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세미나] 관자랑 인사하세요^^

진달래
2020-05-13 08:49
363

이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에 자작나무와 나는 지난겨울부터 2020년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많이 왔다 갔다 했다. <시경>을 공부했으니 주자주를 다시 읽으며 이전의 주자 공부를 이어갈 볼까? 아니면 주자 이후 양명의 <전습록>을 봐야 하나? 아니면 전국시대에서 송나라로 뛰어넘은 그 사이를 메워야 할까?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올해 <논어>도 다시 읽고 하니 <관자>를 읽어보자고 결론을 냈다. “<관자> 다음에 <여씨춘추>, <회남자> 등을 읽으면 올해 다 가겠네.”했다.

코로나로 '금요클래식'이 취소되고, <관자> 읽기는 고전공방이 함께 하는 세미나가 되었다.

그 첫 시간 기존 고전공방 회원 외에도 바람샘푸른나무샘 그리고 푸른나무샘의 아들이 함께 했다.

문탁에 처음이신 푸른나무샘은 작년에 감이당에서 <한서>를 읽으셨다고 했다. 집이 광교라 가까운 곳에 ‘공부하는 곳’이 있다고 들어서 신청하셨다고 했다.

 

왜 하필 <관자>를 읽으려고 했을까? 딱히 거창한 이유가 있었다기보다, 아마도 우리가 잘 모르는 유가의 다른 한쪽이 궁금했던 것 같다. 우연히 <묵자> 강의를 들으면서 <맹자>와 비슷한 묵가의 어투가 궁금해졌고, <순자>, <한비자> 등이 다시 떠올랐다. ‘학이당’에서 한 번씩 읽었지만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공부방 책장에 떡하니 꽂혀있던 두꺼운 <관자>, 이름만 들어봤지 구경은 못해봤으니 한 번 읽어보자. 뭐 이런 가벼운 마음이었다.

 

<관자(管子)>는 어떤 책인가.

제목의 관자는 춘추시대 최고의 재상이었던 제(齊)나라 관중(管仲?~B.C 645)을 말한다. <사기열전>의 관중은 ‘관포지교’로 널리 알려져 있고, <사기세가>의 관중은 제나라 환공(재위B.C685~B.C643)을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로 만든 킹메이커이다. <관자>는 관중이 직접 썼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관계없이 그의 권위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관자>의 저자로 관중이 거론되지만 학자들은 <관자>가 전국시대 제나라 직하학궁의 영향 아래 저술된 것으로 본다. 관자학파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한 학파의 저술은 아닌 듯이 보인다. 시기적으로도 한 시기에 쓰인 것이 아닌 것으로 본다.

<관자>를 정리한 한나라의 유향(B.C77?~B.C6)에 의하면 원래 564편이 있었는데 유향이 새로 편집하면서 중복된 484편을 빼고 86편이 남았고, 현재는 이중 10편이 목록만 있고 본문이 없어서 사실 76편만 남아 있는 셈이다.

<관자>는 정치, 법률, 경제, 지리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내용도 다양한 학파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후 <순자>, <한비자>가 영향을 많이 받은 점을 들어 법가(法家)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융합적 성격을 띤 잡가(雜家)로 분류한다.

<한비자·오두>에 “지금 나라 안의 백성이 모두 정치를 논하며 상앙이나 관중의 책을 소장한 사람이 집집마다 있다(今境內之民皆言治 藏商管之法者家有之)”라고 한 것을 보면 전국 말기 민간에 널리 전해진 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직하학궁이 있던 제나라는 지리적으로 물산이 풍부한 곳이다

 

직하학궁(稷下學宮)

직하학궁은 제나라 수도 임치에 직문 아래에 있었다고 하며 제위왕 때 세워졌다고 한다.(제선왕때 세워졌다는 기록도 있다.) 직하학궁은 전국 중후기 학술과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백가쟁명의 학술적 중심지였다. 당대 지식인들은 제나라 왕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유롭게 자신들의 논의를 펼 수 있었다. 또한 직하에 머물렀던 많은 학자들은 제나라 정책의 자문 역할도 했다. 그러나 직하학궁은 정치를 담당하지 않고 의론만 하였기 때문에 논의가 잘못되어도 죄를 받지 않았다.

