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기행> 3강 후기 고된 삶을 시로 노래한 두보를 따라

봄날
2019-07-23 11:07
382

심정적으로 이백의 시가 멋있기는 하다.

그런데 공교롭게 지난주 일이 있어서 이백편을 빠졌다다. 무지 아쉽....

그리고 3강은 당시(唐詩)의 개괄과 그 중에서 시성, 혹은 시사(詩史)라 불린다는 두보가 주인공이다.

학교 다닐 때 평면적으로 이백은 천재형, 두보는 노력형이라고 배웠다.

선천적으로 감각이 뛰어난 이백이 자연과 술과 사람을 현란하게 조합하여 시를 노래했다고 하면

두보는 꾸준한 시작으로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배움은 부질없다. 두보가 살았던 시대와 주변 사람들과 두보 자신의 마음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망하지 않으면 그의 시는 살지 않는다.

두보는 근체시를 완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근체시는 일정한 형식을 따르면서도 그 비유와 표현에 있어 뛰어난 것이 특징인데, 두보가 그 형식적 완성과 더불어 뛰어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두보의 삶은 당 현종과의 삶과 거의 일치한다. 현종 초기 풍부한 물산과 다양한 문화결합으로 중국의 예술문화가 꽃피우던 시절, 두보도 수많은 한사(寒士)들 가운데 한 명으로서 가진 것 없지만 시적 영감으로 가득찬 선비였다. 그의 시는,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스러운 민초들의 삶을 노래한 삼리삼별(三吏三別)이나, 안록산의 난 와중에 겪은 <춘망> 같은 시에서 보듯이 기울어가는 중국의 정세의 혼돈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백성들의 공통된 심정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 자신도 죽을 때 까지(두보는 상강에서 객사했다고 한다) 피폐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말년의 두보의 시는 '침울돈좌'와 같은 것으로 넘쳤다.

자작나무의 안내로 우리는 두보의 일생을 따라 이리저리 중국지도를 뒤졌다. 낙양-장안-봉상-화주-진주-동곡-성도-기주 등지로 유랑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그는 가는 곳마다 뛰어난 형식의 시를 남겼다. 매일의 살림과 가족의 안녕을 찾아 비굴할 수도 있는 삶을 사는 가운데서도 많은 양의 시를 썼던 두보. 우리가 그가 살았던 낙양, 성도 등지를 찾아가면 그의 시가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게 될까? 천년이 훨씬 지난 이 세월을 뛰어넘어서 말이다. 과연 그럴지 궁금해진다.

두보의 시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을 이끌었던 시 하나를 적는다.

<석호의 관리(石壕吏)>

暮投石壕村      저물어 석호촌에 투숙하였는데
有吏夜捉人      징집하는 관리 한밤중에 들이닥쳤네
老翁踰墻走      늙은 할아비는 담 넘어 달아나고
老婦出門看      늙은 할멈 나와서 문을 살펴보네

吏呼一何怒      관리의 호령은 어찌 그리 사납고
婦啼一何苦      할멈의 울음소리는 어찌 그리 고통스럽던지.
聽婦前致詞      할멈이 나가서 하는 말을 들어보니
三男( )城戍      “세 아들이 모두 업성에 수자리 나갔는데
一男附書至      한 아들이 부쳐온 편지에 
二男新戰死      두 아들은 최근 싸움에서 죽었답니다.
存者且偸生      남은 자는 그래도 구차하게 살아갈 수 있겠지만
死者長已矣      죽은 아들은 영원히 끝난 것이지요.

室中更無人      집에는 다른 장정이 없고
惟有乳下孫      젖먹이 손자만 남아있습니다
孫有母未去      아직 개가하지 않은 손자의 어미 있으나
出入無完裙      나고 들 때 입을 마땅한 옷 한 벌 없으니
老軀力雖衰      늙은 이 몸 힘은 비록 쇠하였어도
請從吏夜歸      나으리를 따라 이 밤에라도 가겠습니다
急應河陽役      서둘러 하양의 병영으로 달려가서
猶得備晨炊      아마도 밥 짓는 일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夜久語聲絶      밤 깊어 말소리는 끊겼으나
如聞泣幽咽      숨 죽여 흐느끼는 소리 들리는 듯 했지
天明登前途      날 밝아 길 떠날 적에는
獨如老翁別      늙은 할아비와 홀로 작별하였네

댓글 3
  • 2019-07-24 01:39

    이 시는 <당시 삼백수>에는 없어 저도 처음 보는데, 참 절절하네요.

  • 2019-07-24 06:46

    이번 시 강의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시적 흥취는 맨정신에는 나오지 않겠구나. 

    취해야만 나올 수 있는 게 시적 감수성이겠구나.

    무엇에 취할까?

    술에 취하거나 장대한 경관에 취하거나..

    • 2019-07-24 08:52

      술에 취하던지 경관에 취하던지 그전에 먼저 고독이 외로움이 있어야 하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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