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2회차 후기

도라지
2022-04-19 16:47
248

지난 시간에 學而편을 공부했습니다. 

 

 

지금 옆에서 미역국에 밥말아먹고 있는 스무살 아들에게 물었다.
"논어에서 아는 문장 말해봐!"
"학이시습지"

그야말로 세상 제일 유명한 논어의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랑 야구말고 세상에 별 관심 없는 스무살 청년도 아는 문장.

공부하라는 뜻이겠거니 저절로 생각하게 하는 문장.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배우고 항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배움에 대한 자세를 점검하게 하는 문장이다.   눈으로, 머리로, 말로 쌓기만 하는 공부가 아닌 실천을 통해 익숙하게 되어가는 공부.  나는 이 문장에서 '학습'을 수행과 같은 말로 읽었다. (習은 새가 높은 하늘을 날기까지 날개짓을 익히고 연습하는 모양을 본뜬 글자다.)

 

내친김에 학이편에서 學과 관련된 문장 중에 인상깊었던 것을 몇 개 더 적어본다.

 

曾子曰 : “吾日三省吾身 :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증자가 말했다. 나는 날마다 세 가지로 나를 되돌아본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일을 도모할 때 성의를 다했는가? 친구와 사귈 때 신의가 있었는가? 배운 것을 제대로 익혔는가?)

 

요즘 내가 하는 공부들을 한조각 한조각 퀼트처럼 잇는 상상을 한다.  어떻게 이어가야 멋진 조합으로 어울리는 문양이 나올까? 이어 꿰멘 모양들을 계속 살피지 않으면 퀼트는 작품이 아니라 누더기가 되어버린다. 바느질도 이러한데 하물며 공부는 앞만 보고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子曰 :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젊은이는 집에 들어오면 효도하고, 밖에 나가면 공경해야 한다. 행동에는 일관성이 있고 말은 진실하게 하며,

사람들을 널리 사랑하고 어진 사람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이렇게 하고 남은 힘이 있으면 학문을 한다.)

子夏曰 : “賢賢易色, 事父母能竭其力, 事君能致其身, 與朋友交言而有信. 雖曰未學, 吾必謂之學矣.

(자하가 말했다. 현명한 사람을 존경하기를 여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한다. 부모를 모실 때는 힘을 다하고 임금을 모실 때는 자기 이익을 앞세우지 않으며, 친구와 더불어 사귈 때는 말에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비록 배우지 않았다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배운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논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學'이라지만,  그래도  공부보다  먼저 도덕과 윤리에 섬세한 사람이 되라는  말씀이다.

윤리를 타고나는 것은 아닐테니 사람에 대한  사랑의 감수성을 배우는 것이 禮가 아닐까? 禮가 당위성만으로 실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논어에서 좀 더 고민해보고 싶은 지점이 많은 단어가 禮인데, 이 이야기는 에세이에서 쓰기로 하고... 아낀다! ㅋ

 

 

주자는 학이편은 務本의 뜻이 많다고 했다. 학이편에서 根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단어를 찾아봤다.

仁, 忠, 信, 學, 禮, 敬, 愛, 義... 

저 많은 글자들 가운데 무엇을 가져다가 나의 삶을 고민하면 좋을까? 저 많은 키워드들을 어떻게 소화시켜야 할까?
논어가 하나의 개념으로 묶여 이야기가 전개되는 형식이 아니다 보니 읽다보면 아직은 대체로 당황스럽고, 이걸 어떻게 재해석해야 하나? 왜 그래야 하나? 뭐 이런 질문이 생기는데. 이 간극을 좁히는 것도 앞으로 논어를 읽으면서 풀어야할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신영복 선생님은 <강의>에서 역사와 고전의 독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時制라고 하셨다.  공자의 사상이 당대 지배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고해서 그것을 비민주적이라고 폄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고전을 읽을 때 우리는 시제를 혼동하지 말고 보편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진달래쌤은  우리가 논어를 읽을 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같이 생각 하고, 힘을 얻을게 무엇인지 그것을  텍스트를 통해 재해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경전에는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물론 그것을 잘 해내는 것은, 내가 얼마나 고민하면서 읽느냐에 달렸다. 뭐 그렇다고 비장한 마음으로 읽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잘 읽기 위해서 질문은 멈추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나쁜 질문을 던지면 답을 찾아낸다 해도 그다지 멀리 가지 못하게 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면 끝내 답을 못 찾더라도 답을 찾는 와중에 이미 꽤 멀리까지 가 있게 된다."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p.214 )

 

 

댓글 3
  • 2022-04-19 18:09

    청출어람입니다. ~

  • 2022-04-20 17:08

    논어에서의 짧은 대화글들에는 어떤 사건들이 압축되어 있기에 천천히 살펴봐야 하고,

    또 이걸 지금의 시대에서 어떻게 풀 지도 생각해야겠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2-04-21 00:10

    도라지샘의 후기를 읽으며 저도 공자님의 '學'에 대해 곱씹어 봅니다. 그리고 저 역시 禮가 무얼까 여전히 궁금한데 아끼신다니...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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