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좌1강]양자역학의 시작

요요
2022-01-09 19:56
401

과학을 공부하는 것은 놀라움과 경탄, 그리고 머리 속이 뜨끈해지면서 두통을 유발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후기담당에 대해 무려(!) 4번이나 강조한 여울아님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데 그것도 부담백배 요인입니다.^^

 

박재용 선생님은 최소 12강은 강의해야 할 내용을 4회로 압축해달라는 미션을 받고 4강으로 양자역학을 설명할 구도를 짰다고 합니다. 그 첫번째 순서가 '19세기 물리학과 양자역학의 시작'입니다.

 

19세기까지 고전물리학은 우주에 작용하는 힘에는 두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는군요.

바로 중력과 전자기력입니다.

중력은 뉴턴의 두가지 공식에 의해 설명되었고, 전자기력은 맥스웰과 패러데이에 의해 설명되었다고 합니다.

(뉴턴 공식은 고등학교 물리지식 수준에서 뭔말인지 대략 감을 잡았지만, 맥스웰과 패러데이 공식은 제게는 외계어입니다.^^)

 

철학을 공부하던 막스 플랑크가 물리학을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했던 19세기말,

물리학자들 사이에는 이제 과학은 완성되었다, 더이상 새로 발견할 것이 없다는 믿음이 팽배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플랑크는 당시까지 미해결이었던 흑체복사문제에 뛰어들어서 그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게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을 열었습니다.

 

고전 물리학이론에 따르면 흑체복사는 무한대의 에너지를 내어 놓아야 하는데 실제 흑체복사의 결과는 그와 달랐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문제를 붙들고 씨름을 했는데 플랑크가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물론 플랑크의 해결은 결코! 개인적인 성과로 퉁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물리학자들이 축적한 테이터와 이론적 성과 위에서 새로운 가설을 세웠더니, 아, 그게 현실과 일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플랑크의 가설이란, 플랑크 상수라는 값과 전자기파의 진동수를 곱한 값이 그 진동수에서 내놓을 수 있는 에너지의 최소양이라는 겁니다.(E= nℎν, 여기서ν는 브이가 아니고 유라고 읽는다고 합니다. ℎ는 플랑크 상수, ν는 전자기파의 진동수를 가리킵니다.)

이 공식에 따르면 흑체의 에너지에는 정수(n)로 표시할 수 있는 최소단위가 있고,

흑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전자기파는 흑체복사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러니 흑체복사에서 무한대의 에너지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지요.

 

수업에서 선생님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못한 저는 그놈의 흑체복사가 뭔지 인터넷을 엄청 뒤진 뒤에야 겨우 감을 잡았네요.^^

제 앞에 앉은 둥글레는 김상욱의 양자역학을 공부한 지라 이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아는 것 같았는데.. 저는 웹서핑의 고단한 수고를 해야 했습니다. 모르는 건 그 때 그 때 미루지 말고 질문하여 수고를 덜자!! 1강 후기가 주는 교훈입니다.^^

 

막스 플랑크는 이것을 ‘양자 가설 quantum hypothesis’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드디어 양자(quantum)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양자는 그동안 빛(전자기파)은 파동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이었습니다.

빛은 에너지 알갱이라는 가설이 세워진 것이지요. (이제야 여울아님이 쓴 과학세미나 후기가 쬐끔 이해가 갑니다.ㅎㅎㅎ)

재미있는 것은 플랑크 자신도 자신의 가설에 대해 반신반의했다고 합니다.

왜 아니겠어요.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앎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도 잘 알고 있잖아요.

양자역학의 문을 열었지만, 그는 여전히 19세기의 아들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인슈타인도 광전효과문제를 풀었을 때 답은 내었지만 왜?에 대해서는 대략난감이었다고 합니다.

물리학의 난제에 대해 과학자들이 답을 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이유를 안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아는 것은.. 또 그 다음에 오는 과학자들의 과제겠지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 우리 인류의 숙명인가 봅니다.

