던지기입니다. 왜냐하면 우연을 없애거나, 우연의 확률을 따져 손상시키는 대신에, 우연을 충분히 긍정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삶의 역량은 각각의 불안정한 조합을 통해 존재 속에서 비할 데 없는 힘, 끈기, 투지를 가지고 자신을 긍정합니다..

 

                                                                                                                                        (질 들뢰즈 / 클레르 파르네, <디알로그> )

 

 

 

 

글쓰기강학원에서는 1년동안 <천개의 고원>과 <장자>(내,외,잡편)을 통독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년을 마치는 이 시점에서 실감합니다. 1년동안 우리가 한 짓이^^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읽겠다"가 아니라 "읽히겠다"고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년을 마치는 이 시점에서 생각합니다. 읽히진 못했고ㅠㅠ  내가 다시 읽었구나! 

이번엔 신기하게 들뢰즈의 말이 아니라 들뢰즈의 마음을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좀 사무쳤고, 종종 다시 가슴이 뛰었습니다.

 

어쨌든 무모한 도전을 마무리합니다. 공부란 어짜피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니 어디선가 이 일년의 공부는 이어지겠지요. 우리의 마무리를 함께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십시요.

 

 

 

 

 

 

 

파이널 에세이 발표 순서

 

   1. 이제와 내가 새삼 깨닫게 된 것 / 10시~ 11시15분

       발표 1  나이값을 한다는 것 : 라라

       발표 2  나 사용법 : 마음

       발표 3  다시 불화하겠지만 : 블랙커피

 

    2. 세가지 키워드  : 윤리, 예술, 정치 / 11시15분~12시30분

       발표 4  안경을 벗을 때 생기는 일들 : 김고은  (*유일한 <장자> 발표자^^)

       발표 5  목공인문학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 김지원

       발표 6  오늘날 미시정치의 조건들 : 차명식

 

    3. 여기가 로두스다 : 달밤더치, 담쟁이베이커리, 퇴근길대중지성 / 1시30분~2시30분

        발표 7  '달밤더치'의 자리찾기 : 진달래

        발표 8 담쟁이베이커리 2.0의 실험, -되기 : 오영

        발표 9  퇴근길과 백수, 그 사이길 : 뿔옹

 

댓글 3
  • 2019-12-12 11:39

    제목을 보니 에세이들으러 가지 않을 수 없네요~~ !

  • 2019-12-12 22:37

    다시 봐도 들뢰즈의 글은 자신의 말처럼 매력적이고 스타일리쉬하네요.
    뭔가 움직이게 하는 글... ^^
    문탁샘, 그래도 쪼금은 장자와 들뢰즈의 아름다움을 맛본것 같아요. ㅎㅎㅎ

  • 2019-12-12 23:13

    내일 시간이 길어 힘들거라 생각했었는데
    공지를 보니 어떤 글들이 펼쳐질지 설레이네요/
    진심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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