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클/숫타니파타>3강후기-용감무식하게 횡단하는 상상

기린
2021-05-27 10:51
395

<숫다타니파타> 3강 강의안 제목을 보았다.

 

-괴로움의 생성과 소멸

집착을 조건으로 존재가 생긴다. 존재하는 자는 괴로움을 받는다.(742)

 

집착 자체가 존재의 조건이라는 말씀^^ 아... 그러면 집착은 생명성의 다른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붓다는 집착을 없애야 적멸에 든다고 했다. 집착을 없앤다는 것은 곧 생명성을 거세하라는 말씀? 내가 이렇게 읽으면 아마 또 ‘단장취의’ 한다는 지적을 받을 것도 동시에 떠올랐다. ㅋ

다시 게송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이 무명이란 크나큰 어리석음인데,

이로 말미암아 오래도록 윤회하는 것이다.

그러나 명지에 이른 뭇 삶들은

다시는 존재에 도달하지 않는다.(730)

 

어떠한 괴로움이 생겨나든

모두 형성(sankhāra)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다.

모든 형성이 없어진다면

괴로움이 생기지도 않는다.(731)

 

어떠한 괴로움이 생기더라고

모두 의식을 조건으로 한다.

의식이 소멸된다면

괴로움은 발생하지 않는다.(734)

 

갈애는 괴로움의 원인이므로

바로 그 재난을 알아서

수행승은 갈애를 떠나고, 집착을 벗어나,

새김을 확립하고, 유행해야 하리라.(741)

 

집착을 조건으로 존재가 생긴다.

존재하는 자는 괴로움을 받는다.

태어난 자에게 죽음이 있게 된다.

이것이 괴로움의 발생이다.(742)

 

아, 그럼 이때의 ‘존재’는 생명성으로 읽기보다 내 앞에 펼쳐지는 사건을 대하는 자세로 어떤 지점에 매이는 상황을 집착이라고 한다면, 그 집착으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식의 홍수를 가리켜 ‘존재’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존재가 괴로움의 원인이 되고. 이렇게 읽으니 사건을 맥락적으로 읽지 못하는 인식적 한계로 인한 망상의 홍수에서 허우적거릴 때 마음이 산란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마음이 산란한 상태, 이것 또한 괴로움이지 않은가. 그래서 만약 집착을 버리는 훈련을 수행할 수 있어서 차츰차츰 집착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집착에서 벗어나” 유행하는 신체가 될 수 있다고 붓다는 설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요요샘은 이 게송을 설명하시며 “무명과 괴로움, 갈애와 괴로움, 집착과 괴로움은 연기적 관계”에 있다고 하셨다. 아.. 연기(緣起)적 관계! 재작년 <중론> 강좌를 들을 때 강사님이 빨간 줄 쫙쫙!! 공식으로 외우라 거듭거듭 집어 주었던 일체(一體) 무자성(無自性)=연기=공(空) 이라는 공식에서 그 연기다! 그렇다면 불에 타서 나는 연기는 아닐테고 ㅋ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접촉에서 일어나는 존재성, 즉 보고 느끼고 듣는 작동으로 인한 감각의 작동에서 저런 관계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고 본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것은 요즘 페미니즘 공부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는 ‘상황적 인식’ 이라든가 ‘복잡성’의 개념과 연동시켜볼 수 있지 않을까.

 

페미니즘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 실현가능한 실천력에 집중하라는 사유라면, 붓다의 게송 역시 그 사건을 상황적으로 인식하는 방법으로 무명, 괴로움, 갈애, 집착이라는 현상을 들고 이를 넘어 존재를 소멸시킴으로 이행하라는 말씀^^? 이렇게 엮으면 가장 멀리 있는 듯한 사유가 결국은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즐거운 상상이 일어난다.

 

공부한답시고 책을 읽으며  강의를 들으면서 에세이를 쓰면서 또는 사건 속에서, 많이 어렵고 때로는 지루하고 혹은 무용하다 싶어 힘이 빠질 때, 이렇게 용감무식하게 횡단하면서 ‘썰’을 풀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흐르고 후기를 썼다는 안도감에 이르는 것. 이 성취로 전전긍긍 계속 공부하는 것인지도 ㅋ

 

 

 

 

댓글 1
  • 2021-05-27 11:39

    ㅋㅋㅋ 맞아여 ! 조아요 !

    숫타니파타의 후기를 읽는 즐거움과 편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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