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기행>2강 후기 한시의 아름다움과 시인의 마음

느티나무
2019-07-21 23:39
281

 시를 읽으면 시를 쓰는 시인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언어를 다듬고 다듬어 정수를 뽑아내고

한 자, 한 자에 고귀한 시인의 정신을 담아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자의 의미와 사성의 운율까지 마추어 쓴 한시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해서다.

 

 그러나 이건 시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백은 전혀 그렇게 시를 짓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태생부터 시만으로 내가 마음대로 짐작했던 이백의 모습과 달랐다.

그는 서역지방의 부유한 상인의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부모의 전격적인 지원을 받으며 학문을 익혔다.

학문을 익혔으니 마땅히 관직에 나아가 그 배움을 펼쳐야 하거늘

미미한 집안 출신으로 뿌리 깊은 문벌귀족의 시대에 관리로 나아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로써는 유력한 가문의 추천을 받는 길이 유일한 방법이었으므로 평생을 유력자를 찾아 당나라 전 역을 돌아다니며 출세를 도모한다.

그 가운데 이백의 시가 빛을 발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시 짓는 재주로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이런 오랜 구직생활 끝에 관료가 되었으나 특별한 직무도 없이 당 현종과 양귀비의 꽃놀이나 궁중 연회에 불려가 시를 지어야 했다.

현종의 향락적인 생활과 관료들의 권력남용에 환멸을 느끼다가 결국 눈밖에 니게되고 그 자리에서 마저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그의 행보에 비해 그가 남긴 시는 아름답다.

그는술과  달의 정취를 사랑했고 특히나 사람을 사랑한 시인이었다.

어쩌면 그는 애초부터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애달픈 마음을 일일이 챙기고 어루만지는 시어를 가진 사람이 어찌 정쟁에서 견뎌낼 수 있겠는가

사실 구직을 위해 떠돌아 다닌 삶이 고고한 정신의 시인을 기대한 것에 실망을 주었다고 했지만

이런 삶이 아니면 어찌 사람의 마음을 그토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을까 싶다.

 

술에 취해 뱃놀이를 하다가 물속의 달을 건지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의 죽음을 생각하며

다시 읽은 시는 더욱 마음을 흔든다.

이토록 아름다운 시를 남긴 시인의 마음은 분명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때문에 우리의 마음도 넉넉해진 탓인지 강의 시간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더하여 '촉도난' 이라는 시에 표현된 장소인 촉도를 실제 영상으로 감상하니 마음이 더욱 그곳에 가 닿았다.

이 시들을 중국어의 아름다운 운율로 들을 수 있는 행운까지... ...

아름다운 한시에 빠져 맘껏 흥취에 젖을 수 있는 강의였다.

將進酒(장진주-술 권하네)나 蜀道難(촉도난-촉도의 험난함)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너무 길어 옮길 수 없고

대신 벗을 보내며 쓴 시 한 편을 번역본으로 옮겨본다.

<선주 사조루에서 교서 숙운을 전별하다>

나를 버리고 가는 어제의 해는 붙잡아 둘 수 없고

내 맘을 어지럽히는 오늘의 해는 괴로운 근심 많도다.

만 리에 부는 장풍  가을 기러기 보내주니

이를 보며 높은 누각에서 술 즐길 만하다.

봉래의 문장이고 건안의 풍골이며

그 사이에는 사조가 또한 청신하고 뛰어났네.

두 사람 모두 뛰어난 흥취 품고 장대한 생각으로 날아

푸른 하늘에 올라 해와 달 잡으려 했었지.

칼 뽑아 물 베어도 물은 다시 흐르고

잔 들어 시름 삭여도 시름 다시 깊어질 뿐

세상의 인생살이 뜻에 맞지 않으니

내일은 머리 풀고 조각배 타리라.

댓글 2
  • 2019-07-24 01:13

    한글로 된 시도 잘 읽지 않는 제가 한시인들 무슨 흥취가 있었겠어요.

    만 3년을 훌쩍넘겨 <당시 삼백수>를 다 읽고 나니 이제야 한시가 조금씩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이번 파지 인문학 강의 준비하면서 공부도 많이 되고 한시도 더 좋아졌어요.

    부족한 강의 재미있게 들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2019-07-24 06:42

    장진주보다 촉도난에 마음이 설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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