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주역> 51. 중뢰진괘 -무섭게 몰아치는 천둥 번개 뒤를 생각하다

우연
2019-08-2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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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목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 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 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 그 단 한자락이라고 훔칠 수 있을지^^

 

 

무섭게 몰아치는 천둥 번개 뒤를 생각하다

 

 

주역의 51번째 괘 중뢰진은 우레의 상이 두 개 겹쳐진 괘로 크게 움직이다, 놀라고 두려워하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지극히 주역적 해석으로 아래에 양효가 하나 위치해 장자. 큰아들을 나타내기도 한다. 진震은 청각적 이미지인 천둥과 시각적 효과인 벼락을 모두 의미한다. 죄를 지은 나쁜 사람을 가리켜 벼락 맞을 놈이라는 표현이 있다. 예전부터 하늘에서 울리는 천둥과 번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그 자연을 기대어 살아가지만 속수무책 당하는 자연재해는 엄청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렇지만 자연의 변화는 그 자체로 무심하게 순환하며 일어날 뿐 인간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하여 옛 성현들은 하늘이 화가 난 듯한 우레의 발생을 보고 무섭고 두려운 상황 속에서도 정성과 공경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바로잡아 나가기를 당부한다.

 

 

 

Ⅰ.

진震은 힘차다, 우레가 거침없이 올 때 돌아보고 돌아보면 웃으며 즐겁게 말할 수 있다. 우레의 진동이 백리를 놀라게 함에 자신의 본분을 잃지 않는다.

震亨 震來虩虩 笑言啞啞 震驚百里 不喪匕鬯

진의 괘사는 무섭게 몰아치는 우레를 접하더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을 살핀다면 끝내는 좋은 결과가 온다고 하였다. 벼락 천둥이 일으키는 공포는 반성을 촉발시켜 도리어 복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 진괘는 문왕 초기 주나라의 상황을 기술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문왕의 개혁적 다스림은 백성들에게는 처음에는 천둥 번개가 치는 것과 같이 무섭고 두려우며 충격적인 일이었다. 한 나라가 사라지고 새로운 나라가 들어서는 시점에 과거의 악습은 혁신적인 개혁을 필요로 했으리라. 문왕의 호령이 마치 우레와 같아 천하 사람들은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법과 명령이 엄격히 집행되고 나라가 안정되면서 백성들은 나중에는 오히려 웃으며 말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우레의 진동이 백리를 놀라게 한다고 말한 것은 문왕의 주나라가 처음에는 백리 땅에 지나지 않았던 사실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군주의 위엄이 나라 안에 미쳐 제대로 다스려질 때 문왕은 종묘사직과 제사를 정성껏 지내며 스스로 돌아봄을 잃지 않았다. 괘사에 나오는 비창匕鬯은 숟가락과 제주祭酒를 의미하는데 비匕는 단순한 숟가락이 아니라 제사에 쓰이는 기구라고 봄이 알맞다. 고대에 제사의 의미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정성과 공경으로 마음을 바로잡는 최고의 의식이었다.

초구의 효사는 괘사와 같다.(初九 震來虩虩 笑言啞啞 吉) 초구효는 진괘 전체의 주인에 해당한다. 보통의 초구는 아직 힘이 모자라 섣불리 움직이면 화를 당하지만 진괘의 초구는 움직임의 주체이다. 진괘가 장자를 의미하는 것과도 연관이 깊다. 장자가 움직여서 천하를 두려움에 떨게 할 수 있다. 진괘 앞에 오는 혁革괘와 정鼎괘가 지배층의 정치적 혁명과 안정을 의미한다면 그 뒤에 온 진괘는 혁명을 일으켜 나라를 안정시킨 후 백성들의 다스림을 나타낸 괘라고 볼 수 있다. 장자인 문왕의 우레와 같은 위엄 뒤에 사회가 안정되어 나가는 모습을.

 

Ⅱ.

괘사에서 위엄을 갖춘 군주의 다스림의 모습을 살펴보았다면 관점을 바꿔 효사에서는 두려움에 처하는 군자의 자세를 알아보자. 이는 괘사는 문왕이 지었고 효사는 근 700년 뒤 공자가 지었다는 사실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한다.

 

 

初九 震來虩虩 後 笑言啞啞

六二 震來厲 億喪貝 躋于九陵 勿遂 七日得

六三 震蘇蘇 震行 無眚

九四 震遂泥

六五 震 往來厲 億 無喪有事

上六 震索索 視矍矍 征 震不于其躬 于其鄰 無咎 婚媾 有言

진은 단순 움직임이 아니다. 떨쳐 일어나 움직여 분발함이다. 진의 시대 내내 천둥 번개가 친다. 두려울 정도로 혁혁虩虩하게 우레가 오기도 하고(初九) 사라질 듯 사라질 듯 약하게 울기도 한다.(六三 震蘇蘇)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때로 벼락소리에 놀라 진흙탕에 빠지기도 한다.

(九四 震遂泥) 벼락을 맞아 많은 재물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六二 震來厲 億喪貝) 벼락소리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놀라서 두리번거리기도 한다.(上六 震索索 視矍矍) 주역은 말한다. 두려움이 이는 이런 진의 시대, 불상사가 생김은 나의 자리와 위치가 正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중심中과 바름正을 지켜나간다면 칠일이 지나면 잃어버린 재물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올 것이고(六二 七日得 - 여기서의 칠일은 일주일이 아니다. 사물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순환주기를 의미한다.) 벼락이 쳐도 재앙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六三 震行無眚) 우레가 내 몸에 이르기 전에 그 기미를 알아차려 경계하면 잘못은 일어나지 않는다.(上六 震不于其躬 于其鄰 無咎) 자연의 현상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현대의 우리도 사납게 몰아치는 비바람과 함께하는 천둥 벼락을 만나면 무서움이 인다. 엄청난 소리에 놀라고 번쩍이는 번개에 땅 위의 나무들이 쓰러질까 두려워한다. 알게 모르게 그동안 자신이 지은 죄가 없는지 돌이켜 보는 자도 있을 것이다. 고대인들에게 우레의 위력은 우리보다 훨씬 더했으리라. 그렇지만 천둥 번개가 일고 난 다음에는 가물었던 땅에 생기가 돋고 고여있던 대기는 순환을 일으켜 하늘이 깨끗해진다. 두려워만 할 일이 아니다. 상황의 변화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도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하였다. 위기 상황에서 정신을 차릴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평소에 中과 正을 지키고 부단히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변혁의 주체가 되고 싶다면 하늘에서 우레가 치듯 위엄을 가지고 두려웁게.

두렵고 떨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자신을 지키면서 삼가고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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