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후기 관자냐? 관중이냐?

여울아
2020-07-02 12:33
444

 

 

관자? 우리에게는 관중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 왜 공자는 공구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 둘의 차이를 아는 것, 이것이 내가 관자세미나를 시작한 이유이다.

(물론 계기는 진달래샘이 하자고 해서이다)

 

관중은 관포지교로 알려진 친구 포숙아 덕분에 제나라 환공에게 발탁되어 죽을 때까지 부귀영화를 누렸다. 공자는 정처 없이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와 채 정치가의 꿈을 펴지 못하고 죽었다. 그런데 사후 2500년, 오늘 나는 공구를 공선생님(子;아들이 아니라 선생님이라는 의미에서 이름 뒤에 子를 붙인다)으로 부르지만, 관중은 그냥 관중으로 알고 있다. 잘 나갔던 관중이 후대에 관심에서 멀어진 것 같지도 않다. 왜냐하면 관포지교는 중국 어느 고사보다도 우리에게 친숙한 사자성어 아닌가.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살아 있을 때 공사다망 했던 관중은 제자를 키우지도 책을 남기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공자는 시간이 남아서 제자를 키우고 책도 남길 만큼 할 일이 없었단 말인가. 믿거나 말거나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관자는 그 만큼 살아 있는 동안 할 일이 많았다.

 

그렇다면 <관자> 책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저자에 대한 설이 여럿 있지만, 제나라 최고의 학문기관인 직하학궁의 관자학파가 춘추 시대부터 서한 시대까지 700년에 걸쳐 지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따라서 <관자>는 제나라의 경제, 정치, 사상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큼 내용이 방대하다.

부족하지만 나는 설핏 공자 맹자 순자 한비자 등등 子자 들어가는 선생들의 책을 여럿 읽었지만, <관자>는 그중 단연코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논어> 향단편은 당시 예절에 맞는 몸가짐과 옷차림까지 세세히 다루고 있어서 뭘 이렇게까지 세세할까 갸우뚱했는데, 컴퓨터도 휴대폰 검색도 안 되던 시절 <관자>는 집집마다 필요할 때 찾아보는 책이었다고 하니 더욱 세세해질 수밖에.

 

어떻게 읽었나?

<관자>세미나 마지막 시간 간단한 에세이 발표가 있었다. 진달래는 <논어>가 예를 세세히 다뤘다면 <관자>는 법을 세세히 다루고 있는 것에 착안하고 있다. 군주가 법을 제정하는 것이 어떻게 상앙의 법과 다른지, 호오상벌로써 백성으로부터 민심을 얻는 것이 어떻게 유가의 민심과 다른지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작나무는 군주의 법일지라도 사시오행을 따르는 법이라는 데 착안하여 군주가 수양을 통해 사심을 버리고 공평무사함을 장착함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고 있다. 봄날은 관중이 제환공을 패자로 만드는 과정에서 백성에 대한 통찰, 패도와 왕도에 대한 이해, 그리고 군주를 다루는 솜씨(?) 등 이상과 현실을 접목한 실용주의자로서의 탁월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자누리는 귀족정치의 쇠퇴, 중앙집권 강화 등 당시 군주 권력을 중심으로 한 사회 재편성 시기, 농업생산성과 국가관리적 측면에서 각 편마다 서로 다른 학파들의 경제정책에 대한 다른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 마디로 <관자>는 유가냐 도가냐 법가냐 등등 어떤 방향성으로의 분화 이전, 어디서 들어본(세상에) 좋은 말과 정책이 다 들어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나는 공자의 인(仁)도 맹자의 왕도(王道)도 <관자>로부터 리라이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후대의 학자들이 시초는 아니었지만, 이들이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길이 달라지는 것 아닐까.

 

댓글 3
  • 2020-07-02 19:28

    오, 나도 잘 정리를 못했던 낸 메모를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한 여울아샘 대단해요^^
    <관자> 정말 친구들이 함께 하지 않았으면 절대 못 읽을 책이었어요.
    덕분에 춘추전국시대의를 좀 더 생동감 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2020-07-02 22:19

    제나라의 전반을 다룬 백과사전이란 소개 재밌네요
    인과 왕도의 리라이팅은? 좀 더 설명해 주세요~

    • 2020-07-03 11:50

      공자의 인도 맹자의 왕도정치도 당시(혹은 수백 여년 전) 모두 유행하는 정치 사상과 개념들 중 극히 일부였다는 것. 저는 이들이 기원은 아니었을 지언정 이들의 독보적인 무엇으로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각 학파들은 선택과 집중으로 조금씩 서로 다른 길을 낸 셈이죠. 공자는 정책도 법도 경제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역할? 가능성 확장성에 주목하고 인을 중심으로 리라팅하지 않았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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