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씨춘추]3회 후기-맹동기에서 계동기까지

자작나무
2020-07-28 22:29
44

 

 

<여씨춘추>의 체제는 달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물론 봄은 또 다시 맹/중/계, 즉 초/중/말로 순서지어있다.

총론에 해당되는 <일왈>에서는 겨울은 달력상에서 언제고, 그 별자리는 어디에 있고, 음양오행으로 이때는 십간이 어떻고, 맛이 어떻고, 음악이 어떻고, 제사지낼 때는 무엇을 위주로 올린다 등등의 내용을 알린다. 이어서 자연계의 현상, 이번 겨울에는 물이 처음으로 얼고 땅이 얼어붙기 시작하는 것을 말하고, "꿩이 큰 물에 들어가 대합조개로 변한다"는 식의 언급을 남긴다. 나는 이런 식으로 자연의 변화를 쓰고 있는게 재밋다. 이어서 천자는 어떻게 목욕재계하고, 어떤 관리에게 무슨 일을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물론 천자가 기거하는 곳, 입는 곳 등등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써둔다. 이렇게 겨울에 인간, 특히 지배층이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적어둔다. 아마도 옛날의 지배자들은 이 책을 백과사전식으로 집에 한부씩은 가져다두고, 때가 되면 참고했을 듯한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가 아닐까 싶다^^

 

음양오행 사상 하에서 보자면, 겨울은 어쨌든 '죽음'을 그 핵심 내용으로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죽음인지, 다음해의 씨앗인지는 어떤 때는 섞여 있지만, 전반적으로 겨울은 추위와 죽음과 단도리를 잘 해야 하는 때이다. 이에 주목해 <여씨춘추>의 겨울 항목은 죽음과 관련해서 '상례'를 집중적으로 쓰고 있다. 내가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 (1)왜 무덤을 검소하게 해야하는지가 나와 있다. 그런데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달라서 재미가 있었다. 이게 궁금하시면, 책을 참고하기 바람~* 

 

또 겨울 항목에 재미난 지점은, (2)사-지식인 계급의 '도덕(?)' 가령 충성이나 지조, 청렴, 절개 등을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봄-인, 여름-예, 가을-전쟁인 것은 알겠는데, 겨울에는 죽음도 불사하는 지식인의 충이나 절개라니. 왜??? 이에 대해서는 좀더 공부하기로 하고, 이와 관련해 재미난 것은, (3)이를 논증하기 위해서 <여씨춘추>는 역사상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끌고오는데 이 설명들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가령 <여씨춘춘 계동기>의 <성렴>이라는 항목에는 중국고대사의 슈퍼스타인 백이숙제가 나온다. 물론 우리가 아는 팩트로 기술되어 있으니, 고죽국을 떠나 주문왕을 찾아갔다가 수양산 들어가는 것은 같다. 그런데 중간에 그들이 무왕의 치하를 벗어나 수양산으로 들어가게 된 까닭을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바로잡고 제대로 다스린다고 하면서도 [무왕이] 권모를 앞세우고 뇌물을 실행하며 군대를 믿고 위세에 의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때 그들은 무왕이 은나라의 교력과 미자에게 권모를 쓰고 뇌물을 줘서 미리 사바사바했다는 식으로 말한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백이숙제의 '성렴' 즉 진실한 곧음이다. 그런데 그 곧음을 찬양하는 사이에 혹시나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무왕의 혹은 주나라의 권모술수와 외교술이 끼어들어가 있다.

 

이러한 <여씨춘추>의 역사 '다시 쓰기' 혹은 '해석'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혹 무왕=주나라, 혹은 주의 건국과 관련해서 '까고' 있는 걸까? 이런 정글같은 현실에도 선비들은 백이숙제처럼 자기의 절개를 지키라고 훈계하는 걸까? 그런데 그렇게 해서 저자들이 얻는 것은 뭐지? 

 

이렇게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여씨춘추>를 읽어가는 맛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깔끔한 글쓰기까지. 