 

19세기 물리학의 세가지 난제가 있었는데, 흑체복사가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광전효과문제라고 합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전자모형(전자궤도)의 문제입니다. 

광전효과문제는 아인슈타인이 풀었고, 전자궤도 문제는 닐스 보어에 의해 풀리게 됩니다.

이 세문제가 고전물리학의 세계를 넘어 양자역학으로의 길을 여는 입구가 되었습니다.

 

막스플랑크는 양자의 발견으로 1918년에 노벨상을 받고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발견함으로써 1921년에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닐스보어는 1913년에 수소원자구조를 밝히는 논문을 썼는데 1922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흑체복사문제, 광전효과문제, 원자구조문제를 통해  드디어! 근대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박재용 선생님은 2회차에는 근대 양자역학, 3회차에는 현대양자역학, 그리고 4회차에 과학과 철학의 관계를 다루겠다는 계획을 갖고 계시더군요. 대체 근대양자역학과 현대양자역학은 무엇이 다른지, 양자역학이 우리 자신과 세계를 보는 관점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계속 강의를 들으면 알게 되겠지요? 저는 첫 시간에 등장한 몇 개 안되는 공식 앞에서도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안드로메다로 갈 것만 같았습니다.

1강에서 배운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도 헷갈리지만 1강을 통해 제가 알게 된 흥미로운 포인트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이론 물리학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과 실험이 끌고 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측정기술의 발전 없이 이론 없다!! 생각해 보면 새로운 가설이 등장할 때 과연 실험만으로 그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존의 인식의 패턴을 확~ 바꾸어 버리는 사고방식과 통찰이 따라와야 할 것 같은데, 실험과 이론의 관계가 정말 그토록 확고한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것도 제겐 관전 포인트입니다.

 

아래 기사 두개는 재미있게 읽었기에 공유합니다.

https://www.injurytime.kr/news/articleView.html?idxno=4258

https://www.injurytime.kr/news/articleView.html?idxno=4273

댓글 8
  • 2022-01-09 22:15

    후기 써주신 요요님 감사해요 ~

    제가 몸이 안 좋아서 1강 수업을 제대로

    못들었는데 후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2022-01-09 22:29

    이것은 후기인가 특강의 복습인가....

    거의 수업을 그대로 풀어내시는 요요님의 아난다급 암기력과 이해력에 놀라며 이마를 탁 치고 갑니다. ㅎㅎ

     

    저는 저자의 책 '냉장고를 여니 양자역학이 나왔다' 라는 책을 보고 기대가 전혀 없었는데

    4번의 강의라는 미션때문인지 간결하게 잘 정리된 특강을 들으면서 기대 이상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2022-01-09 23:03

    저도 사실 '흑채복사문제'가 이해가 안 가서, 급히 [냉장고 물리학]을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읽은 후에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또, 마찬가지로 실험-이론 관계가 저 역시 가장 인상적인 포인트였고요. 그리고 또! 저 역시 이론-실험만이 아니라 (직관)-이론-실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퉁쳐서 '직관'이라고 하였지만, 그건 역시 '사유'라고 생각했고요. '사유'란 무엇인가.... 그건 '인간 서사'의 바탕 아니겠습니까. (사실 마지막에 가장 이론적인 부분들은 '물리학'으로 환원가능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했던 것도, '물리학이 최종 학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라는 질문 대신 던진 것이었습니다ㅎㅎㅎ)

     

