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오이디푸스> 4강 후기

블랙커피
2020-02-08 21:08
506

<안티 오이디푸스> 4강은 전제군주 기계와, 자본주의 기계를 다루었습니다.

먼저 전제군주 기계는 전제군주의 충만한 몸과 새 결연과 직접 혈연이라는 특징을 가집니다.

전제군주의 혈통을 신의 혈통으로 만들고,

모든 결연이 전제군주의 핏줄에서 나오도록 하는 것에서 전제군주 기계는 출발합니다.

여기서 누이 또는 어머니와의 근친상간은

전제군주의 핏줄을 다른 것과 섞지 않는다는 것을 함축하죠.

그래서 전제군주 기계는 모든 것을 전제군주에서 출발시키는 편집증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옛 체제(원시 공동체)는 존속되지만 위대한 편집증자에 의해 정비되어

그가 획득하는 잉여가치의 재료가 되는데,

이를 들/가는 <벽돌들>이라고 표현합니다.

전제군주는 원시 공동체들이 가지고 있던 토지를 국가의 소유로 하고,

이를 관료들에게 할당합니다.

그리고 작은 부채들을 폐지하고 세금을 징수합니다.

토지분배와 세금징수라는 전제군주의 행위는 사람들에게 무한부채를 남깁니다.

이처럼 전제군주 기계는 모든 흐름들을 전제군주로 향하게 하는 초코드화를 행합니다.

그러면서 법을 통해 초코드화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제국의 야만적 법은 텅 비어 있기에 모든 해석을 허용하고 어디든지 적용됩니다.

또한 그것은 처벌을 통해서만 드러납니다.

그리하여 법을 모르는 상태로 복종하고 처벌받는 공포체계가 성립하죠.

 

다음으로 자본주의 기계를 다루었습니다.

자본주의 기계는 흐름들의 탈코드화와 탈영토화 속에서

세 가지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탄생합니다.

첫째는 두 탈코드화 흐름, 즉 돈-자본과 노동의 탈 코드화·탈영토화 흐름이 결합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대자본이 만들어지고 이로부터 높은 이익(이윤)이 달성되야 합니다.

세 번째는 자본 내에 분업이 이루어져 산업자본은 생산을, 금융자본은 융자를,

시장자본은 유통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맑스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가 자본주의를 내부에서 붕괴시킬 것이라고 봅니다.

즉 자본주의는 점점 진행되다 보면 자본구성에서 불변 자본(생산수단)이 늘고

가변자본(노동력)이 감소하는 경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가변자본이 산출하는 잉여가치를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기에 자본주의는 붕괴한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들/가는 흐름의 잉여가치라는 관점에서 두 측면을 교정합니다.

첫째, 자본주의는 극한을 이전하여(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주변부 착취를 통해 잉여가치율을 확보합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기계에서 외부극한은 없습니다.

둘째, 흐름의 잉여가치는 불변자본에 의해 생산되는 기계적 잉여가치도 포함됩니다.

들/가는 이 두 측면을 교정하여 자본주의가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새로히 설명합니다.

이외에도 다루어야 할 내용이 많은데……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공리계와 재영토화와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정리해보자면,

자본주의는 탈코드화하여 끊임없이 생산을 재촉하지만

이를 <자본을 위한 생산>이라는 틀 안에서만 진행합니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탈영토화와 재영토화라는 두 방향을 동시에 가집니다.

공리계는 두 방향 사이에서 진동하면서 자본주의 내에서 모든 생산이

<자본을 위한 생산>이 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재영토화를 위해 전제군주의 기표-기호체제를 부활시키는데,

이를 두고 들/가는 역사상 단 하나의 원국가만이 존재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고 말하고 있네요.

댓글 2
  • 2020-02-08 22:49

    자본주의를 탈코드화와 공리계로 설명하는 쌈박함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요즘 사람들의 정서가 자본주의는 안 망할 것 같고, 세계는 곧 망할 것 같다고 해요. 이런 곳에서 도주선을 타는 일....누군가에겐 절박하고 누군가에겐 시큰둥한 선택일까요? 안티오이디푸스를 읽으며 두 감정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이제 강좌도 딸랑 두 번 남았네요....뭔가 아쉽!

  • 2020-02-09 15:20

    자본주의는 자기가 한 손으로 탈코드화하는 것을 다른 손으로 공리화한다. 자신의 내적 극한을 끊임없이 지연시키고, 확대하면서, 어느 것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움켜쥔다. 그 안에서는 엄청 자유롭게 떠다니고, 흘러가지만, 사실 그 밖으로 아무것도 나갈 수 없다. 만약 누군가가 우연히도 자본주의 외부에 설 수 있다면,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을 피할 수 있을까? --- 이것이 지난 주 공부한 자본주의에 대한 풍경이다. <기억 전달자>속 조너스의 탈주가 그렸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것도 나의 오해일 수 있음)을 떠올리는 건, 내 무력한 신체 탓인가.
    니체는 <경과를 가속하라>고 했다. 지금 자신이 서있는 영토에서 탈주선을 그리고 분열증적 탈주를 멈추지 말란 말인가? 우리의 탈주선은 또한 어떤 대지에 이르게 될 것이고, 가끔은 그 상태 즐기는 주체를 향유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은? 사회기계는 항상 삐걱거리고 고장나며 작동한다 했다. 우리도 우리가 잠시 딛게 된 대지가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고 삐걱거릴 때, 새로운 탈주선을 그리며 분열증을 가속화하란 말일ᄁᆞ? 그럼 우리의 무한 부채는 어찌할 것인가? 자신이 끼친 손해만큼 고통을 몸에 새겨 넣는 , 즐기는 눈의 잔혹기계가 그 대답이 될까?
    더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오가는 일요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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