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세미나] 2회차후기 관자의 매력

토용
2020-05-18 09:47
286

코로나가 준 뜻하지 않은 선물, 관자세미나.

주희 라인의 사서삼경을 벗어난 다른 책을 언제 한 번 읽어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금요클래식이 취소되면서 그 기회가 왔다.

우선 책은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다. 특히 혼자 읽다보면 중언부언의 느낌이 많이 든다.

그렇지만 세미나는 재미있다. 서로 왈가왈부 하다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왈가왈부 할 여지가 많다는 것. 이것이 『관자』가 가진 매력인 것 같다.

 

그동안 읽은 사서는 다른 해석을 하기 힘들었다. 일단 주자의 주석대로 원문을 읽고 해석하고 이해했으니까.

그러나 관자는 좀 다른 맛이 있다. 우선 주자님이 안계시니 옥죄는 느낌이 없이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제11편 주합(宙合)에 “사려 깊게 생각해야 하니 …… 오(敖)가 요임금의 곁에 있는 듯이 삼가야 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리고 각주에 오를 요임금의 아들 단주라고 했다.

어, 이상하다? 단주는 아버지에게 인정을 못 받은 인물인데?

『서경』을 찾아봤다. <요전> 9장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요임금이 등용할만한 인물을 묻자, 신하가 맏아들 단주를 추천한다. 그러자 요임금은 단주가 ‘은송(嚚訟)’해서 안 된다고 말한다.

즉 요임금은 자신의 아들을 어리석고 다투기를 좋아하는 인물로 평가를 하고 있다.

그리고 단주의 이름이 오인 것도 처음 알았다.

관자가 편찬될 당시에 지금은 전해지지 않은 요임금과 단주에 대한 다른 기록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단주가 실제로는 괜찮은 인물이었는데, 순임금의 부족에게 권력을 빼앗긴 후 후대에 요순 스토리가 만들어질 때 폄하된 것인가?

 

관자를 읽다보면 맹자와 중용에서 읽었던 말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보인다.

관자가 전국시대 직하학궁에서 논의된 여러 사상들의 종합서 성격을 띠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이유이다.

당시 철학자들에게는 전쟁의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공통된 생각들이 있었다.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른 개념들로 맹자에 관자에 묵자에 기타 등등 제자백가에 서술되어 있는 것이겠지.

특히 16편에 ‘政者 正也’가 나온다. 공자가 정치를 묻는 계강자의 말에 한 대답과 똑같다.

바로잡음(正)을 ‘만물의 명칭을 바로잡아 정하는 것’이라고 뒤이어 설명한 것도 유가와 비슷하다.

 

정치의 흥폐(興廢)를 민심에 두고 백성이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에 대해 굉장히 자세하게 조목조목 말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법(法)이 있다. 이 법이 단순히 형벌과 규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성인의 도(법)에 바탕을 둔 통치원리로서의 ‘법’을 계속해서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다음 시간은 7권~10권까지 합니다.

댓글 3
  • 2020-05-18 21:21

    <관자>의 편찬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실제 내용들은 전국시대의 담론이라는 점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진나라 法家들의 부국강병을 위한 농본주의 정책과 다른 제나라의 부국강병은 상업 중심에서 法을 논했을까요?
    <사기열전>에서 관중은 제나라에서 생산된 물산을 교역했다고 하거든요.
    "관중이 제나라의 재상을 맡게 되자, 작기는 하지만 해안을 끼고 있는 제나라의 산물을 교역하고 재물을 축적하여
    부국강병에 힘썼다" (까치판 <사기열전>)
    그런 면에서 <관자>에 나오는 法治는 상앙과 한비자로 이어지는 法家와는 다를까요? 뭐 이런 궁금증이 ㅋ

    • 2020-05-19 13:55

      그레이엄은 <관자>를 법가의 저작으로 보면서 상앙과 비교하여 "국가 조직 속에 도덕과 법의 역할을 인정"하는 <관자>와
      좋은 정치는 개인들의 도덕적 탁월성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제도의 기능에 근거한다고 생각한 이후 법가의 차이점을 말하네요.
      저희도 <관자>를 공부하면서 '법'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 2020-05-21 06:23

      관자에서도 땅을 개간하고 때에 맞게 농사를 짓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여러번 말해요. 세금을 걷는것도 농토의 질에 따라 다양하게!
      제나라에서도 농본주의는 기본이었던것 같은데...^^

      <관자> 한편 지루하지만 한편 재밌어요. 그정도로 세밀하게 정치의 도를 서술할수 있다는게 놀랍지만, 알면서도 행하지않거나 못하는 현실을 보면 또한번 놀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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