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주역> 43. 택천쾌-쾌夬, 어떻게 ‘잘’ 결단할 것인가

자작나무
2019-06-25 01:32
83

 

<20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 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 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 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쾌夬, 어떻게 ‘잘’ 결단할 것인가

 

 

쾌괘의 두 얼굴? 터짐과 결단?!

괘는 크게 다른 괘와의 ‘순서’, 괘의 상象과 관련해 ‘괘체卦體’와 ‘괘덕卦德’ 및 효의 변화에 주목해서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사에 가져와서 의리義理를 말할 수 있다. 가령 택천쾌괘澤天夬卦를 보자.

 

                              택천쾌(1).jpg

  

순서로 보면, 쾌괘(43)는 익괘益卦(42) 뒤에 나오는데, 그 순서에 의미를 부여하면 이렇다. “더하고 더하면 반드시 터진다.” 스트레스가 만땅이 되는 순간, 뚜껑이 열리는 것처럼, 공기를 가득 집어넣은 풍선이 그 임계점에 도달하면 터지는 것처럼. 그런데 여섯 효의 배치에서 보자면, 쾌괘는 뇌천대장雷天大壯괘의 뒤에 둘 수 있다. 아래의 초위에서 4위까지 네 개의 양과 두 개의 음을 가진 뇌천대장은 그것만으로도 기세가 장대했는데, 쾌괘는 여기에 5위까지 양이 되어 양이 5개로 하나의 음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이런 모양과 음양의 흐름에서 쾌괘의 전체 상황이 정해진다.

 

괘체(卦德)에서 보자면, 못(택)이 하늘(천) 위에 있는 모양새이다. 이것도 마치 화산이 터지듯, 그 화산 정상에 못이 있어 그 물이 분수처럼 터지는 모습이다. 하늘에 있는 연못은 자기 자리가 아닌 고로 터지기 마련이다. 또한 물은 아래로 흐르는 성질의 것이라 지상으로 연못물이 흐르는 시기이다. 모양에서 보자면 흡사 저 높은 둑이 ‘터지는(潰決)’ 이미지다. 이와는 달리 다섯 개의 양이 여섯 번째의 한 음을 밀어 붙이는 모습으로, 즉 양이 음을 몰아내는/제거하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괘에 대한 접근은 상에 주목해서 그 속에 숨은 뜻을 발굴하여 말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자연계의 현상을 인간계로 가져와서 삶에서의 어떤 지침을 설명하는 등 다양하다. 정이천은 이에 주목하여 쾌괘를 ‘강하게 결단한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그러면 인간사에서 강하게 결단할 것은 무엇인가.

 

 

결단은 어려워!

쾌괘는 “군자의 도가 자라나고 소인이 사라지고 쇠하여 장차 다하게 되는 때”이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결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게다가 제거하고 결단해야 할 대상은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며, 나이 지긋한 어른이라면?

쾌괘는 일견 아래의 것들이 가장 높은 상을 치는 형세다. 어떻게 보자면 ‘하극상’이고 ‘혁명’의 상황이다. 그런데 아래서 자라나 점차 세를 결집해서 올라가는 양은, <주역>의 연관검색어에서 보자면 군자이고 전진하는 힘이고 올곧음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제거하고자 하는 것은 위의 고여 있는 물과 같은 적폐세력이다.

 

거침 없이 세를 형성해 나아가는 양. 대개 <주역>은 이렇게 친구를 만나고 힘을 모아 형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때 위험한 상황이 생겨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즉 자신의 장점이 자기 발목을 잡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는 것이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기 힘에 조급해 일을 함부로 벌이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자기를 믿는 힘이 거세기에 생기는 근심이다. 그것을 경계하듯 쾌괘의 괘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夬 揚于王庭 孚號有厲. / 告自邑 不利卽戎 利有攸往.

쾌는 왕의 조정에서 드러냄이니, 정성으로 호령하여 위태롭게 여기는 마음이 있게 하여야 한다. / 사읍私邑부터 고하고 병란에 나아감은 이롭지 않으며 가는 바를 둠은 이롭다.

 

 

수수께끼 같은 괘사다. 이를 적폐청산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와 관련해서 다시 적어보자. 먼저 위의 “왕의 조정에서 드러내야 한다”는 구절은, 제거하고 결단내야 할 자 즉 윗자리의 적폐는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사람이 그 죄의 유무와 실상을 많은 사람들이 바르게 알도록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면죄부를 줘서도 안 되지만, 사리분별 없이 마구 없애서는 안 된다. 사라지는 것들은 사라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 왜 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또 어떤 식으로 사라지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나름의 예의랄까 과정은 필요하다. 밀실로 데려가서 그냥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성으로 호령하고 위태롭게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기 세력이 늘어나는 때라고 하나 가슴 가득 정성을 갖고 있어야 하고 또한 항상 조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는 사라지는 것들의 마지막 발악에 대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힘에 도취된 자기를 단련하고 수양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부가되는 것이 항상 자기를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자세다. 이를 “사읍부터 고한다”는 말로 괘사는 설명한다. 정이천은 ‘자기 마을自邑’을 항상 자기 수양의 문제로 푸는데, 이를 가져왔다. 그 수양이 드러나는 방식은 “병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즉 폭력으로 결단하지 않는다는 것.

 

 

택천쾌(2).gif

 

*중국의 모 포탈에서 쾌괘를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 무장한 무사가 길을 나서는 이미지이다.

그러나 '쾌쾌'는 전쟁이 아니라 아래의 그림처럼 쉼없이 비름나물을 뚝뚝 끊듯

소인을 하나 하나 지속적으로 뽑아내는 농부의 이미지가 맞는지도 모른다.

 

 

택천쾌(4).jpg

 

 

눈앞의 적폐세력과 대적하는 과정에서 자기 수양을 중시해 폭력을 금지하는 까닭은, 괴물과 대적할 때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폭력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또 하나의 폭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소인의 도가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쾌괘의 상황이기에, ‘굳건한 결단’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서 괘사는 이렇게 말한다.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 즉 마땅히 나아가고 처단해야 하는 바이니 주저하거나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길을 굳건히 가라는 말이다. 이를 효사에서는 ‘쾌쾌夬夬’라는 말로 강조한다. 다시 말해 “결단을 과감히 하라.” 여기서 ‘과감히’를 소위 말하는 ‘아쌀하게^^’로 즉 마음에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상쾌(快)로 읽어 내는 것도 그럴싸해 보인다. 또한 소인의 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쾌괘이기에 결단은 항상 진행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한줌의 음이 다할 때까지 힘써 “결단하고 결단하라.” 그렇게 쾌괘의 괘사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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