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주역> 45. 택지췌괘 - 여러 종류의 모임(모여듬)에 관하여

우연
2019-07-09 08:16
55

<20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여러 종류의 모임(모여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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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췌는 모인다는 뜻이다. 사람이 모이고 사물이 모인다. 괘상은 땅 위로 연못이 형성되어 있는 모양이다. 이리저리 땅 위를 어지럽게 흐르는 물이 한 곳이 모여 연못을 형성한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큰 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기운이 생겨나고 사물이 모여들어 곳간이 차기 시작한다.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는 시기이다. 택지췌를 접하고 머리 속에 떠오른 사건은 월드컵 거리 응원. 촛불 집회 등이었다. 그런데 괘를 공부할수록 다른 괘에 더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회에 서로 연관된 몇 가지 괘를 함께 살펴보았다,

 


수지비와 택지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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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괘의 주역괘를 살펴보면 땅위로 물이 흐르는 괘는 택지췌 이외에 수지비가 있다. 땅위에 연못이 있는 것과 물이 있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연못은 물의 집합이다. 수지비는 땅위에 물이 스며들 듯 친근하게 일이 진행된다. 수지비는 친밀함을 의미한다. 은근한 친밀성이 강점으로 대두되는 만큼 밀실의 야합이 위험으로 존재한다. 나와 친한 사람만을 믿고 내가 편한 사람만으로 지내려 한다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일의 시작은 물론 친한 사람들이 모여 도모된다, 반면 택지췌는 나와 친한 사람만이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모여드는 괘다. 많은 인파가 운집하면 싸움이 생길 확률도 커진다. 물이 모여 연못을 이루면 제방이 무너져 둑이 터지듯 사람들이 모이면 여러 문제점이 생겨난다. 모여든 사람들의 기운을 건설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적인 친밀성이 아니라 공적 이데오르기가 필요하다. 그 옛날 왕이 만조백관을 거느리고 백성들 앞에서 종묘의 제사를 지내는 일은 여러 갈래의 민심을 모으기에 알맞은 이벤트였다. 택지췌의 괘사는 왕이 종묘에 납시어 제사를 지낸다로 시작한다.(卦辭 王假有廟)

 


천화동인과 택지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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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동인은 여러 사람이 한마음으로 모여 일을 꾸려나간다는 괘이다. 췌괘는 리더와 참모(九五九四爻)가 사람들을 모아 화합하기 위해 협력한다. 모여든 사람들이 별 저항없이 따른다. 췌는 하체下體가 순을 의미하는 곤괘이다. 천화동인은 뜻을 가진 뭇사람들이-다섯효가 모두 양이다- 사적 이익이 아닌 공적인 이슈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췌 시대의 리더가 자신의 올곧음을 무기로 대중을 화합할 수 있다면(九五 萃有位 無咎 匪孚 元永貞 悔亡) 천화동인 시대의 리더는 강한 사람들의 뜻을 결집시키기 위해 눈물 콧물 흘리는 험한 과정을 겪는다.(九五 同人 先號咷而後笑)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해나가는 것은 그리 녹녹치 않다. 오늘날 광장에 여러 사람이 모여들어 한 뜻을 외치는 거리집회는 천화동인에 가까워 보인다. 사적인 친밀함이 아니라 탁 트인 들판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대천大川을 건너는 천화동인-卦辭 同人于野 亨 利涉大天-은 모여든 사람들의 뜻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이를 위해 큰 나눔을 베풀어야하는(用大牲吉) 택지췌와는 또 다른 모여듬이다,

 


천화동인과 지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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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大同의 도로써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천화동인이 대중의 자발적 지지 모임이라면 지수사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쳐진 대중조직이다. 지수사는 강한 장수(구이)가 유순한 사람들을 끌고 가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지수사가 구이九二 하나의 양효로 구성되어있는 반면 천화동인은 다섯의 양효에 육이六二 하나의 음효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사람들이 으싸으싸하는 시대와 외로운 한 장수가 굳건히 일을 끌고 가는 시대, 지수사괘는 장수의 근심과 고충을 떠올리게 한다. 윗사람들이 모두 현명한 아랫사람을 신뢰하고 있지만 육이의 책임은 얼마나 막중하고 고단할 것인가. 또 한편으로 지수사는 땅속에 물이 있는 모습으로 산천초목이 자랄 수 있는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다, 모여든 무리를 노련한 장수가 올바로 이끈다면 길하고 허물이 없는 괘이다,

 

사람과 사물이 모여들고 귀신까지도 모여든다는 택지췌괘를 통해 여러 유사한 괘를 함께 살펴보았다. 상전에서 말하길 모여드는 때에 물건과 사귐을 넉넉히 하고 천명에 순응한다면 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만물의 실상을 가히 알 수 있다(象曰 用大牲吉利有攸往 順天命也 觀其所聚而天地萬物之精 可見矣)고 하였다.

어떤 양상으로 어떻게 모여드는가. 그 속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일까. 공부의 깊이를 더해가면 이를 살필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날까. 갈수록 주역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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