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클래식 『주체의 해석학』1강후기

기린
2021-07-08 23:02
376

인문학 공동체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세미나 하면서 읽고, 나중에 다시 번개 세미나 하면서 읽고, 기획 세미나하면서 여러 저작을 읽고, 강의에서 읽고. 이렇게 거듭 거듭 읽게 되는 책이 몇 권 있다. 내게는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이 그중 하나다. 이번 금요클래식에 이 책을 한다길래 별 망설임없이 또 신청했다. 그만큼 “안불린 현미 같은(매실표현 베껴쓰기 ㅋ)” 같은 책이다. 읽게 될 때 강의 듣게 될 때 마다 좀 더 불려져 소화되기를 바라는 책? ㅋ

 

1강에서는 ‘세상에 없는 참고자료’인 푸코 연표를 떡 하니 내주신 문탁샘의 푸코 공부 내력을 짐작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푸코의 저작과 그 배경, 푸코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발췌를 통해 대략 정리해 보았다.

 

나는 철학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책들은 늘 나의 한계-경험입니다.

나는 일반적인 방법을 구축하지 않습니다

나는 연속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적 배경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나는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철학자나 작가가 아닙니다, 나는 정치적이며 역사적 연구를 합니다

나의 모든 책은 자그마한 연장통이다

내 책이 한 번 사용된 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말라, 나에게 거기에 그렇게 머물러 있으라고 요구하지도 말라. 이것이 나의 도덕이다. 이것이 내 신분증명서의 원칙이다

 

이 정리문구에 한 구절 한 단어가 모두 푸코 스스로 정의한 개념들로 꽉꽉 차 있지만, 그 개념들을 모른다 하더라도 그가 얼마나 자신의 연구에 몰입했으면서도 그에서 벗어나고자 했는지는 짐작해 볼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푸코의 저작이 천착한 주제들을 연대별로 짚어가면서도 푸코가 “자신의 관심이 늘 ‘권력’과 ‘지식’의 문제” 였다는 맥락에서 ‘통치성과 사목권력’ 부분을 다루었다. 강의안에 의하면 “푸코가 국가 단위의 권력을 분석하는 세 가지 유형(사법 메커니즘/ 규율매커니즘/ 안전 장치) 중 세 번 째” 것으로 ‘통치성’ 의 개념이 등장한다. 이와 관련한 정리는 강의안에 첫째, 둘째, 셋째로 요약 정리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중세의 사법 국가가 15-16세기에 행정국가로 변하고 차츰차츰 ‘통치화’ 되는 절차, 혹은 그 절차의 결과” 의 설명에서 생각은 저절로 따로 흘렀다. 거기에 ‘사목권력’ 설명 부분으로 가면서 강사님이 “유학의 ‘왕도정치’는 사목권력과 어떻게 다를까요?” 라고 묻는 순간....제자백가의 리스트가 떠다니면서....내 생각이 산으로 가고 있었고... 강의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15-16세기 행정국가 이전 중세 사법 국가 더 이전 고대 사회에 국가 개념을 적용하기에는 분명 무리이고, 통치성은 국가와 연동시키지 않고 분석하기는 더더욱 무리수가 있다. 통치성을 중세의 시작에 나타난 사목 권력과 연결해도 무리가 있다. 사목 권력의 특징은 ⓵한 마리 양도 잃지 않는 목자의 책임 ⓶목자에게 복종하는 문제 ⓷목자로써 양떼들에 대한 상태 등의 각 개인에 대한 지식확보의 문제 등이다.

 

그래서.... 푸코가 새롭게 정의한 권력의 새로운 도식이 차라리 접근해 볼 만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권력은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행사된다 / 권력은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다/ 권력은 아래로부터 나온다/ 권력은 의도적이고 동시에 비주관적이다/ 권력은 저항과의 관련 속에서만 존재한다.

 

푸코의 권력의 도식을 왕도정치, 즉 덕치(德治)와 연결시키면 왕-백성 사이에 작동하는 권력관계로 풀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맹자가 내내 주창했던 백성과 함께 즐기라는 여민동락, 그것이 왕의 권력이 행사될 때의 장면일 수 있고, 왕이 자신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알 때 백성들은 왕의 일을 아들이 아버지 일에 나서는 생산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인재를 천거하기 위한 검증을 최종 단계를 백성들의 민심까지 체크 하는 신중함은 편재하는 권력에 대한 경계일 수 있고, 왕의 무능함을 아는 백성들은 왕의 땅을 떠날 자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왕의 권력이 주관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반증일 수 있고, 그 떠남이 곧 저항인 것일 수도 있다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푸코의 권력의 도식을 왕도정치에 대입해 보았다. 맹자가 구상했던 왕도정치도 일(一)을 향하기는 했다. 전국시대의 혼란을 평정할 일(一)의 등장. 그 천하의 통일을 전체주의 국가를 지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기는 무리 아닐까. 역사에서는 법가가 지향한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했고 진나라는 권력이 황제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중앙집권을 달성했다고 기록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푸코의 도식을 빌면 권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장악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던 셈. 20세기 후반의 사유체계로 고대 국가의 출현을 분석해보니 재밌기는 한데... 뒤가 켕기는 것은 눈치가 보여서 일까? 내 밑천이 짧아서 일까? ㅋㅋㅋ 1강 후기 끄~읕

댓글 1
  • 2021-07-16 17:15

    앗! 댓글이 하나도 없네요.^^;;;

    푸코는 잘 모르는데…니체의 향기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강의도 재미있고 자료는 귀중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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