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파지사유인문학> 1강 후기 -놀라운 모든 뇌

자누리
2019-09-04 19:43
302

  뇌과학의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강의 첫날, 파지사유 공간이 재배치되면서 파지사유인문학 강의 장소도 바뀌었습니다. 그간 강의를 열던 안쪽 세미나실에는 월든 도구들이 자리를 잡았고 자연스레 강의는 홀안쪽 작은 방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기를 피아노방이라고 불렀는데 피아노도 사라졌으니 뭐라고 부르게 될까요?

  공간이 약간 좁아져서 강의배치를 어떻게 하나 걱정하다가 새로 생긴 폴딩도어의 유리를 칠판으로 쓰자는 아이디어를 내고서는 뿔옹이랑 아주 흡족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조명이 방해를 했습니다. 유리에 비친 조명은 너무 세고, 유리에 쓰인 글씨는 너무 약해 보였습니다. 아침에 이리 저리 책상을 옮겨보다가 일단은 이렇게 배치했습니다.

 

 

책상배치는 조금 더 고민을 해보아야겠습니다.

 

  1강 제목은 ‘놀라운 우리의 뇌’였습니다. 무담쌤은 '뇌과학을 해주세요'라는 매니저의 요청에 제목이 뇌과학으로 나갔지만 실상 뇌과학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합니다. 신경이 뇌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온 몸에 퍼져 있으므로 요즘은 ‘신경과학’ 등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이 서두의 한마디는 우리가 ‘신경, 나아가 ’마음‘에 대해 많은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예고한 듯합니다. 뇌과학이 발달했다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 그러니 쉽사리 마음이 뭐라고 단정짓지 말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그럼 뇌란 무어라 정의할 수 있을까요? 강사님은 그것도 어려운 일이라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몸의 세포에서부터 설명을 시작해서 신경세포, 신경계에 대한 설명을 주로 하셨습니다. 이런 전방위적 접근은 뇌라 불리는 일반적인 것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물과 뇌에 대해 재미있는 이론들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최근엔 식물도 뇌가 있다거나 동물의 뇌도 꽤 진화되어 있다는 식으로 뇌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님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저는  인간중심주의를 깰 수도 있는 이런 발상이 오히려 ‘뇌중심주의’를 통해 더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뇌가 있어야, 그것도 인간의 뇌와 비슷해야 더 진화된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무담쌤은 생물이 살아가는데 뇌가 필수조건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의 몸이 자율기능을 어느 정도로 수행할 수 있는 것도 그 한 예입니다. 히드라와 같은 강장동물은 어릴 때는 뇌가 있지만 성인이 되어 한 장소에 고착되면 뇌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뇌는 동물에게만 있다고 전제하고, 뇌의 진화 정도에 따라 동물의 진화 등급을 정하는지 식물과 동물의 경계인 강장동물은 동물의 가장 낮은 단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전체 생물 중에 동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합니다. 히드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언젠가 어디선가 읽은 , 움직여 다니느라 힘을 들이는 길과는 다른 길을 택한 식물의 진화야말로 더 고등적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우리의 뇌는 한 개이고 그 하나의 뇌 크기가 큰 편이지만 과연 그런 뇌가 뇌의 전형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마도 하나의 뇌는 연합능력, 종합하는 능력이 큰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런 능력에 기초해서 ‘사고’를 정의하기도 하는 것 같구요. 그러나 신체에는 불리한 듯 합니다. 각 부분의 자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근거인지는 몰라도 ‘똑똑한 동물 TOP 5’ 안에 드는 문어는 놀랍게도 뇌가 9개라고 합니다. 중앙 뇌 이외에도 각 다리마다 뇌가 있어서 다리들은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합니다. 우리의 장기도 어느 정도 자율성이 있어서 ‘제2의 뇌’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어쨋든 하나의 뇌는 신체를 더 구속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뇌’에 대해 아주 기초적인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생각하는 능력’, ‘신체의 능력’에 대해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폭넓은 지식을 펼쳐낸 강사님의 설명때문이었을까요? 1강을 들은 후 이렇게 요약하고 싶어졌습니다. '놀라운 우리의 뇌'가 아니라 '놀라운 모두의 뇌'. 다음 시간이 더 기대됩니다.

댓글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77
AI 강좌 후기-4강: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 (2)
겸목 | 2023.07.31 | 조회 275
겸목 2023.07.31 275
776
AI 강좌 후기 3강: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 (1)
고은 | 2023.07.24 | 조회 289
고은 2023.07.24 289
775
AI 강좌 후기 - 2강 인공지능과 인간은 어떻게 만나게 될까? (4)
둥글레 | 2023.07.14 | 조회 400
둥글레 2023.07.14 400
774
AI 강좌 - 1강/ 인공지능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후기 (5)
동은 | 2023.07.06 | 조회 431
동은 2023.07.06 431
773
사기 증국고대사를 집대성하기위해 나서다 (1)
원기 | 2023.02.20 | 조회 305
원기 2023.02.20 305
772
'사마천', 그 스스로 이야기가 되다 (3)
스르륵 | 2023.02.10 | 조회 476
스르륵 2023.02.10 476
771
금요클래식 <주역의 세계> 4강 후기 (2)
토용 | 2023.01.31 | 조회 318
토용 2023.01.31 318
770
금요클래식 <주역의 세계> 3강 후기 (3)
조성희 | 2023.01.26 | 조회 317
조성희 2023.01.26 317
769
금요클래식 <주역의 세계> 2강 후기 (1)
호면 | 2023.01.19 | 조회 253
호면 2023.01.19 253
768
금요클래식, <주역의 세계> 2강 후기 (1)
고은 | 2023.01.19 | 조회 399
고은 2023.01.19 399
767
<금요클래식;지속불가능한 자본주의> 4강 후기 (1)
관리쟈 | 2022.11.04 | 조회 336
관리쟈 2022.11.04 336
766
<지속불가능 자본주의> 3강 후기 (1)
새봄 | 2022.10.25 | 조회 309
새봄 2022.10.25 309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