 

 

댓글 2
  • 2020-07-30 12:07

    세미나 시간에 겨울에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주역>의 貞과 연결시켜 본 자누리샘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貞이 응축된 씨앗의 이미지로, 가치를 그것과 함께 보고
    십이기에 겨울 부분에 이런 이야기들을 배치했으리라 보는 거죠.
    <논어> 복습시간에 士의 위치가 계속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자꾸 질문하시니까 저도 헷갈리는... ^^;;

  • 2020-07-30 19:50

    맞아요. 여씨춘추도 재미있네요. 이 시절 다른 책들도 더 보고 싶어졌어요. 묵자, 순자 등도..

글쓰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알림]
[알림] 2020 고전공방 세미나 2 <여씨춘추> 읽기 (1)
고전공방 | 2020.06.22 | 조회 118
고전공방 2020.06.22 118
[모집]
[모집] 토용의 한문 기초 : 문형 익히기 (15)
관리쟈 | 2020.04.24 | 조회 550
관리쟈 2020.04.24 550
[모집]
[모집] 2020 <관자> 세미나를 시작합니다 (8)
진달래 | 2020.04.20 | 조회 319
진달래 2020.04.20 319
1002
고전공방 회의 공지 (8/7)
진달래 | 2020.08.02 | 조회 24
진달래 2020.08.02 24
1001
[여씨춘추]3회 후기-맹동기에서 계동기까지 (2)
자작나무 | 2020.07.28 | 조회 44
자작나무 2020.07.28 44
1000
[여씨춘추] 2회 후기_맹하기에서 계추기까지 (1)
봄날 | 2020.07.20 | 조회 49
봄날 2020.07.20 49
999
[여씨춘추] 1회 후기 - 정제된 통치 매뉴얼
진달래 | 2020.07.12 | 조회 52
진달래 2020.07.12 52
998
[여씨춘추] 세미나 시작합니다 (1)
진달래 | 2020.07.06 | 조회 46
진달래 2020.07.06 46
997
마지막 후기 관자냐? 관중이냐? (3)
여울아 | 2020.07.02 | 조회 50
여울아 2020.07.02 50
996
[관자세미나]8회차 메모 (4)
자작나무 | 2020.06.26 | 조회 43
자작나무 2020.06.26 43
995
[관자세미나] 7회차 후기 - 물가조절정책을 말하다 (1)
진달래 | 2020.06.25 | 조회 62
진달래 2020.06.25 62
994
[관자세미나] 7회차 메모 (1)
진달래 | 2020.06.19 | 조회 34
진달래 2020.06.19 34
993
[관자세미나]6회차후기...지금 관자를 읽는 의미 (2)
바람~ | 2020.06.12 | 조회 61
바람~ 2020.06.12 61
992
[관자세미나] 6회차 메모 (2)
진달래 | 2020.06.12 | 조회 41
진달래 2020.06.12 41
991
[관자 세미나] 5회차 후기_당신은 선명자인가, 선주자인가
봄날 | 2020.06.06 | 조회 53
봄날 2020.06.06 53
990
[관자세미나] 5회차 메모 (4)
진달래 | 2020.06.05 | 조회 41
진달래 2020.06.05 41
989
[관자세미나]제4회차 후기 (1)
자작나무 | 2020.06.01 | 조회 58
자작나무 2020.06.01 58
988
[관자세미나] 3회차 후기 - 관포지교는 패자만들기 프로젝트? (3)
여울아 | 2020.05.28 | 조회 84
여울아 2020.05.28 84
987
[한문문형강좌] 후기 (4)
토용 | 2020.05.24 | 조회 92
토용 2020.05.24 92
986
5/19 공방회의록
진달래 | 2020.05.20 | 조회 41
진달래 2020.05.20 41
985
[관자세미나] 3회 공지
반장 | 2020.05.19 | 조회 43
반장 2020.05.19 43
984
[관자세미나] 2회차후기 관자의 매력 (3)
토용 | 2020.05.18 | 조회 85
토용 2020.05.18 85
983
[관자세미나] 관자랑 인사하세요^^ (4)
진달래 | 2020.05.13 | 조회 116
진달래 2020.05.13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