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세미나]제4회차 후기

자작나무
2020-06-01 00:06
296

 

아무리 한국말로 된 책이라도 100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1주일에 읽어야 한다면,

우선은 분량에 휘둘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처음 보는 내용이고 처음 읽는 작가인지라 그 말발에 휘둘려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관자>도 그렇다.

우리가 어디에 서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관자>는 뭘 말하고 있는지, 몹시 헷갈렸다. 

하지만 4번의 세미나를 거치는 동안, 이 내용 저 내용으로 하늘의 별처럼 흩어져 있는 <관자>는 

점차 하나의 별자리를 그려가듯 왠지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세미나의 추세^^에 주목해서 이제부터는 조금씩 나는 어떤 식으로 <관자>의 큰 그림을 그리는지

짧지만 자신만의 고민을 적은 노트를 다음 시간부터 올리기로 했다. 그러니 잊지 말고, 올리셔요.

 

지금까지 읽은 <관자>의 하늘에서 내가 그린 별자리는 그리 선명하진 않다. 그래도 말할 수 있다면,

이 책이 '치국'에 대한 책이라는 점이다. 제환공을 패자로 만든 경험을 가진 관중이 자신의 노하우를 밝힌 책.

그런데 읽다보면 춘추 시대 관중 시대의 담론처럼은 읽히지 않는다. 

전국시대, 특히 전씨에 의해서 리부트된 제나라 직하학파들의 담론들이다.

그래서 읽다가 길을 잃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의 정치학이 관중의 이름으로 쓰여지고 권위를 얻으려고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관자>의 정치론은, 백성의 부/이익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다. 맹자는 '하필왈리'라고 했지만,

<관자>를 옆에 두고 ,<맹자>를 읽는다면 당시 백성의 부/이익에 대한 담론은 누구나가 말하는 주류의 말인듯 보인다. 

분명 <대학>이나 <중용> 등에서 재물을 흩뿌려서 백성을 모으는 일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데, 

<관자>에서도 재물/이익은 백성과 다스림이라는 연관검색어에서 빠질 수 없는 항목이다.

물론 <관자>는 <대학>등보다 더 더 더 구체적이다.

이번에 읽은 <치미편>은 경기진작을 위해서는 소비를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한다.

돈을 가진 자들이 시장에서 돈을 풀어 소비를 하여 농촌까지 돈이 혹은 물류가 흐를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한다.

으흠, 이런 내용은 유가의 텍스트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책이 만들어진 시기와 관련해서 <대학>등과 더불어 읽는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아마도 <관자>를 옆에 두고

<맹자>를 읽는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세미나원들은 모두 입을 모았다.

 

<관자>는 법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다. 그놈의 법에 대한 이야기가 지리할 정도로 많다.

사실 그런 부분을 나는 스킵한다. 그래야 진도를 뺄 수 있다^^;;

법의 문제는 왕의 통치술과 관련해 상벌 문제와 군대를 키우고 전쟁하는 것과 관련해서 많이 이야기되는데,

영락없는 법가의 텍스트 같다. 여기서 아주 단순한 호기심, <관자>는 도가와 법가 그 어디에 있을까. 

대개 <관자>는 황로학의 텍스트라고 한다. 타이틀에서 황제와 노자를 섞어 만든 사상임을 알 수 있는데, 

이들의 어느 지점에서 법가의 '법'이 요구되었고, 유가의 '예'가 요구되어 서로 섞이고 있는 걸까.  

어쩌면 서로 다른 상극의 두 개가 혼합하느느 것, 그것이 <관자>나 황로학이 갖는 미덕이 아닐까.

이에 대해서는 계속 공부할 예정이니, 이후를 기대해도 좋을 듯?!

 

다른 것들도 그렇듯, 조금이라도 애정을 갖고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재미를 가지고 또한 사랑하게 되나 보다.

처음 <관자>를 봤을 때는, 이 책을 어디에 쓸까?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계속 보니 재밋다!! 이럴 수가?!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다!

 

진짜 재밋는지 궁금하죠? 금요일 오전 10시 문탁2층. 언제든지 환영.

 

댓글 1
  • 2020-06-03 17:37

    전 법이 어떻게 구체적인 통치영역에서 상벌 등으로 운용되는가 보다는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가 더 궁금하더라구요.
    샘 말씀처럼 법과 예가 뒤섞여있는 듯해서요.
    읽을수록 아리송하지만 재미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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