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반복> 2강 후기

블랙커피
2021-02-07 00:59
410

지난 시간은 현재라는 시간이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펼쳐지는 응시와 수축의 반복, 즉 수동적 종합에서 구성된다는 점을 이야기했는데요. 이번 시간은 그러한 현재의 시간이 성립하기 위한 근거를 다루고 있습니다.

 

들뢰즈는 “현재는 시간을 구성하지만, 이 구성된 시간 안에서 지나가 버린(189)”다면 필연적으로 “그 안에서 시간의 첫 번째 종합이 일어나는 어떤 다른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시간의 첫 번째 종합은 자신을 일부로 포함하는 더 광범위한 시간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것이 시간의 두 번째 종합인 기억의 수동적 종합입니다.

들뢰즈는 “습관은 시간의 시원적 종합이며, 이 종합은 지나가는 현재의 삶을 구성한다. 기억은 시간을 근거짓는 종합이며, 이는 과거의 존재를 구성한다(190)”라고 말하여, 현재를 지나가게 하는 것(과거)은 기억으로 구성되어 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과거는 현재 속에 수축되어 있는 방식으로 존재한다고 봅니다. 즉 현재는 과거의 수축이란 것이죠.

들뢰즈는 “습관의 수동적 종합은 현재라는 조건 아래 순간들의 수축을 통해 시간을 구성”하지만, “기억의 능동적 종합은 현재들 자체를 서로 끼워맞추는 방식으로 시간을 구성한다”고 말합니다. 응시->수축->기대의 수동적 종합은 현재라는 시간을 이루고, 이것이 기억의 능동적 종합(일상적인 의미의 기억, 즉 회상이나 상기)의 전제조건입니다. 그리고 기억의 능동적 종합은 재생과 반조를 통해 시간을 구성하는데, 이러한 재생과 반조가 가능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과거의 순수 요소”, 즉 불러내기 전까지는 잠재적으로 있던 요소들에 의해서입니다. 여기서 순수란 칸트적 개념으로는 ‘선험적’이라는 의미이고, 들뢰즈적 개념으로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잠재성)를 말하는 것입니다, 즉 경험이 섞이지 않음을 의미하죠. 들뢰즈는 이러한 과거를 과거 일반, 또는 선험적 과거라 부르고 있습니다.

종합하여 요약하면, 기억의 능동적 종합이 가능한 것은 수동적 종합이 있기 때문이고, 수동적 종합은 기억의 수동적 종합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들뢰즈는 “하지만 순수하고 선험적인 과거, 과거 일반 혹은 본래적 과거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과거(시간)의 네 가지 역설에 대해 얘기합니다.

시간의 첫 번째 역설은 현재의 동시간성입니다. 현재는 동시에 과거여야 한다는 것이죠. 두 번째 역설은 공존의 역설로, 현재와 과거는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역설은 선재의 역설로, 과거 일반의 순수 요소는 지나가는 현재(과거)에 선재한다는 것입니다. 즉 필연적으로 결코 현재였었던 적이 없는 과거(도달할 수 없는 과거)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네 번째는 이완과 수축의 역설로, 과거 전체가 이완과 수축의 상이한 정도들에 따라 현재와 공존하는데, 현재와 가까울수록 수축하고 현재와 멀수록 이완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시간의 역설들로부터 들뢰즈는 기존의 결정론적인 운명론과 다른 운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합니다. 현재는 과거를 짊어진다는 점에서 운명이다. 그러나 운명에는 자유가 있으며, 자유는 수준의 선택에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짊어진 삶(과거) 전체 중 내가 어떤 수준(심층 또는 표층)에서 반복할 것인가는 내 자신이 선택하는 거라는 것이죠.

이에 르꾸샘은 결국 인간은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하셨고, 성기현샘은 들뢰즈는 두 번째 종합에서 세 번째 종합으로 나아가며, 그래서 르꾸샘의 질문에 대한 들뢰즈의 답은 다음 시간에 자세히 펼쳐진다고 하셨습니다.

음... 다음 시간이 무척 기대되네요.

 

이외에도 세 번째 종합으로 가기 위한 데카르트의 코기토로부터의 주체의 균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더이상 수축할 수 없는 피곤함이 몰려오는 관계로 이만 후기를 마칩니다.

댓글 1
  • 2021-02-07 08:20

    마지막.."더 이상 수축할 수 없는 피곤함" (반복하지 못함^^)때문에 후기를 그만쓴다는 말에 빵....ㅋㅋㅋㅋ

    전 지난 강의에서 데카르트의 코기토와 칸트적 코기토...이 칸트적 코기토에 대한 들뢰즈식 전유....에 좀 꽂혔어요.
    예전 베르그송 강의에 이어 작년/올해 칸트 강의를 듣고 들뢰즈를 다시 읽으니까 뭔가 맥락이 훨씬 더 잡히는게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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