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前기> 호모사케르, 한기씨!!

문탁
2019-12-19 20:35
403

새털이 책에 줄을 그어오든지 포스트잇이라도 붙여오라고 했다. 그래서 난생처음 강좌전기를 올린다. 새털아, 이게 나의 포스트잇이야^^

 

1. 모두 같이 파지사유인문학을 듣자고, 축제가 끝나고 2주간은 모두 같이 파지사유인문학에 참여하자고 선동을 했는데, 아뿔사! 이번주 토욜은 <붓다액팅스쿨>의 마지막 수업이다. 파지사유인문학은 부득이 결석이다.

 

2. 사실 아무런 정보 없이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를 읽기 시작했다. 목차를 보고 나서야 이거 용산이야기 아냐? 라는 감이 왔다. 아니, 이만교가 용산에 관한 소설을 썼어? 의외인데....

 

3.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난 그가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이미 유명해진 이후에 그를 알게 되었는데, 그때 그는 수유너머의 글쓰기 교실에서 예비작가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얼굴도 멀끔하게 잘 생긴데다가 수강생인지 팬클럽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로 그의 글쓰기교실이 언제나 꽉꽉 채워지곤 했기 때문에, 나에게 그는 늘 작가라기 보다는 아이돌 스타같았다. (이 글을 이만교선생이 볼 일은 절대 없겠쥐?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이후에도 가끔씩 마주칠 때마다 나는 "문탁에 와서도 글쓰기 강좌 한번 열어요"라고 인사치레 안부를 건넸고, 그는 언제나 "네, 샘, 불러만 주세요"라는 인사치레의 답을 했다. 난 그가 계속 소설을 쓰고 있는지 정말 몰랐었다. (하긴 알리가 없쥐^^)

 

   

 

4. 어쨌든 간만에 그의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살아있으나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존재, 단지 벌거벗은 생명으로만 존재하는 '호모 사케르'를 떠올렸다. 왜냐? 우리의 주인공 한기씨는 어느 순간부터 살아있되 가슴은 뛰지 않는(살아있지 않은) 존재였고, 마지막 순간에도  죽은 건지 살아 있는건지 확인조차 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살아 있지도 않고 죽어 있지도 않은 존재, 호모 사케르 임한기!!

 

5. 잘 알려져있는 것처럼 사사키 아타루는 아감벤을 종말론자라고 호되게 비판한다. 사사키 아타루는 아감벤의 이론에는 출구가 없다고 느낀 것 같다. 그런데 난 이만교의 소설에서는 어떤 출구를 발견한다.  소설 마지막 단락.

 

참사 나기 사나흘 전에 제가 근무하던 사무실로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문화부 수습기자구요...담당기자가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그냥 끊어버리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그 사실을 그만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잊고 있었던 걸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부러 잊은거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임한기. 영원한 실종상태 혹은 미제사건으로서의 임한기. 하여 장례를 치룰 수도 없고, 애도를 할 수도 없으며, 역사적 기념비는 더더구나 될 수도 없는 존재. 그렇다면 임한기는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질문' 그 자체가 아닐까? 우리가 "일부러 잊"지만 않는다면 늘 우리를 환기시키는 '질문'!! 

 

 

 

 

 

6. 마지막으로 무쟈게 궁금해진 점. 왜, 새털은, "이렇게 깨발랄한 퀴어", 박상영 소설 다음에 이렇게 좀 무거운 소설을 선정했을까? 강사의 의도는 무엇일까? ㅋㅋ

댓글 2
  • 2019-12-19 21:22

    이건 의도가 아니고 실수였다고 생각할래요.
    며칠 박상영으로 상승하던 나의 세로토닌이
    한기씨 덕에 급하강 하고 있어요. 막 슬퍼요...
    (어찌 회복시켜볼까... 정세랑 소설을 예약하긴 했지만!)

  • 2019-12-20 16:13

    만교씨의 16년만의 신작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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