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클래식10월} 2강후기

띠우
2020-10-28 21:27
488

너는 진정 아는 것이냐?

 

아, 삼강령, 팔조목이라.. 왜 이리 낯익은 것이냐....
왜 <대학> 강의를 듣는데 뭔가 아는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것인가~
이것은 정녕 <고수다>의 영향이 지금껏 있는 것인가ㅋㅋ

 

지난 시간 결석한 나는 우선 삼강령부터 다시 짚어갔다. 명명덕(明明德), 친(신)민(親民), 지어지선(止於至善)이다. 모든 이가 명덕을 밝히는 데까지 가는 것이 지선이라고 한다. 지선에 이르러 주변을 감화해나가고 모든 이가 지선에 이르는 순간 평천하가 이루어진다고... 맹자의 여민동락 개념과 맞닿아 있다고.

후기를 쓰려고 보니 정리보다는 다시 생기는 질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질문 1)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
읽다보면, 삼강령(三綱領)은 우선 태어날 때 갖고 있던 밝은 덕을 밝히고 이로써 백성을 새롭게 하면 지극한 선에 이를 수 있다고 순서처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주자의 표현도 그런 면이 있다고 한다. 그냥 전체적인 맥락을 대충(?) 이해하자면, 우리가 실제로 이것을 알게 되는 것은 눈앞에 드러났을 때일 것이다. 그렇다면 삼강령은 명명덕, 친민, 지어지선이 동시다발적으로 맞물려 눈앞에 현현한 어떤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다만 지극한 선에 머무르는데 있다에서 止(그칠지)를 쓴 이유는 우리 인간이 이르를 수 있는 지점이라고 본다면, 이상적인 지향성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실제로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함께 나눈 이야기 속에서는 머무른다는 의미가 고정된 이미지라기 보다는 살아움직이는 느낌으로 이해되었는데  한자사전에서 찾아보아도 유동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질문 2) 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
앞 내용과 연결해서 보면 지극한 선에 머무를 바를 아는 것과 머무를 바를 얻는 것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어쨌든 명덕과 친민을 통해 지선에 머무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에서 시작해, 방향을 정하고 정하면 고요할 수 있고, 고요하면 편안할 수 있고, 편안하면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한 후에 얻을 수 있다. 강의안을 보면, 마지막 부분에 생각한 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머무를 바라고 되어 있다. 아는 것도 순간일 수 있다면, 얻는 것도 순간으로 이해해야 하는 건가... 아....
뭔가 순서가 엄청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들이 되었는데 함께 듣는 분들이 청소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었다. 목표로써 청소를 하나의 방법으로 고정화해서 하는 것은 아니고 유연함을 잃지 않은 일상의 수행처럼 이해하면 될까. 예전 고수다에서도 이 순서를 청소하는 방법으로 예를 들었던 기억이 나서 좀 웃겼다.

 

질문 3. 理一分殊의 이해
리(理)는 만물의 근본으로서 갖가지 사물 현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 보편적인 리와 개별적인 리 사이에 어떤 일치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한다. 진달래샘이 이 개념을 그림으로 설명해주는 사이에 나는 예전에 일본어강독에서 읽었던 <녹색자본론>이 떠올랐다. 이슬람은 스피노자 철학처럼 전존재자를 횡단하는, 오직 하나의 힘이 유동하는 것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하는데, 이것이 타우히드 개념이다. 타우히드는 신이 하나이며 일체임을 나타낸다.

 

<하이달 아모리에 의한 ‘타우히드’ 개념 도해>

 

“이슬람이 세계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방식을 이 그림을 통해 설명했는데, 중앙에는 유일한 신이 그려져 있다. 그 주위에는 많은 거울이 있고, 거울에는 다수의 다양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데 이것은 신의 표출(theophany, 신의 현현)을 나타낸다. 그 자신 안에 있는 ‘일자(一者)’와 신의 직접적 표출로서의 다양한 존재자. 이슬람에서는 ‘일(一)’과 ‘다(多)’가 직접적으로 이어진다. 뭇 존재자는 모두가 ‘일’을 직접 표출하는 존재로서 평등하다. 하지만 각각의 존재자는 표출하는 정도를 달리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 같은 존재는 하나도 없다. 따라서 세계는 놀라울 만큼 다양성으로 가득하다. ‘일’과 ‘다’는 완전히 동일한 사항을 나타낸다고 이슬람은 생각한다. 이 생각에 따르면 일신교가 존재자의 세계를 ‘균질화’하는 사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일’의 직접적 표출인 존재자는 모두 표현의 정도를 달리하기 때문에 딱 어떤 하나로서 균질한 것은 없다. 모두가 차이로 들끓지만 동시에 이 차이는 ‘일’ 안에서 통일화되어 어떠한 분리도 일어나지 않게 된다.” <녹색자본론>중에서

 

이러한 이치를 통해 모든 사물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격물치지?

 

고전 공부가 미천하다보니 후기 쓰는 일이 너무 힘들다. 강의 후반부에 이르러 진달래샘은 앎 가운데 행함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안다는 것? 행하지 않으면 그것이 아는 것인가? 이렇게 후기를 쓰면서 나는 내가 들었던 그 많은 주옥같은 강의내용을 아는 것인가? 안다고 느끼는 것인가... 깊은 상념에 빠지는구나...

댓글 1
  • 2020-10-28 22:39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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