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클래식-숫타니파타 1회차 후기

도라지
2021-05-09 14:53
372

경전을 읽는 건 좋지만, 잘 읽는 건 어렵다. 

 

 

 

나는 경전 읽는 것이 대체로 좋다.

 

어떤 경전을 만나던 거기에는 삶의 모호함과 불가해함에서 헤매는 게 주특기인 나로 하여금, 즉시 내 생활을 직시하고 돌보도록 등떠밀어주는 힘이 있다. 십대 때 옆구리에 끼고 살던 성경, 번번히 어렵지만 매주 화요일마다 강렬한 현타를 체험시켜주는 논어, 그리고 늘 내 책상의 가장 로열석에 자리하고 있는 불교 경전들이 그렇다.

 

특히 숫타니파타는 언제라도 필사하겠다는 자세로 노트와 아끼는 펜과 함께 세팅되어 잘 모시는 경전이다. 숫타니파타에서 볼 수 있는 청년 붓다의 소박한 일상과 사자같은 정진은 막연한 희망이나 구원의 메세지를 전하는게 아니어서 좋다. 붓다의 삶과 정진이 나를 구성해갈 구체적인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한 지침이 되어지길 바라면서 다시 잘 읽어보고 싶다.

 

뭐 그렇다고 초기불교 경전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등장하는 비스무리한 이름들은 계속 헷갈리고, 번역도 여기저기 많이 낯설다. 반복되는 게송이 지겨워 건너뛰고 읽다가 괜히 맘이 찔려 엉금엉금 되돌아가기도 하고, 그렇게 다시 읽다가 금방 또 뜀박질하려 하고...

 

 

이제 지난 시간 후기를 짧게 써보겠습니다.

 

자~ 따라서 읽어보세요.
"숫타  (띄고) 니파타!"

 

 

숫타는 경(經), 니파타는 모음(集)을 의미한다.

숫타니파타는 남아있는 불교경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들 중 하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숫타니파타가 붓다의 설법중 원음에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추측한다.

빨리어로 쓰여진 붓다의 설법을 '니까야'라고 하는데, 숫타니파타는 '굿따까니까야'에 속해 있는 경전이다.

니까야 말고도 우리는 '아함경'이라는 이름의 경전도 볼 수 있는데,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된 초기 경전이 중국에서 한역된 것을 '아함경'이라고 한다.

 

 

지난 시간에는 3품을 중심으로 싯다르타의 출가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노력 그리고 최상의 깨달음을 얻은 붓다로써의 삶을 살펴 보았다.

 

 

재가의 삶은 번잡하고,
티끌 쌓이는 장소입니다.
그러나 출가는 자유로운 공간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보고 그는 출가했던 것입니다. (406)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서 재난을 살피고
그것에서 벗어남을 안온으로 보고
나는 정진하러 가는 것입니다.
내 마음은 이것에 기뻐하고 있습니다. (424)

 

 

 

전륜성왕이 되기를 포기하고 깨달음의 길을 택한 붓다였다.  그는 자신이 가는 길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욕망과 집착,  탐진치가 불러오는 재난을 만나지 않기 위한, 정진의 길엔 어떠한 번뇌의 잔여물도 잠재력도 그 흔적조차 남지 않기 때문이다.

 

운문으로 표현된 게송들이 담고 있는 숫타니파타 속 붓다의 일상은 소박하고 담백하다. 그래서 붓다의 삶 곁에 성큼 한 발 들여놓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그의 단호한 가르침과 존재의 청정함은 어리석은 중생에겐 넘사벽이라 따라가기 어렵게 느껴진다. 아니 어렵다기보다 무지해서 안 따라가는 거 같다. 온갖 욕망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느라. 

 

우리는 그게 고통의 맛인줄 잘 모른다. 그래서 그를 따라가길 의심하고 주저하는 거 아닐까?

 

 

요요쌤은 지난 시간 숫타니파타를 통해 보여지는 붓다의 모습과 소박한 대화들 속에서 자신의 질문을 찾아보길 바란다고 하셨다.

나는 왜 숫타니파타를 듣겠다고 댓글을 달았을까? 여기에 나의 질문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읽다보면 답도 찾아지나요? ㅎㅎ 

 

그럼 이제 열심히 숫타니파타를 읽고 다음 시간에 만나요~~~

 

 

 

(그런데 다음 시간 어디 읽어가는 거죠? 이런....;;;)

 

 

 

댓글 4
  • 2021-05-09 19:01

    1품

    특히 뱀과 코뽈소

  • 2021-05-14 12:22

    저도 왜 숫타니파타를 듣기로 했는지 잘 찾아봐야 될것 같아요 ~~ ㅎㅎ

  • 2021-05-14 12:52

    불교경전을 로열석에 모셔놓은 도라지가 이렇게 말하면 나같은 사람은 어쩌라는건가요? ㅋ

    저는 금요클래식을 진행하는 요요샘 목소리에 기쁨이 담겨있는 듯하여 그 목소리를 듣는 금요일 아침이 참 좋습니다

    • 2021-05-17 10:50

      생각보다 참가자들이 돌아가면서 읽는 것도 좋더라구요. 그런데 지난 시간은 오프라인 참가자들 목소리가 작거나 끊겨서 잘 안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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