    잘 읽었습니다!(이것으로 혹시 몰라 도입부만 써 두었던 제 후기는 사라지겠습니다 😉

  • 2022-01-10 00:34

    아, 감사합니다. 그저께 밤에 장황한 도입을 쓰다 오늘밤 다시 도전하려 했는데 ㅎㅎ 저는 예습차 어느 팟캐스트를 듣다가 사실 내가 박수를 칠 수 있는 건 내 손이 단단한 물질로 가득 차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에 이틀 전에 놀란 터였는데 ㅋㅋ 이날 강의에서도 강사님이 친절히 가르쳐주시는 내용이 뭐가 되게 많아서 중간중간 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싶더라고요. ㅎ 저는 뉴턴이 중력의 법칙을 공식화하면서, '왜 중력이 거리에 반비례해?'나 '왜 질량에 비례해?' 따위의 질문에 이것은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은 선언이다, 라고 했으며, 이후 과학자들도 설명이 아닌 선언을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선언을 뒷받침하는 것은 실험이었고요. 

     

    또 파동의 에너지값이나 전자가 내놓는 에너지값이 연속적이지 않다, 라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전에 올리버 색스의 <의식의 강>에서 인간의 지각이 사실은 불연속적이라는 말이 기억에 깊이 남았었는데, 에너지의 상태 역시 불연속적인 값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여전히 이전의 19세기의 매끈한 연속적 세계관에 지배되고 있는 내 머리를 쿵 내치는 이야기였습니다. (재작년에 빛의 물리학이라는 다큐로 다 본 이야기인데도 왜 이리 새로울까요 신기...ㅎㅎ 아 그 말이 이 말이었구나.. 이래요.)

    • 2022-01-10 10:33

      저도, 실험 결과에 맞춰 가정(?)을 선언하는 방식에 놀랐습니다... 이 실험이 맞으려면 이런 모델이 필요해! 왜 그런진 몰라.. 이런 느낌쓰?!?

       

      과학은, 어떤 원리나 법칙이 먼저 있고 현상(실험)은 그걸 증명하는 수단이라고 여겼는데,

      현상이 우선하고 그 현상을 어설프게 추측해가는 것이 과학이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마치... 길이 원래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다니다 보니 길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법칙이 있는게 아니라, 현상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들을 해나가면서 가설이라는 길을 만들어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과학도 만들어가는 과정의 여러 이름들 중 하나였군요. 🙂

      • 2022-01-10 12:57

        과학세미나 발제를 읽다가 문득 과연 우리의 직관처럼 보이는 것이 혹은 현상이 혹은 실험이?? 기존의 이론 위에 서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을 때 앗? 뭔가 이상한데?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을 때 새로운 가정을 하고 새로운 선언을 하고 그러는 것이 아닐까하고 말입니다^^

  • 2022-01-10 16:46

    이 시대에 과학 기술이 사회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고 빨라지는 것 같다.  특히 현미경이나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미시세계에 대한 연구와 발견이 늘어나는 것 같다. m-RNA 코로나 백신이 나왔을 때도 처음엔 반신반의 했는데 효과가 있는 걸 보고 놀랐다. 물론 양자역학의 미시세계와 유전자 공학의 미시세계가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 미시세계에 대한 과학의 발견과 성장에 관심이 있어 양자역학 강의를 듣게 되었다.

    또 하나는 양자역학의 미시세계가  마음의 원리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이번 강의는 과학사 공부하면서 스쳤던 내용인 것 같은데 들을 때 마다 늘 새롭다. 정확히 몰라서 그런 것도 같고.. 그렇다고 알고자 더 찾아보지도 않는다.

    우리가 경험하기 어렵지만 존재하고, 그 원리로 물질세계가 만들어지는 미시세계와 그 원리에 대해 공부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 2022-01-12 19:54

    양자역학이 핫하다고 하여 이번 과학 강좌를 듣게 되었어요.  오랫만에 접하게 된 중력, 전자기력, 원자 라는 것들이 흥미롭더라구요. 물론 모르는 것이 더 많지만요. 요요샘이 정리해주신 내용을 따라가니 지난 시간 강의 내용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ㅎㅎ  과학이라는 영역이 철학과 많은 연관이 있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양자역학을 통해 조금이나마 새로운 영역에 대한 사고를 넓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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