알려진 직하학궁의 학자들로는 추연, 순우곤, 팽몽, 전병, 접여, 신도, 송연, 윤문 등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으며 맹자, 순자 등도 이곳에 있었다.

이후 직하학궁은 제나라가 쇠퇴하면서 유명무실해지고, 제나라가 진(秦)나라에 멸망하면서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백성이 믿어주지 않으면 정치가 바로 서지 않는다

           : 창고가 가득 차면 예절을 알고 입을 옷과 먹을 양식이 풍족하면 영광과 치욕을 안다

<논어·안연>편에 자공이 공자에게 정사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는 것, 군대를 확충하는 것, 백성이 그를 믿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자공이 이중 가장 먼저 버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물을 때 군대, 다음으로 식량, 마지막으로 백성이 믿어주지 않는다면 정치가 바로 설 수 없음을 말한다. 세 가지 다 중요하겠지만 공자는 백성들에게 믿음을 얻는 것으로부터 정치는 출발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관자·목민>편은 “영지를 가지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 임무가 사계절을 살펴서 농사가 잘되게 하는데 있고 직분은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가 가득 차도록 하는데 있다”고 시작한다. 재물이 있어야 백성이 멀리서 찾아오고, 머물러 살며 예절도 알고 치욕도 알 수 있다. 정치의 기본을 백성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의염치(禮義廉恥)를 네 가지 강령(四維)으로 말하는데 이를 베풀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한다. 관자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개념과 조금씩 다르게 말하고 있는데, 예란 절도를 넘지 않는 것(禮不踰節), 의란 스스로 나아가기를 구하지 않는 것(義不自進), 염이란 잘못을 은폐하지 않는 것(廉不蔽惡), 치란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는 것(恥不從枉)을 말한다. - 앞으로 공부하며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흔히 유가와 법가에서 백성이 부유해야 나라가 부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유가와 나라가 부유해야 백성이 부유할 수 있다는 법가의 입장차를 말한다. 확실히 관자는 공자와 달리 창고를 가득 채우는 문제를 먼저 생각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보니 <맹자>의 항산(恒産)과 항심(恒心)도 자연히 떠올랐다. 맹자는 백성은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 <맹자>와 <관자>와의 관계도 좀 더 유심히 볼 부분이다. - 법에 대한 문제, 세금을 비롯한 세세한 경제 정책 등도 주의해서 봐야 할 것 들이 많다.

 

참고도서 : 유택화 <중국정치사상사· 선진편 하> 동과서 / 바이시 <직하학 연구> 소나무

 

다음주 세미나 안내 

읽어올 분량 : 4권부터 7권까지  

파지사유청소 : 여울아, 봄날

후기 : 토용 

세미나 회비 계좌 : 신한은행 110-175-148336 이수민

 

 

댓글 4
  • 2020-05-13 09:41

    아, 좋군요.
    나도 읽어야 하는디...ㅠㅠㅠ

    42-반.jpg

  • 2020-05-15 07:57

    세미나 모습이어요

    KakaoTalk_20200515_075555637.jpg

  • 2020-05-16 09:43

    대만영화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영화를 보면 슥~ 지나가는 화면에 급훈이 '廉恥' 라고 나옵니다.
    우리 정서로 약간 웃기기도 하지만 훌륭한 급훈이라고 생각합니다.^^

    • 2020-05-16 21:14

      가끔 중국 드라마나 영화 볼 때 <논어> 문장이나 아는 고전 내용이 나오면 기쁘더라구요.^^
      세미나 시간엔 이야기 못했는데 유명한 구절인 것 같아서 써 봅니다.
      "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으며, 일생의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終身之計 莫如樹人)"<관자>제3권 권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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