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세미나] 3회차 후기 - 관포지교는 패자만들기 프로젝트?

여울아
2020-05-28 18:45
430

관포지교는 패자만들기 프로젝트?

 

<관자> 18편 대광부터는 관중과 포숙아, 그리고 환공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우리가 관중에 대해 안다고 하면 단연 관포지교의 스토리!

어릴 적 친구 포숙이 죽을 위기에 처한 관중의 뛰어난 능력을 알아보고

임금에게 천거해서 재상의 자리에 까지 올랐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둘 모두 처음부터 정계진출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제나라 왕(희공)이 포숙과 관중에게 각각 공자 규와 소홀을 도우라는 명을 내렸다.

그러나 포숙은 병을 핑계 대며 나아가지 않았다.

이때 관중은 종묘와 사직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이들 왕자(공자)들의 옆을 지켜야 한다고 설득한다.

애당초 관중이 포숙의 정계진출을 설득하지 않았더라면

관포지교는 시작도 못할 뻔했다. ㅎㅎ

 

환공(소백)이 관중을 받아들이는 것을 꺼림칙해 하는 상황에서

포숙 역시 관중이 처음 그의 정계진출을 설득할 때 했던 말 그대로,

종묘와 사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가 꼭 필요하다고 설득한다.

그리고 환공이 관중을 만나 사직의 안정에 대해 묻자,

그는 패왕이 되면 사직이 안정된다고 답한다.

자신은 그렇게까지 야망이 크지 않다고 말했던 환공은

결국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관중의 제안을 수락한다.

환공은 본격적으로 패자되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서 잠깐, 환공이 삐질거리며 땀을 흘린 이유는?

자신의 속마음을 들켰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꿈, 패자!!

 

다음 날부터 환공은 어떻게 하면 자신이 패자가 될 것인가 궁리한다.

제일 먼저 군비 증강의 해법을 내놓는다.

관중은 백성이 궁핍해진다고 만류한다.

환공이 내놓는 패자되기 방법은 매번 관중의 반대에 부딪힌다.

그러나 관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환공은 군대를 정비하고 송나라 정벌에 나섰다가 크게 패한다.

옆에서 이것을 지켜보던 포숙도 애가 닳았다. 

도대체 관중은 어떻게 패업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관자는 환공이 정신 차리려면 더 뺑뺑이 좀 돌려야 한다고 답한다.

관중의 말을 듣지 않고 여기저기 전쟁을 일삼던 환공은

노나라와 협정을 맺으려고 나갔던 자리에서 칼부림이 일어나고,

관중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이때 이후로 쬐끔 정신 좀 차리고 내정에 힘쓰기 시작.

 

그렇게 5년이 지난 후,

관중의 환공 패자만들기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한다.

호시탐탐 송나라를 칠 명분을 찾던 환공에게 관중은,

송나라에게 침략을 당한 기나라 군주를 봉하고 전차와 보병을 보내도록 한다.

형나라, 위나라에도 차례로 봉해지고 폐백이 보내진다.

이런 식으로 나라 안 사람들과 주변 제후들에게 상을 내린다.

그리고 믿을 만한 총명한 신하들을 각 제후국으로 보내 이들의 정사를 돕게 한다.

 

다시 5년이 지나자, 모든 제후들이 환공을 따랐다.

이제 환공의 말 한마디면 주변 제후들은 서슴없이 연합하여 전쟁을 치렀다.

제후국의 식량사정을 살피고, 군신부자 관계까지 명을 내리는 위치에까지 서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오금저리고 머리가 쭈뼛 서게 된 것은 이제부터다.

관중은 환공에게 제후국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가차 없이 정벌하기를 권한다.

가령 군주가 과실이 있는데 신하가 간을 하지 않으면 정벌할 수 있다.

선비와 서민이 일을 잘하는데, 대부가 군주에게 천거하지 않으면 정벌할 수 있다.

물론 잘하는 이들에게는 상을 내리는 것도 병행한다.

이후 제후국들이 자발적으로 제나라를 섬기고, 환공은 제위 42년간 성공적인 패자로 회자된다.

 

관중의 패자만들기 프로젝트는 상당히 실리가 명확하다. 

큰 나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작은 이웃나라들에게

보병과 전차를 보내서 실질적인 도움을 기꺼이 주고

이렇게 쌓은 신뢰를 기반으로 이들 내정에 간섭하고 정벌하고~~

그렇다면 처음부터 정벌하고자 했던 환공과 10년 후 정벌(할 수 있다고)하는 관중.

이들에게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과연 백성의 궁핍을 이유로 첫 정벌을 반대했던 관중에게는 이 과정 또한 

패자만들기의 과정은 아니었을까? 

 

<관자>는 이미 사서를 읽은 내게는 무지 헷갈린다. 

왜냐하면 온갖 좋은 말이 다 써있기 때문이다.(유자인가 싶게..) 

공자에 비하면 관중의 스팩트럼은 너무 넓다.

그래서 관중의 의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의 패자만들기 방식이 오늘날 국가간 힘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기시감이 든다. 

 

 

 

 

댓글 3
  • 2020-05-28 20:48

    처음 정벌을 반대한 것과 10년 후 정벌을 찬성한 것의 차이는 천하의 안정에 있지 않을까요.
    계속 반복되는 내용인 듯 하지만 여울아샘 말대로 내용이 방대해서 <관자> 어렵네요.^^

  • 2020-05-28 21:08

    관중의 방식이 오늘날 국제관계와 같다는 점에는 조금 의문이 드네요. 공자와 맹자가 달리 평가했듯이 해석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미 왕자와 패자를 구분하고 패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절규도 포함해서 당대의 연맹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본다면 차이가 있을듯 싶네요. 우린 어떤 해석자가 되어야 할까 고민이 되는군요.

  • 2020-05-29 08:39

    <관자>에는 포숙과 관중의 청년시절을 다루면서 종묘사직을 들어 주거니 받거니 출사 에피소드를 다루었군요^^
    <한비자>에 나오는 내용 중에는 관중의 말년 병석에서 환공이 관중을 이을 재상감으로 포숙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포숙의 '까칠함'을 들어 재상감이 아니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적혀있다고 합니다.
    <사기>에서 사마천은 '나를 알아주는' 관포지교로 두 사람의 사귐을 적어두죠.
    어쨌든 두 사람의 사귐이 춘추시대 패권과 관련하여 한 획을 긋는데 일조를 한 것은 분명해 보이네요. 사실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일화들이 산재해 있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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